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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민들 "민주화 투쟁 성공하면 한국, 실패하면 북한"


3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3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자국의 미래를 남북한 상황과 비교하며 국민들에게 지속적인 투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투쟁에 승리하면 한국처럼 번영하는 나라가 되지만 실패하면 만성적 빈곤과 인권 탄압에 시달리는 북한 같은 나라가 된다는 것인데, 남북한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프랑스의 ‘AFP’ 통신은 지난 4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맞서 투쟁하다 살해되는 시인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군경에 끌려간 뒤 숨진 켓 띠 시인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독재자들은 머리를 겨누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내용의 시로 잘 알려진 켓 띠 시인이 체포 전 시민들에게 “우리가 패배하면 북한, 승리하면 한국”이 될 것이란 글을 올리며 군부독재에 맞서 강력히 투쟁할 것을 호소했다는 겁니다.

미얀마 시민들과 민주화 운동가들 사이에서 이렇게 남북한과 미얀마의 미래를 비교하며 군부 쿠데타와 유혈진압에 저항할 것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10일 미얀마 펄 마을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맞서 투쟁하다 살해된 시인 켓 띠의 장례식이 열렸다.
지난달 10일 미얀마 펄 마을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맞서 투쟁하다 살해된 시인 켓 띠의 장례식이 열렸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인권운동가인 마웅 자니 씨가 트위터에 “우리가 (민주화 투쟁에) 성공하면 한국이 될 수 있고, 실패하면 또 다른 북한이 될 것”이라며 저항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이후 미얀마인들은 “북한 같은 나라가 절대 될 수 없다”, “북한 같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미얀마의 북한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글을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리고 있습니다.

VOA 버마어 서비스는 7일 미얀마 국민들이 현 상황을 남북한과 자주 비교하고 있다며, 가장 최근인 지난 4일 미얀마 군부가 외국산 치약과 비누 등의 수입을 일시 금지하자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에는 ‘북한의 친애하는 김정은이냐?”는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본부를 둔 ‘버마계 미국인 민주주의 동맹’(BADA)의 우 연 탄 의장은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얀마의 미래가 남북한의 현실처럼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에 미얀마인들이 남북한을 자주 인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우 연 탄 의장] “Those are two perfect examples of our possible outcomes. If we lose, it would be a poor totalitarian state like North Korea. There is no hope, no future, and nothing,”

남북한의 현 상황은 미얀마에 가능한 두 가지 완벽한 사례로, 군부독재에 맞선 투쟁에서 패배하면 북한 같은 가난한 전체주의 국가가 될 것이며, 거기에는 희망도 미래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란 겁니다.

우 연 탄 의장은 한국인들이 과거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상황이 지금의 미얀마와 비슷하다며, 미얀마인들이 바라는 것은 한국인들처럼 투쟁에서 승리해 한국처럼 번영하는 나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남북한의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전쟁 70주년 연설에서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표현할 정도로 삶의 질을 비교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 GDP는 2019년 기준 한국의 54분의 1 수준, 1인당 국민총소득 GNI는 27분의 1, 대외무역은 32억 달러로 1조 456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0.3%에 불과합니다.

또 남북한의 발전 전력량은 23배 격차, 해외여행의 경우 연인원으로 한국인 2천 800만 명이 2019년 한 해 동안 해외로 출국한 반면 북한은 극소수 엘리트 외에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주민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폐쇄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유엔과 민간 보고서들은 지적합니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지수를 측정하는 세계 주요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최상위권이지만 북한은 매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권조사 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는 7일 VOA에, 미얀마인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남북한과 비교하는 것은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그 상황이 (미얀마) 사람들에게 더 절박함으로 와 닿는 것은 우리가 다시 돌아가면 북한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여기서 더 진전을 이루고 이겨내면 한국으로 갈 것이다! 독재를 이겨내면 한국처럼 더 풍요롭고 더 자유로운 사회가 될 수 있고, 반면 총칼에 눌려 포기하게 되면 북한처럼 다시 어둠 속의 사회로 빠져들게 된다는 인식은 전 세계에서 다 갖고 있지만,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더 분명히 알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달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 41주년을 맞아 한국 매체 기고에서 광주 정신이 미얀마와 북한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촉구했던 이 대표는 미얀마 등 동남아인들의 지적은 서방세계에 선입견을 갖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 전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버마계 미국인 민주주의 동맹’(BADA)의 우 연 탄 의장은 많은 미얀마인들이 과거 북한인들처럼 자유를 경험하지 못하고 로봇처럼 복종했기 때문에 독재에 저항하기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를 체험하며 과거와 다른 사람들이 됐기 때문에 절대 독재사회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우 연 탄 의장] “But this time, people are very different. People are politically enlightened. They have enjoyed democracy really well. They have enjoyed globalization and openness really well,”

미얀마인들은 정치적으로 계몽됐고 민주주의를 향유했으며, 세계화와 개방을 잘 누렸기 때문에 미얀마 국민들은 승리 아니면 죽음이란 각오로 투쟁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영환 대표는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가 미얀마인들의 이런 민주화 투쟁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그래야 미얀마인들도 미래 북한의 긍정적 변화에 기여할 선의의 지원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미얀마가 독재로 돌아가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로 바뀌면 그 다음은 북한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얀마 국민들은 북한 주민들이 억압과 독재에서 벗어나도록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북한 정권에 대한 압력을 높이는 데 같이 목소리를 내고 힘을 보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미얀마 국민을 도와야 하고 북한에도 이 소식을 계속 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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