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울의 청와대.
한국 서울의 청와대.

한국 당국은 최근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탈북민 단체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가면서 신속하고 엄정한 사건 처리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로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이 미-한 간 대북정책 막판 조율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경찰은 6일,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이 사건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부겸 한국 국무총리 후보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국민을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또 “그동안 어렵사리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판문점선언에 위배된다”며 단호한 법 집행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부겸 총리 후보자] “남북의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우리 모두의 국가적인 이익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해선 안될 것이고 여기에 대한 법 집행은 단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3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 법률인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후 첫 위반 행위에 대한 단호한 법 집행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대북정책 막판 조율 과정에서 대북 전단 문제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사건 여진을 최소화하고 혹시 모를 추가적인 전단 살포 행위를 방지하는 두 가지 목적이 신속 수사의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요. 또 미국이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친 상태이고 또 북-미간 대화 재개냐 아니면 교착 국면 장기화냐라는 문제까지 얽혀있는 상황이거든요. 이미 대북 전단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 성격을 떠나서 이미 실정법 위반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신속한 수사는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원칙적 수준이라고 볼 수 있고요.”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대북 전단 살포 사실이 공개된 지 이틀만인 지난 2일 탈북민 단체와 한국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담화를 내고 보복 행위를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따른 수사에 대한 한국 내 반발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0여개 시민단체들과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김태훈 회장은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법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며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김태훈 회장] “북한 인권의 가장 열악한 문제점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북한 주민 알 권리 봉쇄에 설상가상으로 북한 인권 침해를 방조하는 법이다 이것은.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조속히 대북 전단 금지법의 위헌과 무효를 선언해야 된다는 것이죠.”

김 회장은 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인권 문제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수사가 미-한 간 대북정책 조율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대북 전단 수사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한다고 해서 북한의 태도가 변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전단 문제가 북한 정권에 예민한 사안이긴 하지만 북한이 한국에 원하는 이른바 근본 문제는 첨단무기 도입 중지나 미-한 연합훈련 중단 등 훨씬 포괄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김 전 차관은 한국 안팎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법 취지를 고려한 보다 차분하고 정교한 수사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한-미간에 서로간 좀 대립되는 사안인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문제 이것 자체가 이슈로 부각되면 아무래도 한-미간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데 있어서 썩 긍정적인 기여는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 부분은 조금 저 정교하게 다룰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지난달 한국 법으론 이례적으로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에서 다뤄진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대북 전단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과 연결지어 경계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강원 고성군의 방역 현황을 소개하며 “주민들이 사소한 비정상적인 현상도 발견하는 즉시 해당 기관에 통보하도록 각성시키는 사업을 강하게 내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한국과의 접경지역으로 풍선을 이용한 대북 전단 살포의 사정권에 들어있는 곳입니다.

‘노동신문’은 6일에도 “바람에 의해 이상한 물건이 날려가는 것을 목격했을 때도 이를 순수 자연현상이 아닌 악성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공간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사실상 대북 전단에 대한 주민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경고로, 실제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북한 당국의 초긴장 상태를 반영한 내용이면서도 대남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대북 전단에 대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일단 나왔고 그리고 다음에 어떤 군사적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고 경고했기 때문에 이렇게 콕 집어서 바람에 날리는 대북 전단을 의미하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결국 이 부분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명확한 태도나 행동을 취할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거죠.”

앞서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29일 비무장지대와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 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미화 1달러 지폐 5천장을 대형 기구 10개에 나눠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