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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21인 진단: 동력 잃은 미북협상] 2. 실패한 비핵화 설득…“협상력 과신한 개인 외교 패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했다.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하면서 시작된 미-북 비핵화 협상이 다음달로 2주년을 맞습니다. 협상은 두 나라 정상 간 세차례의 만남과 실무협상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의 정의와 범위조차 논의하지 못한 채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데요. VOA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미-북 정상이 직접 주도한 ‘2년 간의 실험’이 경색 국면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VOA의 기획취재에 참여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21명은 북한의 공허한 비핵화 약속과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을 교착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으면서 ‘실패가 예정된 대담한 시도’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정상 간 외교와 개인의 협상력에 무게를 실었던 ‘트럼프 식 대북 접근법’의 특징과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정말 포기할 것으로 믿었나?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결여를 미-북 협상이 교착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규정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공허한 약속에 지나친 무게를 둔 채 단계마다 잘못된 판단을 내린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북한 고위 당국자들을 직접 상대했던 미 전직 관리들은 미-북 협상의 난국은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근거 없는 희망과 현실과의 간극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김정은이 경제 번영과 현대화의 대가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실제로 포기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이야말로 그의 대북 정책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 “The fundamental problem with President Trump's North Korea policy is that he apparently believed that Kim Jung Un would actually give up his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in exchange for a prosperous and modern economy.”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것이라는 판단과 기대 자체가 오류라는 이 같은 인식은 워싱턴의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설로 굳어가고 있습니다.

랄프 코사 전 태평양포럼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임자들의 접근법이 갖는 주요 문제점은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을 뒀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랄프 코사 전 태평양포럼 석좌] “The main problem with President Trump's approach and with the approach of his predecessors is that they were all based on the premise that North Korea could be persuaded to give up its nuclear weapons. To Kim the costs to him of giving up his nuts exceeds the costs of keeping them or the presumed benefits of denuclearization.”

그러면서 “김정은에게는 핵무기 포기 비용이 핵무기 유지 비용이나 혜택보다 크다”는 기본적인 셈법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우려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한 색다른 대북 접근법은 잠시 긍정적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패착이었다는 비판이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실무급 접촉을 건너뛴 정상 간의 ‘거창한 대면 의식’은 비핵화에 대한 헛된 환상과 흥분 만을 고조시켜 모처럼 마련한 미-북 접촉의 동력을 살리지 못한 걸림돌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개인적인 협상 기술과 ‘협상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의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President Trump's approach to dealing with North Korea was to rely on his personal negotiating skills and reputation as a "dealmaker" to convince North Korea to abandon its nuclear weapons.”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는 이 같은 “극적인 정상회담은 타결을 바라는 우리 모두의 기대를 높였다”면서도 “드라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드라마는 줄이고 실무 작업은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 “We all had our hopes for a settlement raised by the dramatic summit meetings of president and chairman. But drama is not enough…Right now we need less drama and more work.”

갈루치 전 특사, 세이모어 전 조정관 등과 함께 1990년대 제네바 핵 협상 때부터 북한 문제를 다뤘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도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과 정상 간 친밀함에 의존한 ‘트럼프 식 외교’를 실수로 규정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The United States, particularly President Trump, made the miscalculation that personal diplomacy at the summit level, together with vague promises of a prosperous future, would overcome decades of mistrust and persuade Kim Jong Un to abandon his nuclear deterrent.”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번영된 미래라는 모호한 약속과 함께 정상급에서 진행하는 개인적 외교를 통해 수십 년 묵은 불신을 극복하고 김정은이 핵 억지력을 포기하도록 설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오판했다”는 비판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적 외교 전략, 그리고 북한 정권의 본질에 대한 오해와 단순화 역시 미-북 협상을 교착으로 이끈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규범을 깨고 김정은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시도는 무지함과 오만, 외교에 대한 무례함 때문에 훼손됐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Trump boldness in breaking norms and meeting with Kim was undermined by ignorance and arrogance, disrespect for diplomacy, which Trump Seems to view like a real estate deal, in zero-sum terms. Thinking over simplistically that summitry alone could result in a deal on such a complex problem, that working the details was key (and why Summits should follow, not precede working-level talks.”

