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대형방사포가 등장했다.
14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대형방사포가 등장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제시한 최첨단 무기도입과 무력 증강 노선을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미국의 군사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대회에서 열거한 신무기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이를 북한의 군사 전략을 가늠하는 유용한 지표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언급한 각종 무기 체계에 대한 기술적 분석과 북한의 개발 역량에 대해 들어 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군사력 강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전술핵무기와 핵잠수함,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초음속활동비행전투부, 군사정찰위성과 같은 각종 첨단무기를 열거했습니다. 북한 기술력으로 개발할 수 있는 무기들입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매우 야심찬 계획을 담은 긴 목록입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종류가 너무 많고 다 개발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마 10~20년 정도 걸릴 장기적 야심입니다. 다만,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몇 년 내에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액체연료 미사일에 비해 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 선제타격하기 훨씬 어려운 고체연료 ICBM을 만드는 게 북한의 오랜 목표였고, 이미 최근 몇 년간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으니까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초대형 방사포 KN-25 모두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했는데, 그전까지 액체연료 미사일이 주를 이뤘던 것을 고려할 때 큰 발전입니다. 하지만 고체연료 기반 단거리 미사일에서 장거리 미사일로 바로 도약하기는 어렵고, 중간단계를 거칠 겁니다. KN-15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북극성-3형 보다 크고 멀리 날아가는 고체연료 미사일 형태가 될 것입니다. 2~3년 뒤 정도면 시험할 수 있다고 예상해 봅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

기자) 북한의 다탄두미사일 기술에 대해선 이미 여러 분석이 제기된 바 있는데요.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윌리엄스 부국장) 다탄두는 하나의 표적에 여러 개의 핵탄두가 떨어지는 MRV 방식과 여러 개의 핵탄두가 각기 다른 목표물을 공격하는 MIRV방식이 있는데, 후자는 우주에서 개별 탄두를 목표지점에 정확히 떨어뜨리는 후추진체, 즉 PBV 기술이 필요합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 가령 미사일 1기로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시애틀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종 낙하 단계에서 탄도미사일 궤도를 그리지 않기 때문에 미사일방어체계 관점에서 볼 때 예측이 어려운 무기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추구하는 다탄두미사일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MRV에 가깝습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초대형 ICBM이 실제로 작동하는 미사일이라면, (외관상) MRV로서의 추진력과 투사 중량, 탑재 용량은 갖췄다고 하겠습니다.

기자) 하지만 김정은이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특정한 것을 보면, MRV가 아니라 MIRV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 로켓의 재진입체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북한 탄도미사일 시스템의 약점이죠. 북한은 ICBM 발사를 고각으로만 진행했습니다. 훨씬 비스듬하게 대기권으로 떨어지며 더 큰 마찰을 견뎌야 하는 실제 재진입 실험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MIRV는 더 진전된 재진입체 기술은 물론, 훨씬 정교한 유도장치와 타격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그런 능력을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할 것이라는 데 저는 회의적입니다. 게다가 중국, 러시아 등은 미사일을 거대한 자국 영토를 거쳐 태평양 쪽으로 발사할 수 있는 반면, 북한은 충분한 사거리를 확보할 수 없다는 (영토상의) 한계가 있습니다. 주변국 상공을 통과하는 시험 발사는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고요. 결국 북한이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보다 현실적인 발사 궤도를 시험할 때까지 해당 역량을 증명하긴 어려울 겁니다.

기자)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를 개발 도입하겠다는 북한의 발표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기술을 활용해 비교적 단기간 내 개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실제로 그럴까요?

윌리엄스 부국장)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는 새로운 종류의 탄두로, 미사일이 대기권 상층부에 오르면 분리돼 급강하한 뒤 마하 5 이상의 고속으로 활공 비행합니다. 최근에야 미국, 중국, 러시아의 경쟁이 본격화됐는데, 중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고 미국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습니다. 중국은 DF-17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아직 배치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가 배치했다고 밝힌 아방가르드 ICBM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고요.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의 큰 기술적 과제는 엄청난 열을 견디는 능력입니다.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강도의 열과 마찰을 심지어 더 오래 견뎌야 합니다. 주요 강대국들이 이제야 관련 기술을 습득해 가는 이유는 그런 자재를 만들 수 있는 재료 과학과 초고온세라믹스 부문에서 진전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그렇게 뛰어난 산업 기술을 확보했다면 저는 정말 놀랄 겁니다. 엄청난 방위산업 노력이 필요하며, 중국과 미국도 아직 미흡한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기자) 만약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 기술을 확보한다면 기존 미사일방어망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닌가요?

