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병들이 하와이 펄하버-히킴 합동기지에서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 55구를 운구하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미군 장병들이 하와이 펄하버-히킴 합동기지에서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 55구를 운구하고 있다.

한국전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유해 발굴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유해 발굴은 살아남은 전우들뿐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전이 발발한 1950년 한반도에 파병됐던 참전용사 밥 그랜드필드 씨는 그 해 겨울 얼어붙은 길가에서 미군 시신 2구를 옮겨야 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미 육군 27보병연대 박격포 소대에 배속됐던 그랜드필드 씨는 25일 주한미군전우회(KDVA)가 한국전 발발 71주년을 맞아 진행한 화상대담에서 최근 종료된 비무장지대 내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사업과 관련한 소감을 묻는 VOA질의에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랜드필드 씨 “한국전 당시에도  미군 시신 수습은 중요 임무” 

그랜드필드 씨는 당시 차량을 몰고 가다가 길가에서 왜소한 미 해병대 대령과 덩치가 큰 이등병이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하고 멈췄섰다며, 대령의 경우 총알이 가슴을 뚫고 지나간 상태였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 그랜드필드 씨]  “We were under orders. If possible, pick up any dead GI. So we stopped. And there were two men there. One was a colonel in the US Marines, not a very large man actually fairly small in stature, but he had been shot right across the chest, you could see it through his uniform. Dead as could be and the other was a great big marine private, because it was so cold. Each body was stiff and frozen and we had great difficulty, lifting up the marines” 

그랜드필드 씨는 꽁꽁 얼어붙은 뻣뻣한 시신을 들어올리는데 상당히 고생했다며, 그 순간 이것이 전쟁의 참상이며 계급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 그랜드필드 씨] “And I thought to myself, you know, this is really combat. People are dying. And when you die in combat, you're dead. And that made a great impression on me. Sir, it may sound silly but it made a great impression on me.” 

그랜드필드 씨는 상부로부터 한창 전투가 치열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가급적이면 방치된 미군 시신을 수습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많은 전사자와 실종자의 유해를 고국으로 송환하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한미군전우회(KDVA)는 25일 한국전 발발 71주년을 주제로 참전용사, 유족과 화상대담을 진행했다. 왼쪽 위에서부터 주한미군전우회 부회장인 스티브 리 전 유엔군사령관특별보좌관 (예비역 대령), 호르게 메카르도 참전용사 유족, 얼 구달 , 밥 그랜드필 참전용사, 버나드 샴포 전 주한미8군 사령관 (예비역 중장)

참전용사 손자 “한 시대의 장 끝내려면 유해 발굴 반드시 이뤄져야”  

한국 국방부는 지난 24일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를 계기로 2년 반 동안 비무장지대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서 진행해온 한국전 참전용사 유해발굴 사업을 종료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초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발굴 작업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2년 반 동안 호응하지 않으면서 종료된 것입니다. 

켈리 맥키그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국장.
미 DPAA 국장 "유해 발굴, 핵 협상과 분리돼야…금전지불 불가"
한국전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을 맡고 있는 미 정부 기관 책임자가 교착상태인 북한과의 유해 발굴 사업과 관련해, 핵이나 제재 협상과 별개로 논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미국은 유해 발굴에 금전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고인이 된 참전용사 매뉴엘 메카르도 씨의 손자인 호르게 메카르도 씨도 이날 대담에서 한국전 전사자와 실종자의 유해 송환은 미 국민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한 시대의 장을 완전하게  끝내기 위해서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 메카르도 씨] “It's just a very vital component of completely closing the chapter of that area. And that era in time, and more importantly for the family members, and for those still living today. We have to retrieve everybody, every body part, every individual that is still out there. So it is extremely important.” 

특히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유가족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며,  모든 미군 유해가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전 역사, 세대간 갈등 치유 매개체"

"푸에트리코 주민의 희생에 깊은 자부심” 

메카르도 씨는 한국전의 역사가 살아남은 후손에게도 중요한 치유의 매개체라고 말했습니다. 

메카르도 씨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 출신들이 주축이 된 미 육군 제65보병연대에 근무했다고 소개하며, 푸에르토리고 형제들의 희생의 의미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미 본토 공격을 감행한 뒤 한국전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메카르도 씨는 당시 테러현장의 긴급 의료지원인력으로 근무했다며, 처참한 현장 상황 때문에 오랫동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의 참전 수기를 접하고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이 자유를 위해 머나먼 이국 땅에서 희생한 역사를 배우게 된 이후, 한국전 이야기는 단순히 오래된 역사가 아니라 세대 간 이어졌던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 메카르도 씨]  “That my perception changed after having obtained all of his military official records, information about his post war life from lost family members I found. I finally was able to hold a great deal of respect, empathy, and closure for my heart, not only for my grandfather, but for my father, who really was the dedicated combat soldier from the island of Puerto Rico” 

미 육군 제 65보병연대 장병 한국전 참전 사진 자료 (출처 : 국방부). 미국의 영토인 푸에트리코 주민이 주축이 된 65보병연대는 한국전 당시 약 4000여명 병력을  파병했고, 주요 한반도 전장에서 활약했다. 미 의회는 지난 2016년 4월 푸에트리코 주민이 주축이 된 미 육군 65보병연대에 금성무공훈장을 수여했다.

미 육군 제 65보병연대, 푸에트리코 주민이 주축…흥남철수 성공 주역

3천 920명의 푸에르토리코 주민이 주축이 된 65 보병연대는 한반도의 주요 전투에 참가한 유서 깊은 부대로, 특히 장진호 전투 당시 중공군에게 몰살 위기에 처했던 유엔군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또 9만여 명의 북한 주민을 남한으로 피신시킨 흥남철수 당시  흥남항 주변에 남아 지뢰를 매설하고 가장 마지막에 철수한 부대도 65 보병연대로, 한국전 참전 유공으로 부대 전체가 의회 금성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제 65보병연대 의회 금성무공훈장 수여 보도자료 바로가기 

이날 사회를 진행한 버나드 샴포 전 주한미8군사령관은 자신도 2대에 걸쳐 한반도에 복무한 한국전 참전 가족이라며, 아버지는 당시 65 보병연대 중대장으로 참전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녹취 : 샴포 전 사령관] “I think we all want an accounting for those that went to another to another country, another region to fight to bring them home and we hope they can resolve this and continue with the work to do that.”

샴포 전 사령관은 미국은 모든 전우들을 조국으로 데려오길 원하다며, 북한이 유해발굴 작업에 호응하고 이 문제를 하루 속히 해결하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