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의 정상회담장으로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1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의 정상회담장으로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천명하면서 문재인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남북 교류 재개가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최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고 ‘핵전쟁 억제력 강화’와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과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엔 좀처럼 쓰지 않았던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이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에 이어 5개월 만에 다시 등장해 북한이 군사 도발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과 오는 11월 대선 준비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북한이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당 중앙군사위 발표가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 결정을 반복한 수준으로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조혜실 부대변인]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 관련해선 작년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언급한 바 있으며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의 교류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실제로 26일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대북 접촉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북한 주민과 접촉할 때 신고만 하면 되고 이산가족이 북한 측 가족과 연락하거나 우발적으로 만났을 경우엔 신고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를 남북 간 협력사업의 주체로 명시해 직접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법인이나 단체가 남북 교류협력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북한에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결과는 한국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교류 확대 정책에 다시 한 번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당 중앙군사위 발표가 북한의 전략무기 도발로 이어지기 전까지 현재의 미-북 관계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협력지향적인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점이죠. 그래서 이것이 악영향을 미쳤다기 보다 성과를 거두기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에서 고찰을 해야죠. 지금 북한의 대화 거부로 인해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잖아요. 그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봐야겠죠.”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일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북한이 군사 도발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한국과의 협력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엄존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독자적인 협력 공간을 만들어 보려는 문재인 정부의 입지도 축소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그러나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북 교류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독자적 영역을 찾아보겠다는 의미라며, 남북 협력과 미-북 관계 개선이 선순환이 되도록 해보자는 ‘윈-윈 전략’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을 군사적 행동을 할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런 상황일수록 북한 문제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 이런 판단을 하는 거고요.”

전문가들은 미-북 관계가 현재 수준의 교착 상태를 지속할 경우 남북관계 돌파구를 찾으려는 한국 정부의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실패로 북한의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있는데다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한국 정부의 각종 교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