윌리엄스 부국장) 탄도미사일의 속도를 내면서도 훨씬 저공비행을 하므로 추적이 어려운 무기로 이해하면 됩니다. 멀리서부터 포착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는 아주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지상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유도 조종 기능까지 갖췄기 때문에 기존 미사일 방어망에 큰 어려움을 안깁니다. 미사일방어체계는 탄도를 예측해 미사일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원리인데, 조종되는 미사일에 대해선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요.

기자)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북한이 언급한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는 ICBM 등에 장착하는 게 아니라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미사일에 적용하는 탄두부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좀 다른 개념 아닌가요?

윌리엄스 부국장) 그게 더 실행 가능한 계획이라고 하겠습니다. 러시아가 처음 선보인 소위 극초음속 무기인 ‘킨잘’은 전투기에 실려 공중에서 발사되는데 본질적으로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입니다.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비행하는 미사일은 전부 극초음속이고 모든 탄도미사일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는 대기권을 가르며 날아간다는 점에서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ICBM과 구별됩니다. 북한이 언급한 극초음속 미사일이 기존 이스칸데르(KN-23)를 좀 더 조종 가능한 무기로 만들겠다는 의미라면 보다 합리적인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조종력은 실제 극초음속 활공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북한이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시옷)’이라고 적힌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기자)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능력에 대해선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혔는데요.

윌리엄스 부국장)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보다 소음이 훨씬 적고 매우 오랫동안 수중항해가 가능하며 작전 반경도 넓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확보할 가치가 있다고 느낄 겁니다. 하지만 개발하기 매우 어려운 기술입니다. 인도도 핵추진 잠수함 ‘아리한트’호를 개발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러시아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으면서도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북한은 이미 오랫동안 핵기술을 축적해왔고 핵연료를 생산해왔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가 관건입니다. 얼마나 작고 안전하게 만드느냐가 핵심인데 이 역시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기자) 그런 첨단 무기를 개발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 텐데 북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과연 현실성이 있는 계획인지 의문을 제기할 만합니다. 그동안 북한의 무기 개발 과정을 지켜보시면서, 이런 한계가 군사력 강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은 매우 적은 비용으로 그런 것들을 개발하는 독특한 능력을 보여왔습니다. 자국 인력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공산주의 경제의 특성상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국내에서 제작하지 않는 한, 관련 기술과 원자재 등을 외부에서 도입해야 하고, 그 순간부터는 세계 경제에 노출돼 큰 비용이 들기 시작하죠. 게다가 국제 제재를 받으며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더 커집니다. 북한과 거래를 원하는 누군가를 암시장에서 찾아야 하니까요. 물론 일부 첨단 기술을 주고받는 암시장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북한은 이런 형편 속에서도 액체 연료 ICBM을 만들었습니다. 고유의 창의성과 외부 지원, 매입 등을 통해 역설계하는 방식을 성공시킨 거죠. 북한과 국내총생산이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르완다나 부룬디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ICBM을 개발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부문에서 독특한 나라입니다.

기자) 바로 그런 이유로 북한이 그동안 선보인 첨단 무기가 실제로는 모두 수입품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단기간 내에 성능 개선이 이뤄지고 새 무기를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가설인데요. 일리가 있다고 보시나요?

윌리엄스 부국장) 그래도 북한 무기는 외국산과 뭔가 다른 점을 보였습니다. 가령 화성-15형이 외형상 다른 모습인 것처럼, 적어도 어떤 것들은 자체 제작과 생산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로켓 엔진은 외국에서 들여왔습니다. 주체사상을 강조하는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전반이 외국 기술에 기반을 둔 것은 역설적입니다. 저는 북한의 자체 기술과 외국 기술이 둘 다 포함돼 있다고 보는 쪽입니다. 스커드 미사일을 기초로 노동 미사일을 만들었고, 외부에서 엔진을 들여와 부피를 키운 뒤 여러 엔진을 묶어 대포동, 은하 계열로 진화시켰습니다. 또 러시아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R-27’을 아마도 중국에서 들여와 무수단 미사일 개발에 이용했고요. 원래는 자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제작에 활용하려 했지만, 중간에 계획을 바꿨죠. 그리고 화성-12형 엔진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제 (RD-250)입니다. 이처럼 북한은 외국산 무기를 들여와 개량하거나, 적어도 자체 생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중 화성-12형과 15형 계열처럼 성공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R-27’의 엔진을 활용한 무수단 계열처럼 실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북한의 첨단 무기는 이런 요인이 복합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각종 첨단 무기 개발 현황을 대내외에 과시한 데 대해 미국 등은 어떤 메시지를 읽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윌리엄스) 모든 것을 감안할 때 북한이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열병식에서 무엇인가를 선보이는 것은 선전·선동의 측면도 있지만, 적어도 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여주는 유익한 지표가 된다고 봅니다. 북한이 단기간 내에 그런 목표를 모두 달성하진 못하겠지만 그들의 진행 방향을 제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열거한 각종 첨단무기와 북한의 기술력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