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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정상외교 ‘극적 진전’ 어려워···현상 유지에 집중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3월 한국 특사단의 백악관 방문을 계기로 미-북 정상외교에 시동을 건 지 2년이 됐습니다. 전례 없는 ‘톱다운 방식’의 정상외교는 미-북, 남북 관계의 동력이 됐지만 비핵화 등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장기간 교착 상태에도 불구하고 정상 차원의 끈은 유지되고 있는데, 정상 외교가 멈춰버린 한반도 비핵화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을지 그 가능성과 한계를 박형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오는 11월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입니다.

주요 정책 결정에서 재선과 관련한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정상회담 등 대북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악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추가 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지만, ‘좋은 합의’가 보장돼야 가능하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녹취:오브라이언 보좌관]“But President Trump has made it very clear that if he can get a great deal for the American people, he'll go to a summit.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0일 VOA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처럼 합의 도출에 또 다시 실패할 경우,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재난’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조셉 윤 전 대표]“it's a wise move for President Trump to say that and to stick to that. And I think politically he has to stick to that. Because if there is another failure to reach an agreement, as there was in Hanoi. It would be a political disaster”

조셉 윤 전 특별대표는 또 양측 간 인식의 차이도 지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 간 성공적인 합의를 위해선 실무협상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오직 트럼프를 통해서만 ‘좋은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정상회담 등 극적인 외교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손튼 전 차관보 대행]"My view is that they are pretty going to be pretty unmotivated to pursue top down diplomacy with North Korea for the remainder of 2020, because it's a high risk proposition and it may fail and it's an election year and there's a campaign on."

상당히 ‘힘든 싸움’으로 예상되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실패 위험성이 큰 ‘톱다운 외교’에 별다른 의욕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진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보다는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대행은 또 하노이 회담 이후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지만,

김 위원장의 현재 셈법과 북한의 경제난 등 북한 측 상황이 불명확해 전망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연말 시한’을 제시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2월 말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미국과의 장기 교착 상태에 대비한 정치∙외교∙군사 안보 전략을 제시하며,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특히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무기 시험’을 예고했습니다.

다만 ‘핵·미사일 시험 중단 파기’를 명시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으면서 대화와 협상의 문은 열어 놨습니다.

과거 한국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1일 VOA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정세현 전 장관] "금년 한해만 선거 때문에 희망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을 계속해도 그렇고, 민주당이든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어떤 정책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데, 이런 상황이 최소한 2~3년은 간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미국 측으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용의가 있다는 증거를 피부로 느끼기 전에는 안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대선을 더 이상 활용 가능한 ‘카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2018년 미국과 남북한 간 ‘1.5트랙(반관반민)’ 회의에 참여했던 김준형 한국 국립외교원장입니다.

[녹취:김준형 원장] “북한은 트라우마가 하나 있습니다. 하노이 직전 뮬러 특검, 코헨 청문회가 있었는데 이 두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했잖아요. 지나치게 낙관하고 하노이에 왔는데…탄핵, 대선에서 옛날 같으면 자신들과 타협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북한도 이제 대선이 거래할 수 있는 건수가 아니라고 보고 있는 거죠. 미국도 북한이 양보할 가능성이 낮은데 도박을 할 가능성이 없는 거죠.”

김준형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나설 수 있는 쪽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라며, 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공간과 지렛대는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김준형 원장] “한국이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데 문제는 북한도 한국을 플레이어로서 능력을 못 믿죠. 하노이 때 설득 당해서 영변을 내 놓았는데,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더라. 그러면 당신은 빠져라.”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남북 협력 강화를 통해 미-북 대화를 다시 견인할 것이라며 북한 개별관광 등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녹취:문재인 대통령]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습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더 운신의 폭을 넓혀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도 구체적인 방안 등을 협의했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까지 겹쳐 논의가 수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 상황이 ‘남북 관계’ 진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수전 손튼 전 차관보 대행입니다.

[녹취: 손튼 전 차관보대행] “If South Korea can show that it is capable in confronting the corona virus, and if North Korea has reached out and ask for some help. This could be a kind of an Olympic moment right where, you know, which year was that 2018, or the end of 2017, where we have the turn toward the Olympics. I mean maybe the coronavirus could be some kind of also outside event that allows for a turn toward, you know, some kind of cooperation.”

한국이 코로나 사태 대응 능력을 보여주고 북한 측이 지원을 요청한다면, 지난 2018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 때 처럼 남북 관계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과 코로나 바이러스 공동 방역 등 협력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공식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남한 국민들을 응원하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친서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는 대목이 있는 점을 들어, 코로나 국면이 안정되면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에 대한 실무차원의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으로까지 진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정세현 전 장관] “북미 정상회담은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북중은 필요에 따라 김정은이 갈수도 있고 미국의 동북아 군사적 배치에 따라 긴장감이 높아질 지면 시진핑이 움직일 수도 있죠. 남북 간 정상외교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준형 원장은 오는 4월 실시되는 한국 총선 결과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에 이어 미국 대선 전 3차 미북 정상회담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문 대통령이 한국의 한반도 평화구상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인데, 하지만 미-북 측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김준형 원장] “저는 할 것 같으면 대선 전에 시도할거라고 봅니다. 중재자는 우리뿐 인데 중재자의 룸이 많은 건 아니잖아요. 북한과 미국이 동의해야 하고요. 북한하고 미국이 답답한 건 많지만 북한이 과거 영변만큼 한국에 지렛대를 주기가 쉽지 않고, 미국도 선거 바쁜데 약간은 모르지만 한국이 너무 앞서면 제동을 걸 거고 이 사이에서 쉽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도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오는 7월 일본 도쿄올림픽도 대북 정상외교의 ‘기회’ 중 하나로 거론했지만, 실효성이 높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셉 윤 전 대표는 스포츠 행사가 항상 정치에 영향을 준다며, 도쿄가 북한 문제 관련 국가들이 모일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 정부도 북한과 납북자 문제가 있는 만큼 미국의 요청이 있다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대행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도쿄올림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임을 언급하며, 북한과 무엇을 도모하려 한다면 한국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두 전직 미 관리들은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미국 측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주최측인 일본이 큰 적극성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18년 한반도 상황에서 배제됐던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남북한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중국 등 한반도 관련국의 정상외교는 ‘북한 도발 자제, 한반도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과 중국을 통해 자신의 선거 기간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와 미-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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