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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2021 도쿄올림픽, 미북대화 계기 될까?


일본 도쿄의 올림픽 주경기장과 멀리 보이는 후지산.
일본 도쿄의 올림픽 주경기장과 멀리 보이는 후지산.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이 북-미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도쿄올림픽이 제2의 평창 올림픽이 될지, 또 그렇게 되려면 어떤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열린 3.1절 기념사에서 오는 7월료 예정된 도쿄하계올림픽이 남북과 미-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올해 열리게 될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입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Central objective of Moon administration can not do without…”

올림픽같은 국제적이고 평화적인 행사를 활용해 꽉 막힌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지론입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2017년에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줄기차게 촉구했습니다.

실제로 2018년 1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후 북한은 46명의 선수단을 평창올림픽에 보낸 데 이어 2월1일 김여정 특사를 청와대에 보냈습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화해의 물줄기를 탄 한반도 정세는 그 후 두 차례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트럼프-김정은 1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미-북간 교착 국면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는 도쿄올림픽을 활용해 대화의 물꼬를 트려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5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워싱턴에 보내 도쿄올림픽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서훈 실장을 만난 로버트 오브라이언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도쿄올림픽 참가에 관심이 있다”며, 이를 계기로 북한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입니다.

[녹취: 오브라이언]” I think North Korea interesting in participating Tokyo Olympics, they might be in season either before or after…”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11월 10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게 보내 한-일 현안과 함께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핵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 해법을 논의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도쿄올림픽이 제2의 평창올림픽이 되려면 각국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선 미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과 북한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를 재개하고 뭔가를 주고받아 외교적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입니다. 미국은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한과 실무 협상을 열었지만 결렬됐습니다. 따라서 미-북 실무 또는 고위급 협상이 재개된다면 미국으로서도 나쁠 것이 없습니다.

반면 북한은 미국과의 고위급 접촉 외에 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전문 기자는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기자] ”2019년 김명길 북한 수석대표가 얘기했던 것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여러 조치를 취했는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같은 것을, 그런데 미국이 전혀 응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협상장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미국이 이를 검증하고 보상한다고 하면 협상장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미국과 북한은 대화 재개의 조건을 둘러싸고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북 접촉이 이뤄지려면 미국이나 한국이 나서서 물밑접촉 등 사전 정지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가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미-북 정상회담을 6개월 앞두고 비밀리에 북한에 정상회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2017년 가을 미국과 북한의 정상은 상대방을 ‘로켓맨 ’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그러나 그 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은 제프리 펠트먼 당시 유엔 사무차장을 평양에 보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비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북한과 일본 간에도 주고 받을 것이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일본과 대화 재개를 통해 북-일 국교 수립을 하고 1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일청구권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일본과 수교를 한다면 배상금 문제가 나옵니다. 최소 100억 달러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고…”

일본도 북한으로부터 받아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납치 문제입니다.

일본 정부는 납치 문제 해결을 매우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진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키노 요시히로 기자는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기자] “스가 총리로서는 무조건 북-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으니까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납치 문제를 둘러싼 배신감이 있어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납치 피해자는 17명인데 이 중 5명은 이미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귀국했고, 현재 12명이 미해결 상태입니다.

반면 북한은 12명 중 8명은 이미 사망했고 4명은 아예 북한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납치 문제는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문제는 도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깊은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개막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있지만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지 자체가 불확실한 실정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하루 200-300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고 있는데다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견돼 도쿄를 비롯한 4개 지역에는 긴급사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림픽을 치를지 여부는 4-5월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마키노 요시히로 기자는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기자] ”일본에서도 1월에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에 4-5월이 돼야 올림픽을 할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이 도쿄올림픽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후 한 번도 해외방문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코로나 사태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도쿄올림픽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t’s pretty premature to suggest that a strategy on Olympics…”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도쿄올림픽 이전에 끝날 것인지 여부입니다.

만일 대북정책 재검토가 3-4월 중 마무리 될 경우 미-북 관계는 4-5월부터 새로운 움직임을 보일 공산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7월에 시작되는 도쿄올림픽은 새로운 대북정책의 틀 안에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7월23일 개막될 예정입니다. 갖가지 불확실성에 휩싸인 도쿄올림픽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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