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 하원 전체회의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한 추모벽  건립 법안을 발의한 샘 존슨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 하원 전체회의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한 추모벽 건립 법안을 발의한 샘 존슨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미 의회에서 한반도 관련 법안을 적극 후원했던 샘 존슨 전 하원의원이 별세했습니다. 미 의회 ‘한국전쟁 참전 4인방’ 중 한 명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서부 텍사스주 최대 도시 댈러스 북부의 제3지역구를 28년 동안 대표했던 샘 존슨 전 하원의원이 27일 89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존슨 전 의원의 별세로 미 의회 내 ‘한국전쟁 참전 4인방’ 중 생존 인물은 이제 찰스 랭글 전 의원 한 명뿐입니다. 하워드 코블 전 의원은 2015년, 존 코니어스 의원은 지난해 각각 별세했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텍사스주 서던메소디스트대학 학생군사훈련단(ROTC)이었던 존슨 전 의원은 대학 졸업 뒤 공군비행학교에 들어가 조종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1952년 12월, 51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수원에 배치돼 서울 인근 상공을 지켰습니다.

존슨 전 의원은 미 의회도서관 ‘참전용사 역사관’(Veteran History Project)에 남긴 구술기록에서, 비행단이 최전선에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임무를 수행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미국 의회 조사국(CRS)이 소속된 미국 의회 도서관 건물. (자료사진)

[샘 존슨 전 의원] “I was flying air to ground in close air support right with the troops and some of those guys were flying four and five missions a day. They take off drop box come back, load them up again and take off again. We were only 25 miles from the bomb line.”

존슨 전 의원은 자신이 전쟁 중 “지상 병력을 지원했으며, 동료들 중에는 하루 4차례에서 5차례 비행 임무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폭격선에서 40 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보급품을 떨어트려주고 다시 돌아와 싣고 날아가는 일을 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공중 지원 외에 적과의 대치도 잦았습니다. 존슨 전 의원은 한국전쟁 중 소련군 미그 전투기를 한 대 격추했고, 한 대 실종시켰으며, 한 대 파괴시켰습니다.

[샘 존슨 전 의원] “Every time we took off we were thinking about shooting down a MiG. Every chance I got.”

자신은 항상 미그기를 격추하겠다는 마음으로 출격했다는 것입니다.

존슨 전 의원은 일주일에 한 두번은 동료들과 기지를 벗어나 지프차를 타고 시골 마을들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샘 존슨 전 의원] “We toured around there. It was pretty war-torn, they had gone through there five or six times on the ground so there was a lot of destruction and the people were semi-friendly but didn’t speak English so it was hard to get to talking to.”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세워진 미군 한국전 참전용사상.

당시 적군이 다섯 차례에서 여섯 차례 공격하고 지나가서 마을들의 파괴가 심각했고, 한국인들은 친절했지만 영어를 하지 못해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다는 겁니다.

존슨 전 의원은 한국전쟁 동안 아내와 고향의 이름을 따서 ‘셜리의 텍사스 토네이도’라는 F-86 전투기를 조종해 62회 출격했고, 1953년 11월까지 근무하며 중위로 진급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와 미 공군 특수비행팀 ‘선더버드’에 소속됐고, 최정예 ‘탑건’ 조종사들을 훈련시키며 최고의 전투 조종사로 알려졌습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서는 전투기를 조종하다 격추돼 ‘하노이 힐튼’으로 악명높은 베트남의 ‘호아로’ 포로수용소에서 7년간 모진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는 ‘은성훈장’ 둘, ‘동성훈장’ 둘, ‘공로훈장’ 둘, ‘항공수훈장’, ‘영예부상훈장’을 받았습니다.

존슨 전 의원은 1991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2019년 은퇴할 때까지 의회에서 28년 동안 한반도 관련 법안을 적극 후원했습니다.

2012년에는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인 찰스 랭글, 존 코니어스,  하워드 코블 의원과 공동으로 그 해를 ‘한국전쟁 참전군인의 해’로 지정하는 결의안 채택에 앞장섰습니다.

2016년에는 랭글 의원과 코니어스 의원과 공동으로 ‘한국전 참전용사를 기리는 추모벽 건립을 위한 법안’을 공동 발의해 초당적 지지로 가결되도록 했습니다.

'추모의 벽'이 세워질 워싱턴 DC의 한국전쟁참전용사 기념관. 2022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제공: Korean War Veterans Memorial

당시 존슨 전 의원은 하원 표결에 앞선 의사진행발언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진 한국전쟁 기간 중 미군의 희생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샘 존슨 전 의원] “Sadly the Korean war is often referred to as the Forgotten War and yet the magnitude of sacrifice made by Americans during this conflict was enormous. More than 36,000 Americans gave their lives.”

존슨 전 의원은 3만6천 명의 미군이 한국전쟁 중 전사했다며,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관에 추가로 추모벽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존슨 전 의원은 다른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함께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촉구하는 결의안’, ‘미-북 이산가족 상봉 결의안’ 등을 공동 발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