“세부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 핵심인 복잡한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김정은에게 부여할 정당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혜택으로 간주한 ‘원산의 트럼프 타워와 콘도’를 김정은과 북한 엘리트들은 ‘독 묻은 당근’으로 여긴다는 사실 또한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Trump did not understand the implications of Trump-Kim summits, the legitimacy it conferred to Kim…Also not understanding that what the US sees as benefits- Trump towers & condos in Wonsan are viewed as poison carrots by Kim & his ruling elit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를 “북한 지도자에게 동기와 유인책을 제공하고 북한인들을 위한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를 약속하는데 초점을 맞춘 방식”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자신이 이런 접근법을 설계했던 관리들 중 한 명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That approach was essentially the one that the Clinton administration took (I was one of the architects of that approach). It did not work then, when North Korea had yet to develop nuclear weapons, and it will not work now that Pyongyang has become a nuclear-armed state for the same reason.”

“이런 방법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인 그 때도 통하지 않았고 이미 핵 보유국이 된 지금은 더더욱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일방적인 유인책과 목표를 설정한 뒤 정상 간 담판에 치중했던 미국의 대북 관여 방식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비핵화 협상 전략을 짜던 일부 당국자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특히 미국의 독자적 행보가 두드러지면서 역내 국가들과의 긴밀한 공조와 조율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미국의 외교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보다 절제된 신호와 메시지를 보내고 동맹, 파트너들과 보다 효율적으로 협력하면서 국제적 합의에서 미국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There are many things the Trump administration could have done to make its diplomacy more effective, including better signaling and message discipline, working with allies and partners more effectively, less undercutting of American credibility in international agreements, etc. I believe the administration should have worked with international partners to forge a strategy to more effectively test Kim’s seriousness about being willing to give up some significant part of his nuclear program, which was not done with sufficient focus.”

이어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포기할 의지가 있는지 효과적으로 시험해보기 위한 전략을 짜는데 미국이 전 세계 파트너들과 협력 했어야 했지만 여기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호적 평가와 친밀감을 거듭 표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아부 외교(flattery diplomacy)”로 평가절하하고 이런 방식은 종말을 맞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 “It does appear that President Trump's "flattery diplomacy" toward Kim Jong-un is coming to an end.”

닉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 핵 협상의 중요한 고비마다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과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대북 유류 공급을 완전히 끊지 못했고,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역제안을 하지 못한 채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사찰 기회를 놓쳐버렸으며, 지난해 10월 스웨덴 실무회담 결렬 직후 김정은 위원장을 비판하지 못했던 점을 꼽았습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역대 어떤 미 행정부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비핵화 협상 교착의 책임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서 찾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민주·공화당 행정부가 취한 어떤 다른 접근법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대하고 초당적 실패는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설득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정책 접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It did not succeed. But neither has any other approach taken by both Democratic and Republican Administrations over the past 40 years. Perhaps the reason for this epic, bipartisan policy failure is because there was no policy approach that would have either persuaded or compelled North Korea to surrender its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Viewed historically, the Trump Administration is in good company in this regard.”

더 나아가 역대 미 행정부들이 공통으로 직면했던 ‘북한 딜레마’ 속에서 완전히 다른 해법을 모색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시도가 나름 의미가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협상의 교착과 비핵화 실패의 원인은 북한에 있는 것이지 미국의 잘못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벡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김정은과 직접 협상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북 압박 수위를 다시 올리기에 앞서 타당한 협상 시도를 하는 최선의 사례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 “I believe Trump had to make a best case, legitimate attempt to negotiate with North Korea - before he once again stepped up the pressure on Pyongyang.”

아울러 ‘북한의 무기 실험을 둘러싼 긴장이 시작되고 고조된 것은 오바마 행정부 때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긴장을 완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 “It is also important to remember that the tension over weapons tests began and intensified during the Obama administration. Trump was actually able to tamp down tensions.”

따라서 현재의 교착 국면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초로 정상급 대화가 이뤄진 미-북 비핵화 협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실패나 성공으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소수의 목소리입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 정책국장은 “70년 동안 관계나 신뢰를 쌓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하려면 복잡한 비핵화 여정에 관한 대화와 진전을 구축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 정책국장] “I would caution that it is too early to declare the approach a failure or success. Dialogue after seven decades of a complete absence of ties and trust implies time needed to establish dialogue and progress on the complex path of denuclearization.”

“핵 협상이나 트럼프의 정책에 묘비명을 쓰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리언 시걸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의 진단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문제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북 협상의 득실을 따지며 상황 관리를 해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입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이미 성공으로 선언한 뒤 다른 일들에 집중해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Trump has been focused on other things and, having already declared his North Korea policy a success (which it is not, at least not yet), he is unwilling to devote more time to it because that would risk acknowledging that in fact it is not yet a success.”

