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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유엔 대북제재위원 "북한 개별방문, 제재 위반 소지...여행보험 가입도 어려워"


북한 평양.
북한 평양.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한 제재 전문가가 한국 정부의 ‘북한 개별방문’ 제안에 대해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행 과정과 여행자보험 가입 시 달러가 오가거나 제재 대상 기관이 관여할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또한, 북한의 관광 사업과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연계성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드러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또다시 추진 의지를 밝힌 북한 개별방문이 불필요한 제재 위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위원은 2일 VOA에 “북한 여행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달렸다”며 “북한 여행과 관련된 어떤 회사든 북한 측에 달러로 대가를 지불한다면, 미국 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정부에 의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 “It depends on how the trips would be carried out. For example, the UN financial sanctions measures prohibit all US dollar-based transactions involving the DPRK Government and the Workers’ Party of Korea. If any company related to the trips would pay to the DPRK in US dollars, the company would most likely be violating the US laws and will be punished by the US Government.”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2011년 10월부터 2016년 4월까지 4년 반 동안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후루카와 전 위원은 “유엔의 금융 제재 조치는 북한 정부와 노동당이 연루된 모든 달러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한, “달러 거래 금지는 여행 관련 티켓뿐 아니라 (여행자)보험에도 적용된다”며 “2008년 7월 11일 금강산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전례에 비춰 볼 때 북한을 여행하는 개인은 필수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 “The payment relates not only to the travel tickets but also to the insurance coverage as well. I presume that the individuals travelling to the DPRK would require the provision of insurance service in light of the precedent where a ROK tourist to Mount Kumgang was shot to death by a DPRK soldier on 11 July 2008.”

아울러 “여행 중 미국이나 유엔에 의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어떤 단체와 관여해도 미국 제재나 유엔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며 북한 국영 보험사인 ‘조선민족보험 총 회사’를 예로 들었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 “In addition, it should be noted that an involvement of any entity designated by the US and/or the UN in the trips would also constitute a violation of the US- and/or UN sanctions, for example, Korea Foreign Insurance Company is sanctioned by the UN”

앞서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코로나19가 완화되면 금강산에 대한 개별방문부터 재개한다는 목표로 제반 사항들을 착실히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관광이 중단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금강산에 가보고 싶어 하는 우리 국민들은 많다”면서 “남북 간 인적교류의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밝히면서 이를 위해 제재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후루카와 전 위원은 북한 여행의 수익금이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엘리트 계층을 뒷받침하는 김정은 정권의 군수경제와 궁정경제로 직접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북한 매체가 공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2021-2025)은 국가 경제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조하고 관광사업 활성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 강화, 핵 선제 및 보복타격 능력 고도화,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 “According to the Korea Central News Agency report, in the DPRK’s 2021-2025 five-year national economic development plan, the Workers’ Party of Korea determined the central control of the national economy by the State. The new five-year plan reiterates a number of unaccomplished goals from the previous plan, including boosting tourism. The same plan also called for further strengthening nuclear deterrence against the United States, to continue to enhance the DPRK’s capabilities for “preemptive nuclear strike” and “retaliatory strike” and to modernize the country’s conventional forces in order to convert the military into a sophisticated “high-tech elite force.”

그러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강화 정책이 관광 사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 부문과 연계돼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 “Clearly, in the new five-year plan, the DPRK’s policy to strengthen the nuclear and missile programmes is aligned with the economic growth of all industrial sectors which include tourism sector.”

후루카와 전 위원은 지난해 5월 VOA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 정부가 독자 제재 조치를 해제해도 미국 제재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부분의 제재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독자적 여행 금지를 해제할지 말지를 결정할 모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도 “북한을 여행할 경우 관련 제재에 따라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한국인 여행자들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32항에 따라 대북 무역에 대한 공적·사적 금융지원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당시 후루카와 전 위원은 “여행은 ‘서비스 무역’에 포함되고, 보험금 지급은 ‘공적·사적 금융지원’에 포함돼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 북한 여행자보험을 들 수 없다”며 “여행자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북한을 방문하는 데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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