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별세한 탈북 국군포로 이원삼 씨가 16일 국립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지난 14일 별세한 탈북 국군포로 이원삼 씨가 16일 국립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한국에 생존해 있는 탈북 국군포로들 가운데 최고령인 이원삼 씨가 최근 별세했습니다. 한국전쟁 비극의 한 단면인 국군포로 문제가 남북한 모두에게서 잊혀져 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반인도 범죄를 규탄하고 국군포로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최고령 탈북 국군포로인 이원삼 씨가 지난 14일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씨는 한국 군 창설 멤버 중 한 명이었는데 한국전쟁 당시 수도사단 이등상사로, 정전협정 체결 이틀 전인 1953년 7월 23일 동부전선에서 포로로 잡혔습니다.

이 씨는 2004년 탈북 전까지 약 50년을 북한에서 지냈습니다. 북한에서 결혼도 해 일곱 남매를 뒀습니다.

탈북 후엔 전쟁통에 헤어졌던 아내와 외아들을 다시 만나 경기도 의정부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이 씨의 별세로 현재 한국에 생존해 있는 탈북 국군포로 수는 16명으로 줄었습니다.

한국전쟁 비극의 한 단면인 국군포로는 남북한 모두에게서 잊혀진 존재가 돼 가고 있습니다.

유엔 등에 따르면 한국전쟁 때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숫자는 5만~7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1954년 1월까지 포로교환으로 한국에 돌아온 인원은 8천343명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은 북한군 7만 5천 명을 돌려보냈습니다.

한국 정부는 포로 대부분을 전사자로 처리했습니다.

지난 1994년 국군포로인 고 조창호 중위가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국군포로 문제가 새삼 세인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0년까지 80명의 국군포로가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2011년 이후론 생환에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 권력자에 오르면서 국경지역 탈북 경계가 강화됐고, 국군포로들이 연로해지면서 자력으로 국경을 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유엔은 지난 2014년 북한에서 살고 있는 국군포로를 500명 정도로 추산했습니다.

북한은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국군포로들을 정무원 결정 제43호에 의거 전후복구 건설을 위한 노역에 투입됐습니다. 그 때부터 이들은 이름도 없이 ‘43호’로 불렸고 아오지 탄광, 무산 탄광, 온성 탄광 등에서 노예와 같은 삶을 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민간단체인 물망초 박선영 이사장입니다.

[녹취: 박선영 이사장] “43호는 김일성이 내린 교시 번호고요. 143호인데 100자를 빼고 43호라고 부르는 건데, 인도로 치면 불가촉 천민입니다. 왜냐하면 탄광지역에 파묻혀서 일반 주민들을 만날 수 없는 계급입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의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부승찬 대변인] “국방부는 국가의 본분 또는 도리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국군포로 문제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해결되도록 가능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박선영 이사장은 한국의 역대 정부들이 이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특히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금기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범정부 국군포로대책위원회가 4년 동안 단 한 차례 열렸습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조태용의원은 지난달 대통령 직속 ‘국군포로 진상규명위원회’를 신설하고 정부가 매년 국군포로

기본 정책을 국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내용의 국군포로 진상규명·명예회복법을 발의했습니다.

조 의원은 국군포로 유가족들이 국립묘지에 가서 묵념할 장소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군포로 명예회복은 금전이 아니라 이들의 헌신에 대한 기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태용 의원] “국군포로에 대해선 한번도 정부 내에서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정부 내에서 위원회를 늦었지만 만들어서 국군포로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많은 것을 최대한 확보해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고 그 분들에 대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명예를 회복하고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법안을 낸 것이 제일 크고요.”

박선영 이사장은 북한 당국의 국군포로에 대한 반인도적 행위는 제네바협정 위반이라며 국제 규범에 비춰 이 사안을 전범재판에 회부하도록 정부가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이사장은 2005년 유엔 정상회의 결의와 2006년 안전보장이사회 재확인을 거쳐 국제규범으로 확립된 ‘R2P’ 개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R2P’는 한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거나 할 수 없을 경우,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를 통해 개입할 수 있다는 국제정치 개념입니다. 박선영 이사장입니다.

[녹취: 박선영 이사장] “우리 민족의 문제니까 우리가 푼다, 우리 민족 문제는요 21세기엔 절대 우리가 풀 수 없습니다. 국제규범에 맞게 이것을 풀어야 정치적으로 악용되지도 않고 공정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어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남북한이 각자 법 체계 안에서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군포로 문제를 논의할 틀을 만들 수 없다며, 법적으로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는 잠정적 성격의 기본협정 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반도 분단체제를 관리하는 게 정전체제라는 국제법적 체제이고 유엔사령부가 관리를 하고 있거든요. 이게 항구적 평화체체로 전환돼야 하고 그렇게 되면 남북한 간 국가에 준하는 관계로 인정하는 게 기본협정인 거고요. 그렇게 해서 상호 인정하게 되면 국군포로나 많은 문제들을 국가에 준하는 관계로 해결할 수 있는 거거든요.”

한편 한국 법원은 지난해 7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동을 했던 한모 씨 등 탈북 국군포로 2명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해 각각 2천100만원, 미화 약 1만 9천 달러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