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전국 노병대회에서 연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전국 노병대회에서 연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전쟁 휴전 67주년을 맞아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하며 국방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또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고 새삼 주장하면서 비핵화 협상 재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미국을 압박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정전협정 기념일을 일컫는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67주년인 27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전국 노병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70년에 대해 “결코 평화 시기라고 할 수 없는 적들과의 치열한 대결의 연속이었다”며 “북한의 발전을 억제하고 침탈하려는 제국주의의 위협과 압박은 가증됐다”고 말해 엄중한 정세인식을 드러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전쟁과 같은 고통과 아픔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고 억제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져야 했기에 온갖 압박과 도전들을 강인하게 이겨내며 핵 보유국의 길을 걸어왔다”며 핵 보유를 정당화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휴전 67주년을 계기로 핵 억제력과 핵 보유국이라는 표현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체제 수호를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고 국방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기존 노선을 확인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 입에서 이 같은 표현이 나온 것은 올들어 처음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새로운 길’을 천명하면서 지난 5월 노동당 중앙군사위 제7기 4차 확대회의 차원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일 열린 5차 확대회의 비공개 회의에서는 ‘전쟁억제력으로 표현의 수위를 낮추기도 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핵 억제력과 핵 보유국을 새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비핵화 협상 재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보고 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금년 들어서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고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 문제는 내가 핵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고 이 핵은 우리 체제, 정권을 보호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강조했단 말이에요. 이것은 결국 미국에게 앞으로 있을 협상에서도 내 핵을 포기시키려는 그런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것 아니겠느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에 대해 북한을 핵 보유국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라며, 이는 향후 협상이 미국 측 대북 적대시 정책과 북한의 비핵화가 동시 진행되는 핵 군축 협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은연 중에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번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선 ‘제국주의’, ‘침략성과 야수성’ 등 거친 단어를 사용한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혁명전쟁을 피로써 도와주며 전투적 우의의 참다운 모범을 보여준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들과 노병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한다”고 우호적인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남중국해와 홍콩 국가보안법, 무역 갈등 등으로 미-중 대립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미-북 협상의 불확실성 또한 커지면서 중국을 안전판으로 삼으려는 북한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이 지금의 상황을 한국전쟁 당시와 같은 냉전적 대결구도로 이해하면서도 다만 미국과의 협상판을 당장 깨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자신이 미국을 통해서 뭔가 경제발전과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협상에 대해선 아직 유효하게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이 굉장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전통적 관계, 상당히 애증의 측면도 갖고 있지만, 전통적인 관계는 원칙적으로 확인하는 부분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거죠.”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은 또 북한 주민들에게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내부 결속력을 다지려는 성격도 강하다는 분석입니다.

올해 휴전일은 이른바 ‘꺾어지는 해’도 아닌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단체 행사도 자제하는 가운데 노병대회가 열렸습니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열린 5차례 노병대회 중 직접 참석해 연설까지 한 것은 2015년 4차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27일 북한에서 한국전 정전협정 기념일을 일컫는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67주년을 맞아 주민들이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헌화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북한에서 노병은 한국전쟁은 물론 항일 빨치산 투쟁의 상징이라며,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안팎의 위기 속에서 자신이 강조해 온 항일 빨치산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자력갱생하자는 내부 결속용 메시지가 강한 행사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지금 현재는 제국주의 특히 미국이나 이런 세력들이 엄혹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으니까 이런 엄혹한 상황에서 노병들이 우리 조국을 보위했던 그 정신을 갖고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가야 된다라는 게 김정은의 메시지가 돼야 하는 거죠.”

한편 이번 노병대회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해 최룡해와 박봉주, 리병철, 리일환, 최휘, 최부일, 리만건, 오수용, 조용원 등 주요 당 간부와 박정천 군 총참모장, 김정관 인민무력상 등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또 최영림, 양형섭, 태종수, 리명수, 리용무, 오극렬 등 참전 경험이 있는 당과 군 간부들도 주석단에 자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