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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당국, 김정은 체중 감소 계기 주민들 연민에 호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회의 진행을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회의 진행을 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중 감소를 걱정하는 한 주민과의 인터뷰를 방영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노련한 선전선동’에 나섰다며,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로부터 김 위원장에 대한 연민을 자아내려는 시도로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척해진 모습’을 걱정하는 주민 인터뷰를 방영한 것을 관심있게 보도하고 분석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5일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을 시청한 북한 주민이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수척하신 모습을 볼 때 인민들은 제일 가슴 아팠다”고 밝힌 인터뷰를 내보냈습니다. 이 주민은 “모든 사람들이 다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언론 “‘고생하는 지도자’ 모습 연출”

`뉴욕타임스' 신문은 29일 이에 대해 “북한 관영매체가 김 위원장의 체중 감소에 대한 스스로의 의견을 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식량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자연재해에 직면한 나라를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려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을 관람할 때 마치 ‘헌신적인 체중 감소’(selfless weight loss)를 부각하려는 듯 몸에 잘 맞지 않는 헐렁한 흰색 셔츠를 입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모두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며, 이런 가족력으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이 몇 주씩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을 때마다 그의 건강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김정은의 건강은 시한폭탄”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도 “김정은의 작아진 모습이 정치적 함의를 줄 수 있다”며 “식량난과 경제난을 겪는 주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주민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에 대한 대중의 연민을 자아내려 한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국가정보원을 인용해 집권 당시 198 파운드, 약 90kg이었던 김정은 위원장의 체중이 매년 6kg씩 늘어 이제는 140kg에서 150kg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과 선대의 건강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관심사였다며, 이들이 갑자기 무너지면 내부 반란과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4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노련한 선전선동 활동”... “국내외에 신호 보내”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29일 VOA에 “김정은의 체중 감소를 선전선동에 활용한 것은 노련한(shrewd)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연구원] “For N Korea to air images of their leader lost his significant amount of weight, it’s trying to appeal to the N Korean population who’s suffering, and they’re trying to show that ‘hey it’s not only you guys were suffering but our dear leader is also kind of struggling…”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당신들뿐 아니라 ‘경애하는 지도자’도 고군분투하고 있고 몸무게도 많이 빠졌다”는 호소를 했다는 것입니다.

김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선전선동을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한 북한 대중의 연민과 공감을 얻으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지도자에 대한 의문이나 비판을 불식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설명입니다.

김 연구원은 또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체중 감소를 확인하면서 국제사회에도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도 외부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매우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녹취: 김 연구원] “He’s fully capable of conducting state affairs and the weight loss should not be seen as something that is going to shake the foundations of the leadership or questions about the longevity of his leadership.”

김 위원장이 국정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으며, 체중 감소가 그의 집권의 토대를 흔들지 않는다는 신호를 외부에 보냈다는 분석입니다.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29일 VOA에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주민 인터뷰를 내보낸 것은 “김 위원장의 체중 감소에 대한 외부 세계의 보도와 관찰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체중이나 건강에 대한 북한 매체의 언급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핵심축... 건강은 체제 안정과 연결”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9일 VOA에 “정보 당국들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강과 체중의 어떠한 변화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n N Korea everything comes to a head, the linchpin of that regime is the supreme leader. So his health is exaggerated much beyond any other leader in the world. Because if something were to happen to him, there could be very potentially disastrous consequences.”

고스 국장은 “북한 정권의 핵심축은 김정은”이라며 “전 세계 어떤 지도자보다도 김정은의 건강의 중요성이 가장 과장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재앙적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현재 그의 자리를 물려받을 만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오래 집권하기 위해 체중을 줄였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최근 김 위원장의 살이 빠진 모습에 대해 ‘체중 감량’ 혹은 ‘건강이상설’ 등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보 당국은 이를 판별할 능력이 있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se intelligence communities obviously would have that expertise in which they could make a determination of, well this looks like normal healthy weight loss, versus something more drastic.”

1980년대 미국 정부 소속으로 소련을 분석했던 고스 국장은 “정보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보고 정상적이고 건강한 체중 감량인지, 아니면 더 극적인 상황인지 판별할 전문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2018년과 2019년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의미있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매든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체중 감소의 원인으로 ‘만성적인 질환’ 혹은 ‘건강에 대한 불안’을 꼽았습니다.

[매든 연구원] “We’re looking at two scenarios. The first is that KJU has chronic and/or terminal illness or condition that caused weight loss. This would go a long way in explaining some of the adjustments and changes we’ve seen in the Party Central Committee and the division of work among senior cadres. The second scenario is KJU either had a health scare during the last year or elected to lose weight for better health.”

매든 연구원은 “만성적인 병 혹은 불치병으로 체중 감소가 일어났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최근 변화들과, 고위 관리들 간 업무 분장 변화가 설명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건강 문제로 염려할 일이 생겨서 체중을 줄인 경우로 볼 수 있다고 매든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체중이 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현재 북한 정권의 의사결정 과정에 변화를 주거나, 김 위원장의 후계자를 고려해야 할 시점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웹사이트 ‘노스 코리아 리더십 워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체중 감소와 관련해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할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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