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 만수대언덕에서 노동계급과 조선직업총동맹(직맹)원들의 궐기모임이 열렸다고, 30일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북한 평양 만수대언덕에서 노동계급과 조선직업총동맹(직맹)원들의 궐기모임이 열렸다고, 30일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북한이 최근 미-한 정상회담에서 미-한 미사일 지침을 종료한 데 대해 자신들을 향한 적대행위라고 반발했습니다. 비록 개인 명의의 글로 입장을 밝혀 수위를 조절한 의도가 보이지만 미국과 한국을 싸잡아 비난함으로써 미국과의 대화에 조기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 명의의 ‘무엇을 노린 미사일 지침 종료인가’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미-한 미사일 지침 종료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이 논평은 지난 21일 열린 미-한 정상회담 이후 관영매체를 통해 나온 북한의 첫 반응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이 북한의 자위적 조치들을 유엔 결의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한 미사일 개발 권리를 허용하고 있다”며 “미국이 매달리고 있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인 동시에 파렴치한 이중적인 행태를 스스로 드러내는 산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많은 나라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 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북정책 기조들이 한갓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미사일 지침 종료의 목적이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군비경쟁을 조장해 북한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데 있다”며 “주변나라들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합법적으로 실현하려는 속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오산”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과녁은 한국 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 미국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미-한 두 나라를 동시에 겨냥해 “미국과 한국 당국이 추구하는 침략 야망을 명백히 드러낸 이상 북한의 자위적인 국가방위력 강화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소리가 없게 됐다”면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지역나라들의 조준경 안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 밀었다”며 “일을 저질러 놓고 이쪽저쪽의 반응에 촉각을 세우고 엿보는 비루한 꼴이 역겹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반응은 개인 명의의 논평이라는 형식으로 나와 외무성 고위 당국자나 대변인 등 명의의 담화보다는 비난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은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가원수에 대한 매우 부적절한, 예의없는 언행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서욱 장관] “북한에서 이제 얘기한 것은 어떤 공신력 있고 책임 있는 당국자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미-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한 상황에서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조기에 대화에 나서기 보다는 기싸움을 더 벌이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특히 실용적 접근, 최대 유연성 같은 표현들을 꼭 집어서 이를 권모술수라고 이야기한 것은 지금 당장 미국과의 대화에 나올 생각이 없다라는 그런 입장으로도 볼 수 있어요. 제 판단으론 당분간 대미 압박을 지속해서 미국의 더 구체적인 조치를 끌어내려는 그런 모습으로 읽히는 게 있고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다만 북한의 이번 반발이 가장 낮은 수준의 형식을 띠었다는 점에서 판을 깨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며 북 핵 문제의 단계적 접근방식을 표방한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 놓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미-한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관련해 언급된 사안들 가운데 미-한 미사일 지침 종료 조치를 우선 문제 삼은 데 대해선 추후 있을 수 있는 자신들의 도발 행위의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이미 지난 1월 8차 당 대회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전술핵무기 개발을 위한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도발 가능성을 자위력 차원이라는 명분으로 열어놓았다는 평가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이번에 미국의 이중적인 정책이라고 얘기를 했다는 말이죠. 그리고 자기들이 핵 미사일을 개발한 게 정당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주고 앞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자기들이 도발을 하더라도 명분을 한국이나 미국에 돌릴 수 있는 그런 구실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번 논평을 통해 북한이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을 자신들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하려는 셈법이 읽힌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논평 내용 가운데 미-한 미사일 지침 종료가 주변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대목은 중국에 대한 위협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전 박사는 북한이 이를 통해 한-중 관계의 틈을 벌리는 동시에 북-중 관계를 강화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완화되고 그러면 그것이 사실 중국에게도 내심 불편한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고 결국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한국이 동참하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도 중국 측에 있는데 지금 중국은 어쨌든 한-중 관계를 고려해서 얘기하고 있지 않은데 그것을 북한이 대신 얘기를 해줌으로써 북-중 관계의 긴밀함 이런 것들도 한편으로 노리는 그런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문성묵 센터장은 북한이 이번엔 미사일 지침 문제로 시비를 걸었지만 추후 미국이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고 시간만 끌려고 한다는 판단이 서면 인권 문제 거론이나 대북 제재 유지 등 다른 정책 기조에 대한 비난과 함께 한반도 정세의 긴장 수위를 높이려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