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 호텔 북경반점에서 부부동반 오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지난해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호텔 북경반점에서 부부동반 오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홍콩 보안법에 대해 북한이 중국 편을 들고 나섰습니다. 인권과 민주주의 측면에서 중국과 비슷한 약점을 갖고 있고, 대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최근 처리한 홍콩 보안법 초안 의결을 합법적인 조치로 평가하면서 중국 정부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북한 관영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최근 홍콩에서 중국의 ‘한 나라 두 제도’ 원칙과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됐다”며, “이는 사회주의 국가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사회적 혼란을 조장 확대해 중국을 분열 와해시키려는 외부 세력과 그 추종세력의 음모의 산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홍콩 문제는 철저히 중국 내정에 속하는 문제로서 그 어떤 나라나 세력도 이러쿵저러쿵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콩 보안법은 중국 정보기관이 홍콩에 상주하면서 민주화운동 인사를 검거하고 시위 참여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으로 미-중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 시간 29일 중국의 홍콩 보안법 처리에 대한 보복으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중국은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맞보복을 경고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이 중국의 편을 들고 나선 것은 미-중 간 갈등이 무역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책임 소재에 이어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이념과 체제 문제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비슷한 정치 이념을 갖고 있는 북한으로선 당연한 반응이라는 분석입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입니다.

[녹취: 천영우 전 수석] “중국이 독재체제를 홍콩까지 적용한다는 게 북한의 이념과 이들이 실제 자기들이 운영하는 체제에 비춰서 당연한 이야기이지 홍콩이 중국 영토인데 거기서 중국이 법을 만들어서 집행하는 게 그게 뭐 북한의 독재체제에서 볼 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거죠.”

북-중 관계 전문가인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미-중 전략적 경쟁은 경제와 군사안보적 측면에 머물지 않고 타이완과 홍콩, 그리고 신장 위구르와 티벳 자치구 등을 둘러싼 인권과 민주주의 등 정치 이념과 체제 경쟁으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북-중 관계도 정치 이념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북한이 이전에도 불량국가 또는 독재국가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체제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인권 문제에 대한 개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적인 교착 상태에 놓이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어지면서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홍콩 보안법을 놓고 중국 지지 입장을 공식화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2018년 3월 첫 북-중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정상회담을 시발점으로 최근까지 북-중 관계는 완전히 복원됐다고 봐야 됩니다. 또 최근엔 김 위원장이 구두친서까지 보냈거든요. 그 얘기는 뭐냐 하면 결국 북-중 관계 정상화라는 큰 흐름, 그 다음에 북한 내 위기가 심화되면서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북한으로선 당연히 중국 편을 들 수 밖에 없죠.”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그러나 미-중 갈등과 북-중 밀착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노선에서 중국을 이탈시키는 요인이 되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교수는 미-중 갈등 요인은 북한 문제와 별개라며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무시하기 보다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상황을 관리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북한에 대한 제재를 중국이 앞장서서 낮추려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도리어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라던가 또는 제재로 인해 경제적 고통이 올라갈 때 인도주의적 접근과 지원을 모색한다거나 이런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북한도 이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대중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전략을 피하고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새로운 길로 선택했다는 설명입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 문제는 중국이 당면한 핵심 현안들에 포함되지 않는 사안이라며 국제무대에서 자국 외교력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라는 점을 잘 아는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 때문에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무시할 것이라고 상상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중국이 북한 비핵화 협상을 후순위에 두고 현상유지하려는 의도가 강하기 때문에 미-중 갈등 격화가 북한의 대미 도발 가능성이나 수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입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현재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중 관계에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는 것을 중국이 결코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중국도 상당히 강한 견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노골적으로 미국을 향해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든가 그런 것을 하기보다는 회색 영역에 있어서 미국에 대해서 계속 경고를 하면서 북한의 존재를 알리면서 자신의 무력 역량도 증강시키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한국과의 관계 강화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며, 중국의 한반도 외교가 북한에만 치우칠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