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바이든 대통령 비난 등 잇단 담화


리병철(붉은 원 안) 북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을 수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리병철(붉은 원 안) 북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을 수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연이어 담화를 내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직접 겨냥해 불만을 쏟아내는 등 미-북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27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자위권에 속하는 정상적인 무기시험을 두고 미국의 집권자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며 대북 적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낸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미국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자위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며 도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또 “미국의 새 정권이 첫 시작을 잘못 떼였다고 생각한다”며 “앞뒤 계산도 못 하고 아무런 말이나 계속 하는 경우 미국은 좋지 못한 일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불만을 쏟아낸 겁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5일 개량형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이 긴장 고조를 택한다면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대남 대미 비난담화에 이어 자신들의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빚어진 국제사회 비난 여론에 대응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리 부위원장의 담화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 담겨 포괄적 대북정책을 검토 중인 바이든 행정부와의 초기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리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북한 군인이 달 수 있는 최고 계급인 ‘원수’로 초고속 승진했고, 군사 부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이은 2인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담화는 사실상 김 위원장의 의중을 담은 메시지로 여겨집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별 문제 삼지 않았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원칙에 기초한 사뭇 다른 반응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은 어떻든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기준에 대해서 초기 기싸움을 통해서 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자위권 강화 차원에서 이것을 고수하겠다, 그러니까 소위 신종 무기 개발이라든가 전략무기에 포함되지 않는 무기라도 북한이 자체적으로 국방과학기술 정책에 따라서 추진되는 것에 대해선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것을 초기 쐐기박기용으로 발언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리 부위원장의 담화는 미-한 군사연습을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무력 증강 행위가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는 논리를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당과 정부가 국방력 강화를 위해 제시한 국방과학정책 목표들을 관철하기 위한 하나의 공정’이라는 담화 내용도 그런 맥락이라는 설명입니다.

신 센터장은 그러나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탈퇴하고 핵 개발에 나서면서 유엔의 제재를 받게 된 맥락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다른 나라는 재래식 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같은 것을 개발해도 문제가 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핵개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엔으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는 거죠. 북한은 자신들의 재래식 군사력 개발을 핵 개발을 하지 않은 다른 국가와 일반화시킴으로 해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그 전제가 잘못된 거죠.”

북한은 또 자국의 미사일 발사 문제로 유럽 국가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키로 한 데 대해서도 반발했습니다.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유엔 안보리 소집에 대해 “주권국가의 자주권에 대한 침해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한 군사연습이나 미국의 시리아 침공, 프랑스 등 각국의 다양한 발사체 발사에는 함구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만 문제삼는 것은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 등 안보리의 유럽 5개 이사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30일 비공개회의를 열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국제사회 비난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대미 비난 강도도 세지는 추세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김정은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미국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대북정책 검토가 발표되고 그것이 북한이 최종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나 또 다른 유형의 도발을 할 것이고 그 정도 수준에 가서 김정은 담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이 강도를 높이고 있는 대미 압박 행보는 한국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김진아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실질적인 표적은 한국이라며, 한반도 긴장 조성을 통해 동맹간 막바지 대북정책 협의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도록 우회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아 실장] “한국에서는 군비경쟁으로 가는 것 보다는 신뢰 구축으로 가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이 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같이 협의할 때 조금 더 북한에 전향적인 대화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만들어달라는 그런 교량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왜냐하면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는 달리 동맹국과 같이 협의해서 대북정책을 정할 것이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번 주 후반 열릴 예정인 미-한-일 안보실장 회의를 거쳐 다음달 중엔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민 박사는 북한의 조기 추가 도발 여부는 미국의 향후 반응에 어느 정도 달려 있다며, 미국이 강경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발표될 때까지는 일방적으로 도발을 강화하고 나설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