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넉 달만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 내부의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또 이번 당 전원회의 안건에 국제정세 분석과 당의 대응 방향 문제가 포함돼 김 위원장이 대외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6월 15일에 열렸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6일 보도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올해 3번째 전원회의로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한 해에 전원회의가 3번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이 계획에 미달돼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당 회의 석상에서 식량난을 공식 언급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농사를 잘 짓는 것은 현 시기 인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성과적으로 다그치기 위해 당과 국가가 최중대시하고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전투적 과업”이라며 “전 당적, 전 국가적 힘을 농사에 총집중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적극적인 대책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내 식량 사정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주요 곡물 가격이 이달 들어 폭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 북한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15일 현재 북한 평성 지역 쌀 가격이 1kg 당 7천원까지 치솟았고 일반 주민들의 주식인 옥수수 가격도 1kg 당 4천450원을 기록하는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제가 기억하는 범위에서 시장이 형성돼서 최고 가격입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전원회의에서 식량문제 이야기 했잖아요. 그러니까 김정은이 공식적인 장소에서 위기 상태라고 얘기했다는 것은 김정은한테까지 이 사실이 보고됐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북한 식량 사정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한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죠.”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로 북한의 주요 곡물시세를 게재하는 ‘아시아 프레스’도 15일 현재 북한의 쌀 가격이 7천원, 옥수수는 5천원까지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약 보름만에 쌀의 경우 60% 이상, 옥수수는 100% 이상 오른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은 사실은 여러 가지 정황상 식량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왜냐, 식량 문제를 대비하려면 2월이나 3월에 문제를 다 해결해야 되거든요. 뭐냐 하면 비료나 비닐박막이나 그런데 그게 일단 확보하기 어려웠고요, 국경이 봉쇄돼 있기 때문에. 또 보리장마라고 해서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는 코로나 때문에 농촌 지원도 예년에 비해서 효율적으로 됐을 가능성이 없거든요.”

북한은 지난해 홍수와 잇단 태풍으로 식량 생산량이 감소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중국과의 교역 봉쇄로 올해 식량 부족분이 최대 130만t에 이른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전원회의는 또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로 “현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과 당의 대응 방향에 관한 문제”를 포함시켰습니다.

회의 첫 날 보도 내용 가운데 대미 대남 정책과 관련한 언급은 없지만 이어지는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물로서 대외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아직 미국을 향해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앞선 두 차례 전원회의에선 빠져 있던 대외정책과 관련한 북한의 입장이 이번엔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지난 1월 8차 당 대회에서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천명한 이후 정세 흐름 상 대외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최근 주요 7개국, G7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일치된, 강경한 목소리가 표출되는 등 대외정세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분석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역시 핵심은 대미정책이겠죠. 지난 8차 당 대회 때 얘기했던 것에서 어느 수준에서 바뀔 것이냐, 저는 여전히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고 한발 더 나아가서 긴장 조성 쪽의 더 강화된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가 하나의 관건이고 또 하나는 8차 당 대회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핵무기 발전 계획 그것에 대한 구체성을 띈 방향들이 강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죠.”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북한의 경제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접고 대결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완전히 미국이 대화의 의지가 없다라고 하면서 걷어차기보다는, 그렇게 되면 지금 식량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로 어려운데 그렇다고 미국이 움직일 것이냐 움직이지 않을 거란 말이죠. 그러니까 북한이 봤을 때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처럼 미국이 봤을 때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대화트랙으로 갈 수도 있다는 그런 방향으로 메시지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조한범 박사도 북한의 반발 메시지가 나올 수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난이나 대화 여지를 부정하는 높은 수위는 아닐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최근 미-중 격돌 양상이 보다 뚜렷해지고 미국이 미-한-일 공조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번 정세분석을 통해 중국과의 밀착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미-중 격돌과 경쟁이 점점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북한 입장에서 현재 국내 상황을 타개하고 뭔가 경제적 지원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이기 때문에, 물론 미국과의 협상의 문은 열어놓겠지만 보다 북-중 관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취하지 않을까 예상을 해봅니다.”

전원회의 첫 날 회의에선 이밖에도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인민군대 사업”을 상세 보고했으나 다른 보고와 달리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김덕훈 내각총리와 김재룡 당 조직지도부장, 리철만 당 농업부장은 각각 경제, 반사회주의 투쟁, 영농사업에 대해 보고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회의는 계속된다”고 밝혀 전원회의가 16일에도 열릴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