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사령부.
한국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사령부.

주한미군을 힘의 균형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늘려야만 억제력이 배가된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최근 발표됐습니다. 소규모 파병으론 인계철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인데요, 최신 한반도 억제 교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쟁학 권위자인 댄 레이터 에모리 대학 교수와 폴 포스트 시카고 대학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소규모 인계철선 병력 파병으로도 억제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주한미군 감축의 동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텍사스 국가안보검토' 최신호 게재 논문 바로가기 

[논문 발췌 내용 중] “Strong faith that the deployment of a small tripwire force significantly bolsters deterrence could push President Joe Biden, who is eager to cut defense spending to both address domestic needs and decrease the deficit, to reduce U.S. troop deployments abroad, especially in South Korea, under the assumption that a smaller force would be sufficient to trigger America’s involvement in a conflict there and deter aggression.” 

국내 수요를 위해 국방예산 삭감을 모색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에 나서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두 교수는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교의 안보 학술지에 게재한 ‘인계철선의 진실 : 왜 소규모 파병은 적성국에 대한 억제력을 담보하지 못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기존 인계철선 셈법, 주한미군 감축 야기 가능성”  

“인적- 재정적 손실 클 경우, 인계철선 효과 무력화” 

인계철선(Trip Wire)이란 적성국의 침공 시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기 위해 동맹국에 전진 배치하고 있는 미군을 가리킬 때 흔히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유사시 전진배치한 미군을 인간방패로 취급한다는 비판 때문에 미국 정부가 공식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언론 등에서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논의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논문은 우선 미국의 동맹들 사이에서는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계철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맹들은 미국과의 안보조약만으로는 개입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논문은 인계철선 논리에 2가지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첫째, 미 대중들이 미국의 인적, 재정적 손실이 개입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할 경우 인계철선 효과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적성국 또한 이 같은 미국민의 비용셈법을 따져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될 수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논문은 1941년 독일군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미국 선박이 수십척 침몰했음에도 미국의 대중은 2차세계 대전 참전에 회의적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적성국, 기정사실화 전략 사용 가능성…한국전 대표적 사례” 

“주한미군, 힘의 균형 변화 야기 수준으로 병력 규모 늘려야” 

논문은 이어 적성국이 빠른 시일 내에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병력을 격퇴하고 미 본토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동맹국을 점령하는 이른바 기정사실화 (Fait Accompli)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논문은 대표적 사례로 1949년 한반도 상황과 한국전이 발발한 1950년을 들었습니다. 

미국은 1949년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한국에 주둔시킴으로써 북한의 침공을 단념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불과 1년 뒤  소규모의 병력만으로도 충분히 인계철선으로서의 억제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미국의 오판은 북한의 침공을 야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논문은 김일성이 당시 소련의 스탈린에게 침공이 시작되기만 하면 남한 내 남로당이 준동해 이승만 정권을 전복시킬 것이라며 미군의 개입이 차단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스탈린이 북한의 남침을 인가한 뒤에도 김일성의 기정사실화 전략에 상당히 신경을 썼으며, 남한을 빠른 시일 내에 점령해야만 미군의 개입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논문은 적성국의 도발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전진 배치한 미군 병력을 역내 힘의 균형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제안은 주한미군 배치 셈법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며, 현재 2만 8천여 명인 주한미군이 역내 힘의 균형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인지 반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문은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오로지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으로만 유효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힘의 균형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주한미군 규모를 늘릴 때만 억제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최신 한반도 억제 교리와 동떨어지는 전제” 

한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2일 VOA에, 관련 논문은 국방부의 최근 교리 변화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In the current world, you don't have to be in Korea in order to respond to conflict in Korea. So your balance of power isn't just what ground forces are sitting on the peninsula. So you have to count what's in Japan, what can be rapidly moved into Korea and Japan and long range systems. Now, the key here is, this is what the intermediate range missile is all about…” 

베넷 선임연구원 과거와 달리 오늘날 미군은 한반도 유사시 지상전력 뿐 아니라 주일미군 등 전 세계 미군을 빠르게 투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실시된 '밸리언트 실드' 태평양 미 합동군 훈련에서 로널드레이건 항공모함 전단과 B-52 전략폭격기, F/A-18 전투기들이 필리핀해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미 국방부.
미 합동군, 역내 최대 모의 전쟁훈련 개시…“다영역작전 교리 통합에 방점”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미 합동군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최대 규모의 훈련 중 하나인 ‘밸리언트 실드’를 시작했습니다.  실제 전쟁상황을 가정해 실시되는 이번 훈련은 최근 국방부가 강조하는 다영역작전의 실제적용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특히 최근 미군이 중거리 미사일 등 장거리 고정밀 타격역량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지상군의 수요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역내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또 2만 8천여 명의 주한미군 숫자는 소규모가 아니라며, 유사시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적극 개입을 유도하는 신뢰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