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평양 만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지난해 4월 평양 만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북한 헌법상 최고 기관인 최고인민회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오는 10일 강행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교착 상태에 놓인 미-북 관계에 영향을 줄만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10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선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데 이어 열린다는 점에서 북한의 향후 대내외 정책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지난해 4월 열렸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대해 협상 시한을 그해 연말까지로 정하고 셈법을 바꾸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 맞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을 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도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조 박사는 지난해 말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김 위원장으로선 이렇다할 업적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가겠다고 한 ‘새로운 길’에 대한 구상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발표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메시지도 함께 밝힐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조 박사는 그러나 김 위원장이 교착 상태에 놓인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만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넘는 내용을 담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여러가지 면에서 봤을 때 그동안의 대외메시지의 톤도 그렇고 지금 판을 깨는 위험한 강수를 두기엔 좀 부담스럽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강력하게 미국을 비난하겠지만 그러나 협상의 판을 깨거나 전략적 도발을 확정적으로 예고하는 그런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여건은 조성되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와 관련한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면서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가 먼저라고 강조한 데서 보듯 현 상태에선 미국에 대해 새롭게 내놓을 메시지가 딱히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더욱이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메시지를 내기 보다는 미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임 교수는 예상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코로나 대응 때문에 집에 불이 난 거잖아요. 미국이라는 큰 집에 불이 난 상황에서 북한이 과거처럼 미국을 특정해서 보낼 수 있는 메시지는 많지 않다, 거의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임 교수는 다만 김 위원장으로선 오는 10월10일 당 창건 75주년을 성대하게 치르겠다고 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사항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대내 결속과 자원 동원을 위해서라도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연설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한 것은 새 대의원 선거를 치른 뒤 첫 회의였기 때문이었다며,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두 번째 최고인민회의가 열린 8월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 교수는 이번 최고인민회의가 대미 메시지를 낼 가능성보다는 향후 대미 협상을 준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지금은 북한이 본격적인 협상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보이는 거죠. 당장 협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내부적으로 협상 라인들을 구축하고 준비하는 단계를 밟겠죠. 왜냐하면 북한 외무상도 바뀌고 새로운 라인이 구축이 돼야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일부의 변동은 있을 수 있겠죠.”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달 한국 청와대에 대한 비난 담화와 트럼프 대통령 친서에 대한 답장 성격의 담화를 자신의 이름으로 잇따라 발표하는 등 대외관계에서의 역할이 크게 부각됐다는 점에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선 새 대미 협상 라인 구성과 관련 기구 개편 여부를 눈 여겨 볼 대목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리선권 대남 라인이 외무상으로 옮겨갔고 또 지금 처음 확인된 대남협상국이 신설이 됐기 때문에 큰 틀에서 대외담당 기구, 조직 개편 이런 부분들이 감지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이 부분이 어떤 형태로 공개가 될지, 또 김여정 부부장의 위상이 기구개편과 어떤 식으로 연계될지 그 부분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최고인민회의는 명목상의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매년 4월쯤 정기회의를 열어 헌법과 법률 개정 등 국가정책의 기본원칙 수립, 주요 국가기구 인사, 전년도 예결산과 올해 예산안 승인 등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통상 1년에 한 번 열리지만 2012년과 2014년 그리고 지난해엔  예외적으로 두 차례 열렸습니다. 특히 지난해엔 3월 실시된 대의원 선거에서 687명을 선출한 이후 4월과 8월 두 차례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