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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북한 남성은 어업 종사자… 6시간 헤엄쳐 망명"


한국 군인들이 해안 철책을 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군인들이 해안 철책을 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16일 한국의 강원도 고성군 지역에서 발견된 북한 남성은 어업에 종사했던 민간인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 남성이 6시간 동안 동해를 헤엄쳐 한국으로 넘어 온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지난 16일 동해 민간인통제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조사 결과 이 남성이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관계기관에서 합동정보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이 남성은 16일 오전 1시 5분쯤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철책 전방의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리고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과해 민통선 소초 인근까지 이동했습니다.

20대로 알려진 이 남성은 한국 군 당국에 붙잡힌 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6시간 동안 헤엄쳐 내려왔다며 망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추운 겨울 수온이 낮은 바다에서 6시간을 헤엄쳐 오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합참은 이에 대해 월남 당시 해류가 북에서 남쪽으로 흘렀고, 이 남성이 어업에 종사해 바다에 익숙하고, 잠수복에 두꺼운 옷을 입어 부력이 생겼을 가능성 등을 들며 남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 남성은 모자가 달린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신고, 그 위로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착용했습니다. 잠수복은 얼굴 부분이 개방됐으나 손과 발까지 덮는 일체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합참의 현장 조사 결과를 보면 사건이 발생한 15~16일 해당 해역의 수온은 섭씨 6~8도였고, 해류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0.2노트, 시속 370m의 속도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합참은 이 남성이 북한 어느 지역에서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입수했는지에 대해서는 북한 내 가족들의 신변 보호 등을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의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서욱 장관] “당시 해수 온도 등을 고려해봤을 때 저희들 판단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한데 장비와 복장 등 자세하게 살펴보니까 또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보니까 가능하겠다, 이렇게 현재 판단하고 있고요.”

합참 발표에 따르면 한국 군은 해안에 상륙한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실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열단이 해당 부대의 해안 CCTV를 확인한 결과, 이 남성이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도착한 16일 오전 1시 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폐쇄회로 TV에 이 남성이 다섯 번 포착됐고, 상황실 모니터에 두 번 경보음이 울렸습니다.

하지만 상황실 감시병이 자연상 오경보로 추정해 이를 놓쳤습니다.

이어 오전 4시 12분에서 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폐쇄회로 TV에서도 이 남성이 세 번 포착됐으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이 남성이 폐쇄회로 TV에 모두 10번 포착됐지만 한국 군은 아홉 번째와 열 번째 포착됐을 때야 비로소 식별하고 상황을 전파했습니다.

이후 보고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께 식별하고 31분이 지난 4시 47분에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했고 해당 사단장에게는 식별 34분 뒤에 보고됐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군의 초동 대응이 늦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민통선 부근에서 일반인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감시병이 망명자를 출퇴근하는 간부로 여기고 방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서 장관은 “철책 훼손 유무를 확인했는데 이상이 없으니 더 방심한 것 같다”며 잘못된 조치라고 인정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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