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북한 평양에서 '태양절'을 맞아 '빛의 축제'가 열렸다.
지난달 19일 북한 평양에서 '태양절'을 맞아 '빛의 축제'가 열렸다.

대북정책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한 정상회담이 임박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내부 역량 키우기에 집중하면서 회담 결과에 따라 도발을 준비하려는 ‘정중동’의 행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 시간으로 22일 새벽에 열릴 예정인 미-한 정상회담은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윤곽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으로서도 지대한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회담이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일 3건의 대미·대남 담화를 내놓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과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북한은 이후 별다른 대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고 관영매체들도 최근까지 사상 통제와 경제 성과 등 내부 문제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달 초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하고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 행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전에도 내부 행사와 경제 현장 방문 등 올해 들어 대내 행보에만 집중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김덕훈 내각총리가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와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을 위한 대상건설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김 위원장이 천명한 자력갱생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면서 구체적인 미국의 대북정책 내용과 미-한 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리는 국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에 선을 그으면서도 최대한 유연한 접근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를 아주 접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신 센터장은 도발 없는 침묵이 그런 기대감을 엿보게 한다며 다만 북한 매체들이 관련 보도를 삼가고 있는 배경엔 김 위원장의 2018년~2019년 정상외교 실패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에 미국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있어요. 2018년에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하면서 주민들의 사상이 해이해졌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죠. 지금은 체제 단속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자력갱생의 길을 걸어보고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의 최종 선택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도발에 나서지 않으면서 경제난 타개에 집중하는 모습을 연일 보도하는 것은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해 ‘강대강’ 보다는 ‘선대선’으로의 관계 정립을 바란다는 유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서 제재 완화라든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관계 맺음을 하고 싶다, 그런 메시지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지금 현재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고 거기에 대해서 북한에 설명을 하겠다, 그리고 유연한 접근을 하겠다고 하니까 그런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이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 보다는 내부 역량을 다지면서 도발의 명분을 쌓고 도발의 시기를 모색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이미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제재, 인권문제 부각 등 북한이 중시하는 사안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김 교수는 따라서 올 초 8차 당 대회에서 예고했던 신무기 개발 또는 이달 초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밝혔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나 남북군사합의 폐기 같은 도발 행위에 나서는 데 명분 쌓기용으로 정상회담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지금 한-미 정상회담이라든가 미국의 대북정책이 공식화 안된 입장에서 이건 이미 그것이 큰 틀에서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북한 스스로가 잘 알고 있고 그런 뜻에서 보면 무시라고 할 수도 있고요, 또 한편으론 자신들의 내부적인 것이라든가 경제적 문제에 매진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난 다음에 또 대북정책이 발표되고 난 다음에 실제 그것에 대한 정확한 행동에 대한 명분이나 정당성을 가진 다음에 행동을 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도 미-한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기대라기 보다는 관망으로 보인다며, 도발의 시점을 저울질 하되 내부 역량을 키우기 위해 도발까지의 시간을 길게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박형중 박사는 북한이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한국 정부가 이제 막 새 대북정책을 꾸린 바이든 행정부로 하여금 대화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할만한 영향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미국 정부가 일단 첫 출발을 한 것이고 그 다음에 내년에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면 한국의 정책도 바뀔 가능성도 있고 지금 시간이 좀 애매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하면 내년이 돼야지 한반도를 둘러싼 힘의 재편성, 정치적 의지의 재편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되느냐를 놓고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화 의지가 강하게 발신될 수 있지만 북한이 만족할 내용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며, 이 때문에 북한은 8월 미-한 연합훈련 등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면서 행동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