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한 대북 접근을 출발점으로 삼기로 한다면 북한에 긍정적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말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인정한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구체적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차례 외교 정책의 중심으로 인권을 꼽은 만큼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도 미한 정상회담의 의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과거 북한과의 핵 협상에 나섰던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오는 21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한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한국 대통령과의 첫 회담이 되고,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는 어쩌면 미국과의 마지막 정상회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세이모어 전 조정관) 제 생각으로는 일단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충분히 만족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과의 마지막 정상회담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 달라고 요청할 것 같습니다. 만약 핵 협상에 진전을 볼 수 있는 대화가 시작되면, 심지어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의 만남도 고려해 달라고까지 말이죠. 이번 대북 정책 검토 결과를 보면 사실 별로 눈에 띄는 게 없다는 느낌입니다. 북한을 유인할 만한 특별한 내용이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문 대통령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북 핵 협상을 제 궤도에 올릴 수 있고 북한에 대한 긍정적 관여를 통해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무엇인가를 미국과 만들어 보고 싶어할 겁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결과와 관련해 별로 눈에 띄는 게 없는 느낌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보통 세부정책은 공개를 안하지 않습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당연히 일부 세부 사안은 공개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보면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와 비교해서 북한을 중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뉴욕채널’을 통해 물밑에서 대화가 오갔을 수도 있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까지 그 어떤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북한으로서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을 만나고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을 갖고 있을 겁니다.

기자) 구체적인 대북 정책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미한 정상회담에서 북 핵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고, 북한을 대화로 이끄는 방안 등이 논의될 텐데요, 두 정상 사이에 어떤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까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 겁니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북한 협상팀이 미국과 진지한 핵 협상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고위급 실무 핵 협상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은 김 위원장입니다. 일단 미한 양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김 위원장이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대북 외교는 하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충분한 실무진 간 만남을 통해 양 측 정상이 동의할 만한 핵 협상안이 도출됐을 때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했죠. 미한 대통령이 어떤 대북 유인책을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북한의 호응을 유도할 만한 사안에 두 정상이 공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여전히 침묵하고 있고요.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한 차례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했다고 확인했고, 또 새로운 대북 정책을 전하기 위해서도 북한 당국에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셈법은 무엇일까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중국의 영향력이죠. 중국이 김정은에게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도 말고, 그렇다고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이른바 ‘모라토리엄’도 깨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겁니다. 현재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에 닥친 북한으로서는 이런 중국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대한 느슨한 이행, 각종 밀수 등으로 북한을 돕고 있죠. 도움이 필요한 북한은 외교적 진전도 원치 않고 동시에 한반도 내 극한 긴장도 원치 않는 중국에 의지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 내용도 있습니다. 어떤 조건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호응할 수 있는 문제일까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서 어떻게 입장을 정리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트럼프 정권과 마찬가지로 북 핵 사안에 대한 실질적 진전을 볼 때, 바이든 행정부도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반대급부 없이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종전선언이 과연 북한에 얼마나 흥미로운 사안이냐는 건데요. 문 대통령은 언제나 종전선언이 정치적, 상징적 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와 경제적 지원, 협력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번 미한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이 만약 ‘싱가포르 합의문’을 대북 정책의 출발점으로 시작하자는 데 동의한다면, 북한에는 어떤 메시지가 될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탑다운’ 대북 외교에 회의적인 바이든 행정부가 일전에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인 메시지가 되는 거죠. 왜냐면, 김 위원장 스스로가 승인한 합의이니까요. 바이든 대통령이 만약 완전한 비핵화 진전에 대한 노력,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평화체제 구축, 미북 관계 정상화 등의 내용이 담긴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북한에 대한 기본 원칙으로 한다면 북한과 관련 내용을 또다시 합의하기 위한 대화는 필요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비교적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 이 합의문을 기반으로 이제는 더 구체적이고 굳건한 협상을 하면 되는데, 역시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가 되겠지요.

기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또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엇을 요청할까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 핵 문제의 진전을 보기 전까지는 계속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나 대규모 경제 협력을 추진하지 말아 달라고 할 겁니다. 또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안보 협의체 ‘쿼드’에 대한 최대한의 지지를 권장할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비록 그로 인해 한국이 중국의 심기를 크게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중국 견제를 위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쿼드’와 관련해서는 한국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비단 문 대통령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 한국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에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좀 더 고위급에서 공개적 행보를 보여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 제재 문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심지어 구체적 비핵화 사안에 동의해 발표할 성명이 있다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는 등의 정치적 제스처를 더 활발하게 보여달라고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대응에 대한 북한과의 협력, 대북 지원도 열려 있다는 것을 미국 측이 강조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이 부분은 사실상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죠.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 문제’를 우선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이번 미한 정상회담의 의제 가운데 하나가 될까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바이든 대통령은 당연히 북한의 인권 문제를 논의할 겁니다. 이미 여러 차례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 정책의 중요 사안으로 인권 문제를 언급했고요, 미 국무부, 유엔 차원에서 오랜 기간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북한이 인권 문제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도 인권 문제를 꺼내 들면, 북한이 미북 대화를 완전히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이 사안을 부각시키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고 아마도 ‘공동 성명’에도 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으로부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의 의미와 주요 의제,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