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포의 유류 저장시설 일대 북한 항구를 촬영한 11월 위성사진. 대형 유조선이 머무는 해상 유류하역시설이 비어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 남포의 유류 저장시설 일대 북한 항구를 촬영한 11월 위성사진. 대형 유조선이 머무는 해상 유류하역시설이 비어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 남포의 유류 항구에 최근 유조선들의 입출항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입출항 횟수뿐 아니라 유조선의 크기도 작아졌는데, 최근 석탄 항구의 운영이 중단된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개월 간 북한 남포 항구를 드나든 유조선은 10여 척에 불과합니다.

VOA가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를 통해 지난 8월20일부터 이달 20일 사이 남포의 유류 항구를

살펴본 결과, 구름 등에 가려 선박의 입출항이 확인되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 총 15척이 포착됐습니다.

이 중 12척은 육지에서 약 150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해상 하역시설에 정박했고, 나머지 3척은 일반 부두를 드나든 형태로 발견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이 항구를 드나든 26척에 비해 11척이 줄어든 것으로, 유조선 운항 횟수가 감소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운항 횟수가 줄어든 사실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선박들의 크기가 작아진 점입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올해 해상 하역시설에 드나든 선박들은 길이가 50m 이하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올 여름까지만 해도 목격된 유조선들의 길이가 대체로 100m 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입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북한 남포 해상 유류 하역시설에 정박한 대형 유조선들. (화살표 방향으로 시간 역순) 최근 3개월과 달리 대형 유조선들의 정박이 정기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남포의 해상 하역시설을 지목하며, 이 곳에 정박한 대형 유조선들이 촬영된 위성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해당 유조선들이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 선박들로부터 유류를 건네받은 북한 선박이거나, 직접 해외에서 유류를 실어 나르는 제3국 선박이라고 지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개월 동안 이들 유조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 이유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VOA는 북한의 대표적 석탄 항구인 남포와 송림, 대안 항 등에서 석탄을 실어나르는 선박들의 운항이 지난 8월 중순부터 끊겼다고 전한 바 있는데, 이번 사안과의 연관성도 관심을 끄는 대목입니다.

석탄 항구의 운영이 중단된 시점과 유류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이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가 모두 8월 중순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당시 석탄 항구의 움직임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이번 여름 발생한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광산이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북한의 석탄 수출이 동시에 멈췄을 가능성을 제기했었습니다.

현재 남포 등 석탄 항구들은 석탄 가루 등으로 인해 늘 검정색이었던 바닥이 밝은 회색 빛깔을 드러내는 등 여전히 운영이 중단된 모습입니다.

과거 중국에서 석탄 무역업에 종사했던 탈북민 이현승 씨는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유조선 급감 현상과 석탄 수출 중단 사이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씨] “외화가 없으니까 석탄 수출이 줄어든 것 때문에 석유를 사올 수 있는 외화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수입량이 줄어들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39호실 산하 대흥총국의 선박무역회사 사장과 무역관리국 국장 등을 지냈던 리정호 씨의 아들이자, 탈북 직전까지 관련 업계에 몸담았던 이현승 씨는 석탄 수출과 유류 수입을 통상 같은 회사들이 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석탄 수출로 외화를 벌지 못한 회사가 유류를 사들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이 씨는 북한의 유류 수입 경로가 러시아에서 (동해 지역으로) 반입하거나, 열차를 이용해 중국에서 들여오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을 북한의 전체적인 유류 수입 중단으로 볼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유류 저장시설을 크게 늘린 사실과 유조선이 줄어든 현상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도 주목됩니다.

만약 북한이 비축할 수 있는 유류 저장시설을 운영 중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유류를 확보한 상태라면 과거만큼 유조선들이 활발히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북한 남포의 유류 저장시설 지대 인근에 또 다른 저장시설 3개가 들어서고 있는 모습. Google Earth / Maxar Technologies

실제로 북한은 지난 7월 남포의 유류 저장시설이 밀집한 지역에서 서쪽으로 약 700m 떨어진 곳에 새로운 저장시설인 유류 탱크 3개를 완공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지름이 약 30m, 높이 10m의 초대형입니다.

북한은 2018년에도 이 일대 새로운 유류 저장시설을 만드는 모습이 관측돼 왔는데, 이에 따라 기존 20개이던 유류 저장시설이 불과 2년 새 최대 26개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당시 VOA에 북한이 제재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국장] “Knowing that smuggling could be…”

유류 밀수입이 언제든 막힐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북한이 제재 회피 등 관련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유류 저장시설을 확충하고 있다는 겁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도 제재로 인해 북한은 충분한 유류 공급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했을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저장시설을 더 만들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대북 결의에서 북한에 반입될 수 있는 유류, 즉 정제유 양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각 유엔 회원국이 월 단위로 이를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이 선박간 환적 등 불법적 방식으로 상한선이 넘는 정제유를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