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자료사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자료사진)

미국과 한국에서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전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를 일축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이 미 대선 판도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신들의 요구를 미국 측이 최대한 수용토록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를 내고 미-북 대화를 자신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최 1부상은 담화에서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미-북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기존 정상회담 합의에도 대북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느냐”며 북한과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가 없는 미국과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의 정상회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미-한 양국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무용론’을 분명히 밝힌 겁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련 입장이 나오기도 전에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선 데 대해 영변 핵시설 폐기와 2016년 이후 유엔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려는 자신들의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그러나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재개 가능성을 아예 외면한 것으로 보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담화가 미국이 북한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방식인 이른바 ‘스몰딜’의 새로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최대한 자신들의 요구에 응하도록 하기 위한 기선제압용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신 센터장은 미-북 양측이 ‘스몰딜’에 대해선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라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7일 방한을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에게 요구했던 ‘새로운 셈법’을 거듭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은 스몰딜을 희망했던 거죠. 대신 스몰딜에 대한 보상을 많이 요구한 게 문제이고 미국은 스몰딜을 초기엔 반대했는데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하면서 스몰딜에 대해서 입장 전환이 이뤄진 거에요. 다만 보상 부분을 적게 하려는 것이고. 따라서 현 단계에선 스몰딜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공감대는 있다, 다만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의 규모가 다른 게 근본적인 문제이고.”

북한이 이처럼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으로 나오는 것은 미 대선 판도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북한도 스몰딜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며 하지만 협상에 나서려면 대선 판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유리하게 펼쳐져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인종차별과 관련한 혼란스런 상황이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서 북한도 예의주시하고 있단 말이에요. 트럼프의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연말까지 협상을 안 할 것이고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면 일단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국면을 재개한다는 그런 입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저는 그렇게 보는 겁니다.”

북한의 이번 담화가 미국과의 대화는 당분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과정에서 쌓인 불신과 정상 간 합의를 앞세운 이른바 ‘탑 다운 방식’의 문제 해결 방법의 한계가 드러난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최선희 제1부상이 담화에서 미국의 정치일정에 따라 북한의 정책이 변경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북한의 부정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대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10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얘기가 나오는데 저는 그게 북-미 간에 만난다는 거지 그게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장거리 미사일 발사설이 자꾸 나오니까 이걸 잠재우고 관리하려고 만나려는 거죠, 트럼프 입장에선. 그러니까 지금 최선희는 이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을라고 하면 안 만난다고 선수를 치는 거죠.”

한편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7일 한국을 방문해 사흘 정도의 한국 내 일정을 소화한 뒤 일본으로 넘어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조세영 한국 외교부 1차관과 양국 전략대화를 갖는 것을 비롯해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한반도 관련 상황을 논의하고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건 부장관은 앞서 지난해 12월 방한 때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어 이번에도 청와대를 찾을 지 주목됩니다.

이와 함께 지난 방한 때에 이어 이번에도 판문점 회동 등 북한 측과의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방한 때 북한 측과의 만남을 공개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