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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대북전단금지법 국제기준 부합"…일각에선 '답변 미흡' 지적


지난 2011년 12월 한국 임진각 망배단에서 탈북민 단체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리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한국 임진각 망배단에서 탈북민 단체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답변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한다며, 내용이 아닌 수단만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제재 부과의 비례성과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에 미칠 타격 등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제기한 우려에 대해 답변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9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보낸 서한을 통해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에 관한 법률 개정)에 관해 제기한 여러 우려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 유엔 인권 전문가 4명은 지난 4월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이 법의 모호한 표현과 과도한 처벌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한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요청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대북 전단과 다른 물품의 살포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신체에 지속적인 위협을 초래하고 있어 법적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답변서] “the scattering of leaflets and other items to the North is causing continued threats to the lives and bodies of border residents, necessitating legislative restriction.”

이런 입장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19조 3항에 명시된 것에 따라 국제법에도 부합한다는 설명입니다.

19조는 모든 사람이 간섭받지 않을 권리와 표현의 자유 권리, 수단과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할 권리를 명시하면서 3항에 예외 조건을 담고 있습니다 .

한국 정부 답변서는 “타인의 권리나 국가 안보 혹은 공공질서 보호”를 위해 필요할 경우 이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는 3항을 강조하며 이는 제한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답변서] “The freedom of expression under Article 19 (2) of the ICCPR may be subject to limitations if necessary to respect the rights of others or protect national security or public order, and through legislation which clearly defines the scope of the limitations,”

이어 대북전단금지법은 “모든 전단 살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만 제한한다”며, 이는 “입법 목적을 위한 최소한의 제한”으로 “광범위하게 법을 해석해 과잉처벌할 수 있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표현의 특정 수단에 대해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며 거듭 대북전단금지법이 국제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답변서] “It imposes minimum restrictions on specific means of expression, not on the essential content of 3 the freedom of expression, and thus meets the requirement of necessity under Article 19 (3) of the ICCPR.

앞서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제재 부과의 비례성과 처벌 기준에 대한 모호한 문구 사용 등 국제 기준에 위배될 수 있는 여러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모호한 표현이 시민사회 단체와 북한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가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한 과잉 처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시도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I)의 표현과 결사의 자유 보장에 반하고, 과잉처벌 금지의 원칙(principle of proportionality in punishment)에도 위배될 수 있다는 겁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앞서 VOA에, “인권을 제약하는 기준은 엄격해야 하고 균형과 필요의 원칙을 따라야 하며, 이에 대한 법률 용어는 정확하고 명확해야 한다”면서 “제재 부과의 비례성과 활동 금지에 대한 모호한 문구 사용 등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Any limitation to human rights needs to be strict and comply with the principle of proportionality and necessity,”

VOA는 12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게 한국 정부의 답변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이날 오후 현재 답변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 특별보고관들의 질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변서에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아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령 표현의 특정 수단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으로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현재 대북전단금지법에 근거해 정부가 허가한 라디오 방송 외에 민간인이 북한에 어떤 정보도 보낼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들은 정보를 보내는 수단을 다 막고 내용은 제한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동문서답과 같다면서 유엔도 납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법 전문가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한국 정부의 답변이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앞서 지적한 비례성의 기본 원칙 등 국제 기준과 너무 동떨어져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분석관] “사유가 있으면 그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긴 하지만 그것을 최소한의 필요성과 비례성을 따져서 하라는 것이 유엔의 기본적 원칙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수단만 통제할 뿐이란 논리로 최소 침해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대북전단금지법을 보면 그런 것을 초과했다는 것이 기본적인 유엔의 입장입니다.”

아울러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거의 3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 등 과도한 처벌 논란에 대해 한국 정부가 거듭 인용한 2016년 대북 전단에 관한 한국 대법원의 판례도 국제 비례원칙과 거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즉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 국가가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은 민사 소송에 따른 결과로, 당시 공권력의 일시적 행사 여부를 지적한 것인데 이를 근거로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고 비례성에 따른 합헌적 법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은 당시 대법원의 판결은 전단 제재에 대해 “제한이 과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한국 정부의 답변서에 이런 내용은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서한에서 우려한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이 미칠 잠재적 타격에 관해서도 한국 정부는 입장과 대안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특별보고관들은 당시 이런 우려와 함께 “유엔 인권옹호자 선언(UN Declaration on Human Rights Defenders)은 국가와 국제 차원에서 모두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하려는 개인과 단체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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