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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여당 총선 압승에 대북정책 힘 받나…대북 제재, 북한 호응 등 관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15일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15일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한국의 진보 성향 집권여당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압승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협력적 대북정책이 힘을 받을지 주목됩니다. 북한의 냉랭한 반응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정책 추진은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서 지난 15일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 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전체 국회의원 의석수 300석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180석을 얻으며 압승했습니다.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개헌을 제외한 모든 입법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 간 추진해온 협력지향적인 대북정책도 국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달 초 북한 개별관광을 비롯해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교류협력 다변화·다각화 등을 새해 주요 업무로 확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관련 후속 조치가 전면 중단됐습니다.

통일부 조혜실 부대변인은 17일 기자설명회에서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21대 새 국회 원 구성이 이뤄지면 정부는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혜실 부대변인] “대통령께서는 신년사를 통해 북-미 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시켜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기조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도 일관되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압승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무엇보다 입법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지난 2018년 남북한 정상이 만나 발표한 두 차례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가 새 국회에서 가능하게 됐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평양 공동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했는데 이전엔 비준 동의를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잖아요. 그런데 비준 동의를 받으면 법적 효력을 갖고 보다 안정되게 이행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게 큰 과제로 있는 거에요.”

4.27 판문점 선언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의 내용을, 9.19 평양 공동선언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이행 약속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통일경제특구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등 야당의 반대로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말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큰 여당 발의 법안들도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했던 북한 개별관광, 남북 보건협력, 비무장지대(DMZ) 평화벨트 조성, 철도 연결 등 대북 사업 추진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임을출 교수는 비록 이번 선거에서 북한 문제가 주요 이슈는 아니었지만 여당의 압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여론의 신임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북한의 냉랭한 반응 등을 감안할 때 무리한 남북협력 사업 추진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기자설명회에서 총선 이후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안정세를 보이면 북한 개별관광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 국민의 북한 방문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남북 간 민간교류의 기회가 확대돼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는 이에 대해 뭉칫돈이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 `벌크캐시’ 조항이나 운송 수단 반입 문제 등 국제사회 대북 제재 조치와의 충돌 문제가 잠재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원칙적으로 개별관광 분야는 허용이 돼 있지만 그러나 실제적이고 세부적인 기술적인 부분에 들어가면 유엔 제재위에서 또는 미국 측의 단독 제재와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한동대학교 박원곤 교수는 남북 교류를 위한 각종 입법 자체가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라며,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 교수는 하지만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남북 협력사업들 대부분이 유엔 제재 결의에 저촉된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남북 합작사업은 분명하게 유엔 결의 위반입니다. 신규 합작사업도 할 수 없고 대북 투자도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야당에선 계속 이것이 현실성도 없는 것이고 국제사회의 제재 대오를 오히려 흐트러 놓는 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를 해온 것이거든요.”

박 교수는 또 진보 성향의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했다고 해도 북한은 한국 정부가 미-한 협력과 국제사회 제재 대오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으리라고 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여러 협력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상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로 북한이 방역이나 식량 지원을 긴급하게 받아야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 제안이 인도적 분야에서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여지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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