오핸론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인할 위험이 있는 만큼, 북한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현 교착 국면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21명이 진단하는 미-북 협상의 교착 배경,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정상 간 외교와 개인의 협상력에 무게를 뒀던 ‘트럼프 식 대북 접근법의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내일은 세 번째, 마지막 순서로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대안을 소개해드립니다.

VOA 심층취재에 참여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21명 (무순)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

나는 김정은을 기꺼이 만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북한을 비핵화 사안에 진지하게 관여하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하기 희망했다. 특히 북한을 최대한 고립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국제적 캠페인이 실시된 뒤에 말이다. 불행하게도 북한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미국의 외교를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보다 절제된 신호와 메시지를 보내고, 동맹, 파트너들과 보다 효율적으로 협력하며, 국제적 합의에서 미국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나는 김정은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포기할 진지한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보다 효과적으로 시험해 보기 위해 전 세계 파트너들과 전략을 짜는데 미국이 전 세계 파트너들과 협력했어야 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여기에 초점이 맞춰지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정은은 어떤 이유에서든 현재 진지한 협상을 시작할 의지나 능력이 없고,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한 기회를 낭비함으로써 완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응징적 제재에 속박되고 말았다. 나는 이런 요소들이 올해 매우 부정적인 역학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극적인 정상회담은 타결을 바라는 우리 모두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드라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북 간 핵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려면 양측 간 실질적인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 작업은 정상회담이나 짧은 실무접촉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히 합의가 가능하고 2017년에 목격했던 긴장 고조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수개월 간 논의돼온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의 상호 교환 방식을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는 드라마는 줄이고 작업은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현재의 교착상태는 북한과 미국 모두의 오판에 기인한다. 김정은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에 대한 열망 때문에 그저 영변 핵시설 폐쇄만으로도 중요한 제재를 모두 해제할 것으로 계산했다. 그리고 북한은 2019년 가을, 실무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해 중요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믿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번영된 미래라는 모호한 약속과 함께 정상급에서 진행하는 개인적 외교를 통해 수십 년 묵은 불신을 극복하고 김정은이 핵 억지력을 포기하도록 설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오판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중요한 기회의 상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일방적인 제안을 거절한 것은 적절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부분적 비핵화라는 잠정적 방안을 부분적 제재 완화와 맞바꾸는-을 내놓는 대신 “모 아니면 도(go big)” 방식을 택해 완전한 비핵화를 완전한 제재 완화 조건으로 제시했다.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트럼프 행정부도 틀림없이 알았을 텐데 말이다. 앞서 말한 대안에 합의했다면 우리가 현재 어느 지점에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

미국이 무엇인가 했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교착상태가 조성됐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 문제는 핵심 주제에 초점을 맞춰야 할 보다 복잡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즉,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여부이다. 돌이켜 보면 미국과 북한 모두 하노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계속 머물러있어야 했다. 북한은 제재 완화와 영변 핵시설을 맞바꾸는 것을 제안했고, 미국은 제재 완화의 조건으로 모든 핵무기, 관련 시설, 미사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제안한 뒤에 말이다. 양측은 서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하노이 정상회담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하지만 이는 실무급 협상의 시작점이 됐어야 했다.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로드맵과 시간표를 가지고 타협점을 마련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서로의 제안을 모두 풀어놓는 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년 간 노력을 기울였던 것을 고려할 때 가장 두드러지고 놀라운 일은 비핵화가 무엇을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확신했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은 김정은이 정의하는 비핵화가 미국의 정의와 비슷하다고 추정했지만, 이를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확인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

