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의 지하철역에서 행인들이 로동신문을 읽고 있다.
북한 평양의 지하철역에서 행인들이 로동신문을 읽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폐쇄한 지 50일이 넘었습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기사가 처음 실린 건 1월22일입니다.

이 매체는 당시 국제면인 6면에 중국 우한에서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다며 중국 정부의 대응을 보도했습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점차 기사 수가 늘었습니다.  1월 26일에는 방역대책을 촉구하는 기사가 실렸고, 28일엔 관련 기사가 3건이나 게재됐습니다.

그러다가 1월 말 북한이 전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하면서 기사 수와 비중이 급속히 커졌습니다.

1월30일에는 `노동신문' 1면에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됐다는 소식이 크게 실렸습니다.  2월1일에는 방역 조치에 따르라는 사설을 1면에 게재하는 등 총 4건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당시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위생방역체계가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된 데 맞게 중앙과 도, 시, 군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를 막기 위한 사업이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노동신문'과 `중앙방송'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소식을 전했습니다.

주목되는 건 ‘위생선전’과 관련된 보도입니다. `노동신문'에 2월1일 게재된 사진을 보면 평양 평천구역 미래종합진료소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20여명의 주민들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한국의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는 이는 전염병 예방을 위한 일종의 주민교육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위생선전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에서 급성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주민들을 상대로 예방을 위해 의학상식을 알기 쉽게 소개해 주는 홍보사업입니다.”

위생선전은 평양은 물론 전국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은 2월21일 ‘위생선전 사업을 줄기차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위생선전 사업에 보건일꾼 69만명이 동원됐고 연 7천 396만 8천여 명의 주민이 청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신문'과 `중앙방송'의 보도 태도가 과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에 비해 적극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5월 북한에서는 돼지에게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내부적으로 이런 사실을 쉬쉬하고 있다가 6월10일 비로소 `노동신문'과 방송을 통해 발생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돼지열병은 그후 북한 전역으로 확산돼 평안북도의 경우 돼지가 전멸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반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로 보도하고 있다고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곽길섭 대표]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사람 간 전염은 안 되는데, 이번 코로나는 사람 간 전염이 빨리돼 죽을 수 있고, 그래서 정치적 확대회의를 열고, 국경도 가장 먼저 폐쇄하고, `노동신문'에서 보도가 많아지고..”

북한은 아직 단 한 명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춘복 북한 보건상이 지난 2월 18일 `조선중앙방송'에 나와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중방]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나 의진자(의심환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람들 속에서 해이될 수 있는 공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의 발표에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3월 13일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자신은 발병 사례가 있다고 꽤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이브럼스 사령관] “We can't say emphatically that they have cases, but we're fairly certain they do.”

영국 `BBC' 방송도 북한에 확진자가 있어도 검사기구가 없어서 이를 제대로 검진하지 못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과 `중앙방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아예 다루지 않는 분야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사안입니다.

북한에서는 1월 말 중국과의 국경이 봉쇄되면서 압록강대교를 비롯한 10여 개 북-중 출입로가 차단됐습니다. 그러자 양국 간 물자 흐름도 끊겨 400여개 종합시장과 장마당 물가가 급등했습니다. 특히 쌀과 옥수수(강냉이), 밀가루, 식용유 등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는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입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저와 어렵게 전화통화를 하는 내부 통신원들은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으나 병 걸려 죽으나 매 한가지니까 잡아가든 안가든 밀수를 해야겠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장마당의 물가 동향이나 주민들의 불만, 그리고 당국의 대책 등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갑자기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오르자 북한 내부에서는 민심이 나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월 말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리만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당 부위원장을 해임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당 중앙위원회는 이만건, 박태덕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현직에서 해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리만건과 박태덕의 해임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 간부 양성 기지에서 부정부패가 발생했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이유로 사건이 일어났는지 기본적인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에서는 상부에서 기사를 어떻게 쓰라는 지시가 내려오기 때문에 기자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북한 전문가인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곽길섭 대표] ”지침 정도가 아니고 보도 세부 내용과 전체 방향이 다 콘티가 내려오죠, 그럼 실무자가 다시 기안해서, 다시 올려서 보완해서, 북한의 모든 보도는 각본에 짜여셔 한다고 봐야 합니다.”

`노동신문'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서도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매체는 2월 22일 ‘모두가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자’는 제목의 기사에서 야외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나라 앞에 죄를 짓는 행위’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재룡 내각 총리는 물론 일반 주민들도 2월 중순부터는 흰색과 검은색,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월 말 정치국 확대회의를 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또 3월9일에는 함경남도에서 실시된 화력훈련을 지켜봤는데, 공개된 사진을 보면 장군들은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3월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마스크 미착용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AP' 통신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 윌슨센터 국장은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마치 신처럼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진리 국장]”Kim are treated above human population like almost God, putting mask suggest..”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는 코로나 전염병 사태와 관련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은 북한 매체가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자세로 전염병 사태 동향과 손 씻기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전염병 사태를 일반 주민의 입장이 아닌 정권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이라는 지적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