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3월 한국 파주에서 탈북민 단체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보냈다.
지난 2016년 3월 한국 파주에서 탈북민 단체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보냈다.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어제(2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된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에 대해 북한인권 단체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법이라며 환영했지만 인권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등 야당의 반발 속에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한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과 탈북민 단체들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적 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남북합의서를 근거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남북 합의서에서 금하는 것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한다 이렇게 돼 있는데 표현의 자유 같은 경우 헌법에 명시된 국민 기본권인데 헌법 위에 법은 있을 수 없습니다. 헌법 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나 결사의 자유를 규제하는 데 느닷없이 남북 합의서가 튀어나와서 합의서를 헌법 위에 올려놓게 되는 말도 안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 대표는 또 남북합의서는 남북한 당국간 약속이기 때문에 민간 차원의 활동을 제약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대북방송인 북한개혁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철 대표는 이 법안이 근거를 가지려면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대표] “북한 주민이나 북한 지역이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에 해당하는 거잖아요. 그 주민들한테 정보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데 그걸 지금 의회가 무리하게 밀어 부치는 것은 이건 아주 위헌적 행위죠.”

앞서 지난 2016년 한국 대법원은 대북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제지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남북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 개정 취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지난 2014년 10월 대북 전단 풍선에 고사총을 발사하는 무력 행사를 한 적이 있다며 우발적 충돌 가능성 있는 지역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민감한 행동을 하는 데 대해선 법적 제재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영환 대표는 그러나 전단 때문에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다는 논리는 과장됐다고 반박했습니다.

북한이 무력으로 과잉 대응할 경우 감수해야 할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과 제재를 감안할 때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이유로는 궁색하다는 주장입니다.

이 대표는 더욱이 이번 개정안엔 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포괄적인 규정이 들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정안은 살포를 금지한 물품에 인쇄 전단 이외에 보조기억장치와 금전을 포함시켰고, 금지된 살포행위에는 제3국을 거치는 행위도 집어넣어 단순히 접경지역에서의 전단 살포행위만 금지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접경지 이외 지역에서의 대북 정보 전달 행위를 통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일단 헌법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고요. 북한 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 체제나 국내 상황에 대한 비판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에 대해선 어떤 경우에도 헌법상 보장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볼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관련된 법 취지가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이사장은 개정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북한 인권 운동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며 민간단체 등에서 위헌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이사장] “그런 법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 인권을 위한 모든 탈북민들 그외에 NGO들을 압박을 가하고 북한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려면 경제적 비용도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법이 존재하면 그런 경제적 지원에 대해 절대적 압박이 되기 때문에 결국 그 운동 자체를 그만두라는 얘기거든요.”

민주당은 단독처리를 하게 된 이유로 “군사분계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처리가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2일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개정안이 112만 접경지역 주민을 포함한 국민의 ‘생명안전보호법’이자, 남북 간 합의를 반드시 준수·이행하는 전기를 마련한 ‘남북관계 개선 촉진법’이며 ‘한반도 평화 증진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민주당은 오는 9일 이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한국 정부에 대책을 요구한 직후 통일부가 관련법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