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산 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이 공개한 패트리어트 지대공 요격미사일. (자료사진)
한국 오산 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이 공개한 패트리어트 지대공 요격미사일. (자료사진)

한국군이 북한 핵에 대응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미국의 세계적인 국제안보 관련 학술지가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지도부를 타격할 수 있는 작전개념도 계속 승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안보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학술지가 최근 한국의 대북 군사전략을 분석한 연구논문을 실었습니다. 

미 하버드대와 MIT 대학이 공동 발간하는 학술지 ‘국제안보’는 최신호에 ‘진퇴양난의 재래식 대응군: 한국군의 억제력 전략과 한반도 안정화’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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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군이란 적성국 전력이 핵을 사용하기 전에 선제타격할 수 있는 자산과 역량을 의미합니다.

이언 바우저 덴마크 왕립국방대 교수와 헨릭 힘 노르웨이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공동작성한 이 논문은 “한국군은 수면 아래서 조용히 독립적인 재래식 대응군을 추구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미국에게 버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향후 자체 핵무장 추진 상황도 대비…이중사용 염두”

두 전문가는 미 본토가 핵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경우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오랜 의문에 더해 트럼프 전 행정부의 북 핵 타격 위협,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과 이와 연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한국사회 내 의심을 키운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정치인들이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수동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자체 방위 역량 개선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체 핵무장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조성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2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화성 15형'으로 보이는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이동식 발사차량이 등장했다.
아인혼 전 특보 "북핵 고도화 따른 한·일 파급효과 우려…NPT 탈퇴규정 개정해야"
북한이 최근 핵무기 역량을 더욱 고도화 할 것이라고 공표한 것에 대해 미국의 핵정책을 담당했던 전직 관리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한국, 일본 등에 역내 국가의 핵무장 움직임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형 삼축체계 오히려 투자 확대…북 지도부 겨냥도 계속”

논문은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에서 한국형 3축체계로 추진해온 선제타격 체계(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대량응징 보복(KMPR) 사업의 명칭을 바꾸고 재설계함으로써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이루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량응징 보복의 명칭 변화가 실질적인 역량 축소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한국 정부는 오히려 관련 예산 투자를 확대했고, 북한 지도부 타격을 염두에 둔 전략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논문은 분석했습니다.

특히 2016년부터 4년간 중장기 국방계획에 책정한 71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2020년부터 4년간 중장기 국방계획에서는 4배 가까이 늘어난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2018년 국방백서에서 북한 외에 한반도를 둘러싼 전방위적 위협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명시 했지만 북한의 지도부는 여전히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은 한국군의 이런 움직임을 환영해왔다며, 정보 · 감시·정찰(ISR), 무인기, F35전투기, 이지스 전투체계 분야에서 여전히 미국의 핵심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셈법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논문은 한국군이 점점 독립적인 대응군 확보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초기 대응군 타격에 의지할 필요가 없게 돼 독자적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선제타격 따른 불안정성 증대…오판 이어질 가능성”

한편 논문은 한국군의 움직임이 한반도에 잠재적 불안정을 야기한다며, 대응군의 존재 여부는 북한 지도부의 오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선제타격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북한의 핵 투사 결정셈법을 더 촉진시켜 실전 상황에서 북한이 실제로 핵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북한 핵뿐 아니라 사실상 지도부를 겨냥한 교리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의 독립적인 대응군 역량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균형적 전략 필요…선제타격 일변도 위험” 

한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6일 VOA에 이번 논문은 “한국이 독자적 선제타격 역량을 계속 확보하고 있는 추세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군이 어느 정도 선제타격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세는 한반도에 불안정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argue for a balanced defense. To get to a balanced defense you have got to make a overall assessment of vulnerability and ability to cover that vulnerability. If you go too offensive do you create destabilized environment in Korea? and there is a fair amount of destabilization which has occurred. That is a little worrisome when the ROK goes to Preemptive Kill Chain kind of capabilities…”

베넷 선임연구원은 특히 북한의 재래식 또는 핵 공격에 따른 기지 방어 등을 소홀히 하는 상태에서 공격 역량 확보에만 몰두하는 상황은 전반적인 준비태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