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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한인권재단 출범, 법 제정 후 5년째 지지부진…야당, 재단이사 5명 단독 추천


지난 2018년 6월 폐쇄된 서울의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이후 아직까지도 재단의 정식 출범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폐쇄된 서울의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이후 아직까지도 재단의 정식 출범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5년 전 여야 합의로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규정된 북한인권재단 구성을 위해 오늘(24일) 야당 몫의 재단 이사 5명을 단독으로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집권여당은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 등의 정무적인 이유를 들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재단 출범이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24일 북한인권법에 규정된 북한인권재단 구성을 위해 이사 5명을 단독 추천했습니다.

추천된 사람들은 통일부 차관을 지냈던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과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상임대표,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마수현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상임위원 등입니다.

이 당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국회 의안과에 추천서류를 접수한 뒤 “통일부 장관이 전혀 의지가 없고 여당도 여당 몫 이사를 추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더 기다릴 수 없어 먼저 추천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재단은 지난 2016년 3월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북한인권 실태 조사 등 북한 인권 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 수행을 위해 설립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재단을 설립하려면 12명 이내 이사를 두도록 돼 있는데,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가 각 5명씩 추천하게 돼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수차례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지만 이를 묵살해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당의 조태용 의원은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북한인권법의 핵심 내용이라며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법 이행을 하지 않는 것은 한국 국민과 북한 주민들, 세계 인권커뮤니티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태용 의원] “인권 문제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핵심이 되는 가치입니다. 북한이 조금 불편하게 생각하더라도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제대로 된 민주국가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하고요. 북한에 제기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통과된 북한인권법을 이행하는 이것 조차도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도대체 대한민국이기를 포기하는 그런 일이라고 보여지는 것이죠.”

야당의 이사 단독 추천으로 법 제정 후 5년을 끌어 온 북한인권재단 출범 문제를 놓고 여당 쪽으로 공이 넘어간 형국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인권 중시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 등 정무적 사유를 고려해 재단 출범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외통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야당의 이사 단독 추천에도 민주당은 기존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호 의원] “당연히 인권에 대해서는 저희가 가장 중시하고 있습니다만 남북관계에선 정무적인 여러 가지 다양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 때문에 지금 우리가 논의를 시작하지 않는 것 같고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 기조 위에서 북한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통일부도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소극적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야당의 이사 단독 추천과 관련해 “국회가 뜻을 모아주면 재단 출범을 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통일부 장관 몫인 이사 2명에 대한 추천도 여야 합의가 이뤄졌을 때 하겠다는 겁니다.

앞서 통일부는 재단 출범에 대비해 서울 마포구에 미리 마련했던 재단 사무실을 지난 2018년 예산 절감을 이유로 폐쇄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에선 그동안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남북관계 개선 문제와 국제사회의 보편가치이면서도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 사이에서 긴장이 있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국제사회는 보편가치를 우선하지만 한국 정부는 특수가치, 남북관계라는 게 중요한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보편가치를 추구하는 국제사회와 보편가치와 남북관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각 정부의 딜레마가 있었고 그게 인권재단의 공식적 출범의 제약으로 작용한 거죠.”

강동완 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북한인권재단 문제를 놓고 생각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임기 마지막 해에 뭔가 성과를 내려는 현 정부의 의지가 있을 것이고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서 정부가 지금 북한과 협상이 필요한 시점인데 굳이 이런 시점에 여당이 북한인권재단 운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지는 않고요.”

강 교수는 이 때문에 5년을 끌었던 북한인권재단 출범 문제가 앞으로도 당분간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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