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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북한 문제 언급 줄어…“국내외 현안 산적, 우선순위 떨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미국과 북한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을 앞둔 현재, 장기 교착 상태에 있는 비핵화 협상 재개와 관련한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 모두 다른 현안들이 많아 현 교착 상태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관련한 짤막한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습니다.

`신변 이상설’ 속에 20일 만에 공개 석상에 복귀한 김 위원장의 건강한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는 내용이었는데, 올해 들어 북한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트위터 글이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북한과 관련한 트위터 글을 올린 시점을 기준으로는 4개월여 만이었습니다.

이전에 트위터를 통해 줄곧 북한과의 협상 진전 상황을 알리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 등을 과시해 온 점을 감안하면,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크게 줄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등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최근 매주 기자회견을 열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와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을 때를 제외하면 관심은 전적으로 다른 현안들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북 두 나라 사이에 대화 재개 조짐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대화 재개와 관련한 각종 언론들의 추측성 보도도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미-북 간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 다음주로 2년이 되지만, 비핵화 협상 재개와 관련한 어떠한 조짐도 엿보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현안에 직면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리아나 마스트로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제적 위협의 범위가 북 핵에서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세계 경제를 무너뜨린 대유행병 사태로 넓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마스트로 교수] “This really demonstrates the broader range of threats in these days, the focus on this nuclear threat from North Korea, but a pandemic has done so much harm…”

이에 따라 국가안보 활동에도 변화가 생겼고,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는 북 핵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흑인 남성이 숨지고, 이로 인해 미국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신경 써야 할 사안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국제 문제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정부와 역대 어떤 행정부보다도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책임과 홍콩 국가보안법 등을 놓고 대립하면서, 미-중 두 나라 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둔 지난해에는 지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당시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약 4개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북한과의 협상을 이끌었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등이 북한과 대화의 동력을 놓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주 공개적으로 북한 문제에 자신감을 나타냈고, 폼페오 장관도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언급하면서 낙관적인 견해를 거듭 밝혔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말,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한 뒤 판문점에서 회동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 협상이 최종 결렬된 이후 지금까지 교착 상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최소한 올해 말 대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11월 이전에 북한 문제에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결 가능성이 낮은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짐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쇼프 연구원] “And I think Trump is very focused on the election this year…”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선거에 집중하고 있으며, 백악관은 북한과의 대화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라는 겁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최근 VOA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현상유지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it is clear that he would like to keep the situation exactly where it is...”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상당수는 북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믿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이 중단된 현 상태가 이어지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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