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서 미군 최고무공훈장인 명예훈장,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를 수훈한 로돌포 허난데즈 육군 상병.
한국전쟁에서 미군 최고무공훈장인 명예훈장,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를 수훈한 로돌포 허난데즈 육군 상병.

미 국방부가 최고 전쟁 영웅에게 수여하는 무공훈장 수훈자들을 매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과의 고지전에서 살신성인의 귀감을 보여준 인물을 선정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7일 한국전쟁에서 최고무공훈장인 명예훈장, ‘메달 오브 아너’를 수훈한 로돌포 허난데즈 육군 상병을 `금주의 인물’로 선정해 공적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미 국방부 7일 선정 '금주의 명예훈장 수훈자' 바로가기 

명예훈장은 의회 이름으로 미국 대통령이 군인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최고무공훈장으로, 국방부는 총 3천 508 건의 수훈 사례를 선정해 매주 월요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이번주 명예훈장 인물에 한국전 참전 허난데즈 상병 선정

미 국방부는 미국의 최고 영웅 가운데는 어려운 환경 출신들이 있다며, 이민자 출신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군에 입대한 허난데즈 상병이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허난데즈 상병은 17살에 미 육군에 입대해 제 187 공수부대 전투단 2대대 C 중대에 배속된 이후 전쟁이 발발한 한국에 파병됐습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그가 속했던 소대는 1951년 5월 31일 강원도 인제군 원통리 부근에서 고지 사수 임무를 수행하던 중 대규모 적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전쟁에서 미군 최고무공훈장인 명예훈장,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를 수훈한 로돌포 허난데즈 육군 상병이 지난 2013년 7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 6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원통리 고지전에서 총검 돌격해 적군 6명 사살”

적군의 집중적인 대포와 박격포, 기관총 사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탄약이 거의 떨어지게 되자 그의 소대는 후퇴 명령을 받았습니다. 

허난데즈 상병은 머리에 포탄 파편을 맞고 출혈이 심각한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격을 했지만 결국 탄알집이 파열돼 총을 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국방부는 설명했습니다. 

고장난 총기와 부상 때문에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허난데즈 상병은 퇴각 대신 참호에서 뛰어나와 여러 발의 수류탄을 던진 뒤 착검한 총을 들고 적군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이로써 6명의 적군을 사살했지만 수류탄 파편과 총상, 적군의 총검 일격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국방부는 허난데즈 상병의 용감한 행동 덕분에 적군은 공세를 멈췄고, 미군은 고지를 재탈환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허난데즈 상병 생전 인터뷰 “전우들도 처음에 전사한 줄 착각” 

허난데즈 상병은 명예훈장 수훈자들의 모임인 `메달 오브 아너 소사이어티’가 공개한 생전 육성 인터뷰에서 “당시 전우들은 심각한 부상 상태 때문에 처음에는 내가 전사한 줄 착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허난데즈 상병 생전 육성 인터뷰] “I heard it through one of my buddy that they put me in a body bag and they thought that I was dead and later they come around and they saw my hand moving, ‘This guy is  undead’” 

전우들이 자신을 시신 자루에 담으려던 순간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허난데즈 상병의 머리에 박힌 파편은 그의 두개골 일부를 절단 냈고 신체 오른쪽 부분을 마비시켰습니다. 또 그의 턱은 적의 총검으로 거의 쪼개졌습니다. 

허난데즈 상병은 다시 걷고 말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고, 오른손을 평생 사용하지 못해 왼손잡이로 바꿔야 했습니다. 

그는 회복 중이던 1952년 4월 12일,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명예훈장을 받았습니다. 당시 말을 거의 못했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친형의 부축을 받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제대 이후 수 년에 걸친 치료 뒤 미 서부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미 보훈처 고문으로 일했던 허난데즈  상병은 2013년 12월 21일 82세 나이로 타계해 노스캐롤라이나 주 샌드힐즈 주립 유공자 묘지에 묻혔습니다. 

제187 공수단, 한국전서 중공군 공세 저지 임무 수행 

허난데즈 상병이 속했던 제187 공수단은 한국전 당시 미 제 8군 주력부대 작전을 엄호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특히 그가 부상을 입은 420고지전은 미 제 10군단이 수립한 재반격 작전계획에 따라 인제-원통리에 진출해 중공군의 후방을 차단하고 적의 공세를 저지하는 것이 임무였습니다. 

한국 육군본부 군사연구실이 지난 2006년 발간한 전사연구 자료는 허난데즈 상병의 전공을 소개하면서, 아군 주력 부대의 전진을 수월하게 한 대표적인 엄호작전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 육군본부 발간 '한국전쟁시 공수부대작전 전례' 바로가기 

자료는 또 허난데즈 상병이 받은 명예훈장은 한국전 참전과 관련해 수여된 두 번째 훈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생존자 명예훈장 수훈 2% 미만… 충족 기준 매우 까다로워

미국의 명예훈장은 혁혁한 전공을 기리는 수훈십자상과는 달리 전투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릎 쓰고 직무 범위를 넘는 혁혁한 용맹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충족 기준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지난 19일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미한 정상회담 진행 도중 한국전 참전용사인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미한 정상회담 날 한국전 참전용사에 명예훈장 수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수여하는 최고 무공훈장의 주인공으로 한국전 참전용사가 선정됐습니다.  특히 미한 정상회담 중에 한국 대통령이 참관하는 가운데 훈장 수여식이 열려 눈길을 끕니다.

 지금까지 수여된 명예훈장 3천 508건 가운데 예비역 생존자에게 수여된 사례는 지난달 미-한 정상회담 직전 수상한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을 포함해 67건에 불과합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