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몰수, 매각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몰수, 매각한 북한 선박 와이즈어네스트 호.

북한 국적자 등 33명이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대거 미 법원에 기소됐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 법무부의 북한 국적자 등에 대한 기소,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네, 실질적으로 이들 북한 국적자 등이 기소된 건 지난 2월인데요. 법무부는 이날 예고 없이 기소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기소장에는 북한인 28명과 중국인 5명의 위법 행위가 50쪽에 걸쳐 상세히 담겨 있는데, 위법 행위는 상당 부분 ‘대북 제재’와 관련돼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과 관련한 조치는 통상 국무부나 재무부가 해 왔는데, 이번엔 법무부가 나섰군요?

기자) 네. 미국 정부가 제재 지정이나 주의보 발령 등을 넘어 실질적으로 행동에 나섰다는 게 이번 조치의 가장 큰 의미입니다. 이번에 기소된 피의자들은 모두 미 재무부의 제재대상 기관인 북한 ‘조선무역은행’ 관계자들인데요. 단순히 직원으로 있었다고 해도 조선무역은행이 미국이 금지한 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되면서 이들도 함께 기소 명단에 오르게 된 겁니다.

진행자) 정확히 미국이 명시한 제재 위반 행위는 어떤 것들입니까?

기자) 피의자들은 ‘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대북제재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미국 달러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위법 사항입니다. 미국 달러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각종 불법 거래에 미국의 돈을 활용했고, 또 송금 등을 할 때도 간접적이지만 미 금융망을 이용했다는 겁니다. 미국은 각종 불법 활동에 미국 화폐를 이용하는 행위에 ‘돈세탁’과 ‘은행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이번 기소는 미 금융시스템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려는 북한의 역량을 방해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 검사는 밝혔습니다. 셔윈 검사는 또 미국은 불법적 활동을 통한 자금으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의 능력을 제한하는 데도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대북 제재 이행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해 왔는데요.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이런 지적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법무부는 이번 기소 이전에도 북한 해커나 중국과 싱가포르 국적의 대북사업가 등을 기소했습니다. 형사법이 아니더라도,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민사소송을 통해 압류한 것도 그 주체는 미 검찰, 즉 법무부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대화와 제제, 압박을 병행하는 대북정책 기조를 확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기소된 33명이 미 법정에 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죠?

기자) 네, 우선 이들에 대한 체포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들 33명이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과 중국 등의 정부가 미 법원의 법적 조치를 근거로 자국민을 체포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체포가 된다고 해도, 이들 나라들이 미국과 범죄인인도협정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으로 보낼 이유는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이번 기소 대상 피의자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활동했는데요. 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체포될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전문가들은 이들의 활동반경이 좁아진다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아닌 미국의 법체계를 존중하는 나라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겁니다. 유럽나라들이 대표적입니다. 또 이들이 다른 나라로 망명을 하거나, 정치적 상황 변화로 주재국과 미국의 상황이 개선되는 일이 생겨도 여전히 미 법원의 송환 대상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만큼 심리적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사실 이번 기소장 공개가 갑작스러운 면이 있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미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더 있을 수 있겠군요?

기자) 네, 앞서 말씀 드렸지만 미국 정부는 모든 기소 내용을 공개하진 않습니다. 이번에도 3개월이 지나 기소 사실이 공개됐고요. 또 앞선 다른 사건들도 대부분 실제 기소 시점과 공개 시점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현재 기소를 앞뒀거나, 이미 기소된 사건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 예로, 최근 미 법원이 대북 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은행 3곳에 대해 대배심에 자료 제출을 명령한 사실이 알려졌었는데요. 이런 사건들이 이후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겁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함께 미 연방 대배심의 북한인 기소와 관련된 내용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