김정은이 경제 번영과 현대화의 대가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실제로 포기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 이야말로 그의 대북 정책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는 물론 잘못된 가정이다. 김정은은 북한과 김 씨 왕조의 생존에 필수라고 믿는 북한의 핵 억지력을 진심으로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대신 김 위원장은 상당 수준의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처럼 북한 핵 능력을 다소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의지는 있었다.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과 현실과의 간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드러났다.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 김 위원장은 제한적 비핵화라는 북한의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이게 만들려고 애써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에 동의하지 않으면 핵과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말이다.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그런 위협에 넘어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미-북 비핵화 협상은 진전을 이루는데 실패해 온 것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현 교착상태의 본질은 내가 그동안 묘사해 왔듯이 현 협상 장치의 “원죄”에 있다.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합의한 적이 전혀 없고, 여기에 대한 두 나라의 해석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미국에게 이 단어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종말을 의미한다. 하지만 북한에게는 언제나 “한반도 비핵화”를 의미하는 말이다. 북한 관리들은 나에게 “한반도 비핵화”란 미-한 동맹의 종식, 주한미군 철수,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 핵우산 제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미국이 물리적 충돌 상황에서 동맹들을 방어하기 위한 전술 및 전략 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없애라는 뜻이다. 지난 18개월 동안 미-북 대화에서 두 나라는 이처럼 근본적으로 다르고 매우 상충되는 것들을 추구해왔다. 이 과정이 교착상태로 귀결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한 북한은 이미 오래 전에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했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 대부분의 견해이다. 나는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 트럼프가 북한을 다루는 접근법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개인적인 협상 기술과 “협상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의존해왔다. 북한 지도자에게 동기와 유인책을 제공하고 북한인들을 위한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를 약속하는데 초점을 맞춘 방식이었다. 이런 접근법은 본질적으로 빌 클린턴 행정부가 택한 방식이었다(나는 바로 이 접근법을 설계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방법은 북한이 핵무기를 아직 개발하지 않았던 그 때도 통하지 않았고, 북한이 이미 핵 보유국이 된 지금에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 그리고 이 핵무기로 미국을 억지할 수 있는 능력에 자신들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오랫동안 확신해왔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 능력이 핵무기에 달린 것으로 결정했고, 이런 셈법을 바꿀 유일한 상황은 핵무기 보유가 정권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고 북한이 확신할 때 뿐이다. 현 교착상태의 이유에 대한 나의 설명은 이 말로 요약된다. 이런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처방”으로 마지막 문장을 맺고자 한다. 그 처방은 북한에 대한 “플랜B” 적용의 필요성을 논한 나의 지난 1월 보고서에 기술돼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현재의 교착상태를 만든 장본인은 김정은이다. 모든 한반도 문제의 근원은 마피아 같은 범죄 조직이자 사이비 종교 집단인 김 씨 정권의 존재 자체에 있다. 이러한 김 씨 정권은 한반도를 게릴라 왕조와 수용소 국가의 지배 체제 아래 복속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는 “주체의 특질”을 가미한 북한의 정치전(political warfare) 전략과 “오랜 사기꾼”인 김정은이 한반도를 지배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도 제재를 완화시키려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미 국방대학의 폴 스미스는 1990년 정치전을 이렇게 정의했다. “정치전은 적대적 의도를 기반으로 적을 제멋대로 조정하기 위해 정치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이라는 용어는 정부와 목표 대상(다른 나라의 정부, 군부, 일반 국민들을 포함) 간의 계산된 상호 작용을 뜻한다. 정부들은 특정한 행동을 강제하고 이를 통해 적보다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기법에는 국가적, 군사적 목표를 위해 각각 사용되는 선전과 심리전이 포함된다.” 이는 북한이 특히 적대적 의도를 강조하면서 한국과 미국에 대해 펼치는 전략을 매우 적절히 기술하고 있다. 북한 정권에게 이는 오직 한 쪽만 성공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한-미 동맹은 이런 점을 인식하고 전략과 행동에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북한의) 적대행위가 재개될 경우 단지 전쟁에만 승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념 대립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대해 답해야 한다. 우리는 김정은이 전복, 강압, 강탈이라는 70년 간의 전략을 포기했다고 믿는가? 우리는 김정은이 마피아 같은 범죄 조직이자 사이비 종교 집단인 김 씨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게릴라 왕조이자 수용소 국가가 주도하는 무력 통일 의지를 포기했다고 믿는가? 우리는 김정은이 그런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분열시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려는 목표를 포기했다고 믿는가? 김정은은 동맹을 분열시켜 한국을 정복하는 분할 정복 전략을 포기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은 “노”이며 모든 미 행정부들의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추정을 바꾸고 다음의 두가지 가정을 미국의 대북정책을 재고하는 데 지침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김정은은 핵무기 보유가 핵포기 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할 때만 비핵화를 할 것이다. 둘째, 김정은은 그의 “게릴라 왕조와 수용소 국가”의 지배 아래 한반도를 통일하기 위해 전복, 강압, 강탈과 무력 사용이라는 북한의 전통적 전략을 계속 추구할 것이다. 요컨대, 김정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공포심과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협을 그에게 대항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

