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6일 서울에서 열린 안보 포럼에 참석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첫 단계 조치들에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적했습니다. 윤 전 대표는 북한은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의 실질적인 첫 움직임이 무엇일지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임명돼도 당장은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한 조셉 윤 전 대북특별대표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오는 21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한 정상회담이 열리는데요,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주요 의제는 무엇이 될까요?

윤 전 대표)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대중국 정책입니다. 따라서 워싱턴을 찾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에 한국 정부가 더 참여하도록 요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와 관련해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 같은 것 말이죠. 또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 행위, 홍콩과 타이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일어나는 중국의 반민주주의와 인권 유린 행태를 막는데 한국도 뜻을 모아 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규탄하는 문제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동북아 내 안보와 관련된 중국의 영향력 억제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처럼 많은 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미국과 함께 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윤 전 대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쿼드’와 함께 더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을 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물론 중국과 강한 경제적 연결 고리를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한국도 ‘쿼드’와 관련된 무엇인가에 합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쿼드 워킹그룹’에 참여하는 것인데요, ‘팬데믹’, ‘테크놀러지’, ‘기후변화’ 등의 세부적 워킹그룹에 한국 정부가 합류하는 형식이죠. 다만 지역 내 안보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무엇인가 결정하기에는 많이 어려운 입장일 겁니다.

기자) 아무래도 북 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텐데요, 이번 미한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양국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 합의를 이뤄야 할까요?

윤 전 대표)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청할 가장 중요한 사안은 바로 북한 문제가 될 겁니다. 더욱 신속하고 과감하게 북한과 접촉해 비핵화와 미사일 문제, 한반도 안정 등 광범위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를 위한 협상을 시작해 달라는 거죠. 물론 미국 측에서 검토를 마치고 새로운 대북 정책을 발표했습니다만 문 대통령은 세부 사안을 바이든 대통령과 논의하고 싶어할 겁니다. 예를 들어 대북 정책에 언급되지 않았던 미북 관계 발전 해법, 종전 선언 가능성 여부, 또 평화 체제 구축 방안, 바이든 행정부가 말하는 외교적 해법의 범위 등 말입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북한에 일종의 ‘제스처’를 보여달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이 교환하고 있다.

기자) 만일 ‘싱가포르 합의문’을 대북 정책의 출발점으로 시작하자는 데 미한 양국 대통령이 동의한다면, 북한에는 어떤 메시지가 될까요?

윤 전 대표)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미북 간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한다면, 북한은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김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과 직접 합의한 ‘싱가포르 합의’에 상당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밖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측에게 긍정적일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의 ‘주문(mantra)’과도 같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 이른바 CVID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과의 ‘외교적 관여’에 열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모든 것이 고무적 메시지인 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북 핵 해법에 있어 세밀히 조정된 실용적인 접근법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단계적 비핵화의 본질을 이야기한 겁니다.

기자) 이런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북한의 셈법은 무엇입니까?

윤 전 대표)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무엇을 준비해 두고 있는 건지, 또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여전히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그러니까 바이든 행정부의 첫 번째 실질적인 행동이 무엇일지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질적 측면에서 보면,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무엇을 제공했다거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 보자는 언급은 없었습니다.

기자) 공개된 대북 정책에 세부적 사안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말씀 같습니다. 이번 미한 정상회담에서 좀 구체적인 내용들을 논의할 수 있을 텐데요,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북한 문제의 진전을 위해 반드시 합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윤 전 대표) 지금 두 대통령은 대북 정책을 이행하는 데 있어 무엇으로 첫 발을 뗄것인지에 대해 합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결렬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테이블에 올려졌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해제안을 시작점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합의를 해야 한다는 거죠. 과연 북한과 거래하려는 협상안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협상안을 개선할 방안이 있는지 등에 두 나라가 뜻을 함께해야 합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신가요?

윤 전 대표)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 실제로 협상에 들어갔을 때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과의 협상이 시작되고 일종의 협상 윤곽이 잡히면, 열정적으로 장시간 북한과의 협상에 전념할 수 있는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하면 됩니다. 지금으로서는 당장 임명을 한다고 하더라고 크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조셉 윤 전 대북특별대표로부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의 의미와 주요 의제,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