실패의 원인은 엄밀히 말해 북한에 있다. 소위 전문가들과 편향된 개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비핵화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실패라면 이는 북한의 잘못이지 미국의 잘못이 아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박 수위를 다시 올리기에 앞서 타당한 협상 시도를 하는 최선의 사례를 만들었다고 본다. 그리고 북한의 무기 실험을 둘러싼 긴장이 시작되고 고조된 것은 오바마 행정부 때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긴장을 완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김정은과 직접 협상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제재를 완화했을 때 북한이 상황을 악용하고 약속을 번복한 수차례의 전례가 있는데 왜 소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완화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전략은 이처럼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추진된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잃은 것이 있는가? 어떻게 이를 실패라고 할 수 있나? 여전히 대화 재개의 가능성은 남아있지만(가능성이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북한이 첫 미-북 정상회담 이전과 비슷한 도발적 행동을 재개한다면 미국이 취해야 할 가장 적절한 행동은 대북 압박 캠페인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주요한 수단은 경제 영역이다. 중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그리고 여러 아프리카 나라들에는 북한의 검은 돈을 세탁하는 은행들이 있다. 북한의 검은 돈은 불법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말하는데, 그 중에서 무기 확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은행들을 겨냥해 벌금이나 제재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북한 돈을 세탁해 국제법을 어기는 은행들에게 벌금이나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다른 은행들에게도 모종의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다. 이런 절차는 계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 러시아에 있는 위장 기업들 또한 목표물로 삼아 폐쇄 조치를 취하고,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도운 외국인 중개인들에게도 과거보다 훨씬 포괄적인 방식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활용한 각국 간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해상 운송과 불법 화물 이송을 막아야 한다. 북한을 겨냥해 압박할 다른 수단들도 있지만 경제적 방안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됐다.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매우 취약한 경제 부문, 즉 북한의 재정을 강타하는 것이다. “실패한” 정책이란 정책 입안자(대통령)가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정책을 뜻한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해당되는 경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옳은 결정을 내리는데 실패한 나라는 북한이다. 북한이 불량 국가로서의 태도와 도발적 행동을 계속한다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압박을 고조시키고 나쁜 행동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성공적인 미국의 정책이 될 것이다. 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신중한 조처라고 할 수 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긴 안목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실패했던 첫번째 대통령이 아니다. 4명의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엔 구조적인 핵심 문제들이 있다. 상호간 깊은 불신, 지리적 요소(서울이 비무장지대에서 가깝다는 것), 북한, 특히 김 씨 왕조의 본질과 역학에 대한 이해 실패가 그것이다. 규범을 깨고 김정은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시도는 무지함과 오만, 외교에 대한 무례함 때문에 훼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제로섬 게임에 근거한 부동산 거래로 보는 듯 했다. 세부 사항을 다루는 것이 핵심인 복잡한 문제를 오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정상회담을 실무회담 전이 아니라 후에 열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 가져올 영향과 김정은에게 부여할 정당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김정은을 윽박지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큰 문제였다. 그리고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혜택으로 간주한 “원산의 트럼프 타워와 콘도”를 김정은과 북한 엘리트들은 “독 묻은 당근”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북한이 40년 동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왔고 이를 대체할 어떤 제안도 신뢰하지 않았다는 점을 미국은 파악하지 못했다. 25년 간의 (미-북) 외교를 돌아볼 때 어떤 “김 씨”도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아마 그들은 절대 그럴 의도가 없었을 것이다. 모든 문제에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제들은 그저 관리하는 것만 가능할 뿐이다.

-랄프 코사 전 태평양포럼 석좌-

트럼프 대통령과 전임자들의 접근법이 갖는 주요 문제점은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을 뒀다는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핵무기 포기 비용이 핵무기 유지 비용 이나 혜택보다 크다. 미 대통령들은 모두 북한의 핵무기 유지 비용을 더 높이려고 시도했지만 그런 노력은 중국에 의해 번번이 약화됐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 위기를 자국의 이익으로 여기지 않고, 중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이 믿는 한 미국의 노력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캠페인은 작동할 수 있었지만 그가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을 만나고 북한이 더 이상 핵 위협이 아니라고 선언하면서 스스로의 노력을 훼손했다. 여러 다른 요소가 있지만 중국 (러시아와 심지어 한국도)을 합류 시키는데 실패해 정책 조율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국장-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보여준 탑다운 방식의 색다른 대북 외교에 고무됐었다. 이것이 맞는 방식이다. 협상의 최전선에서 지도자 간 관계를 중시하는 북한과는 전통적 외교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트럼프 대통령 마저 전통적 방식의 접근법을 취하는 데 대해 좌절감을 느꼈다. 보상을 제공하지 않은 채 맨 앞에 비핵화 요구를 놓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에게 듣기 좋은 몇 마디 말을 던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를 ‘최대 압박’으로 포장해 재탕한 것과 다를 바 없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오직 압박에 의존했다. 이런 방법은 북한에 통하지 않았다. 미국이 먼저 양보한 뒤 점진적이고 상호적 접근법을 이어가야 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일부를 폐기하는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수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을 기반으로 해 실행할 수 있는 마무리 전략이 없었다. 그리고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받아들일 수 없는 ‘리비아 모델’을 그렌드바겐으로 가장해 제안함으로써 회담을 일부러 깼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은 스타일 면에선 독특하지만 내용 면에선 지극히 틀에 박힌 방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에 단계적 접근법을 적용할 것이라며 소란을 피웠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실제로 들고 나타난 제안은 북한이 갖고 있는 유일하고 진정한 협상 카드를 포기하지 않으면 제재 해제도 없다는 것이었다. 좋든 싫은 애당초 성공할 가망이 없는 제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에 대해 전례 없는 아부 캠페인을 펼친 것은 사실이고,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 횟수와 규모를 줄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 접근법은 전임자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략적 인내에 따르는 압박일 뿐이다. 이제 이런 종류의 접근법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CVID(혹은 FFVD)가 목표라면, 모종의 보상을 대가로 북한이 이미 보유한 것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단순히 너무 늦었다. 아부와 작은 양보를 혼합한 전략으로는 이런 셈법을 바꿀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한쪽으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데(제거하는게 아니라) 집중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경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중국의 전례를 밟도록 하는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다. (국제 경제에 편입되면 대단치 않은 규모의 핵프로그램은 크게 상관없는 상황을 말한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연구원-

북한과의 외교가 실패한 원인은 대체로 북한 정권이 핵무기와 운반 시스템을 포기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는데 있다. 김정은 정권이 핵 역량을 경제적 번영과 맞바꿀 준비가 돼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망상이었다. 이런 생각은 북한 정권이 부추기고, 과거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이들이 영구화했다. 북한과의 모든 비핵화 협상은 항상 같은 지점에서 끝났다. 북한이 뭔가 핵심적인 핵역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뒷걸음치는 상황 말이다. 북한은 그 지점에 이를 때까지 어떤 양보이든 기쁘게 받아내려 한다. 대부분 경제 부문인데, 북한은 양보를 얻어낸 뒤에는 선을 그어버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독려로 북한과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려고 시도한 공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외교를 정치극(political theater)으로 대체해버린 순진한 접근이었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특히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번째 회담의 혜택은 대부분 김정은에게 돌아갔다. 그에게 북한 지도부가 오랫동안 추구했던 무대와 정당성을 제공한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승리로 주장하며 정치적 잇속을 챙겼다. 승리라고 할만한 게 존재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사실 비핵화라는 어려운 문제를 협상하려는 진지한 시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 협상가들이 실제로 그런 시도를 했을 때 미국 대통령에 의해 동력이 약화되고 북한에 의해 거부되고 말았다. 지난 30년 동안 이 문제를 다뤘던 이들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미국의 동북아시아 동맹들에 대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완전히 전례 없고 위험한 접근법을 시도했다. 이런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공화당 행정부가 지난 40년 동안 취한 어떤 다른 접근법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장대하고 초당적 실패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설득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정책 접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트럼프 행정부도 이런 점에서 같은 배를 탔다. 전략이 부족한 게 아니라 상황의 문제인 것이다. 북한 정권이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이라는 게 나의 견해이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트럼프 행정부는 거창한 “리비아 모델” 방식의 완전한 비핵화를 시도할지(나는 이를 완전히 비현실적 방안으로 여긴다), 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제안한 것보다는 조건이 훨씬 나은 실용적 접근법을 시도할지(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무기 생산과 실험 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이겠지만) 결정하지 못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북한 스스로도 그런 합의를 수용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을 이미 성공으로 선언한 뒤 다른 일들에 집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대북 정책이 성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인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연구소 선임연구원-

트럼프 대통령의 ‘탑다운’ 방식은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추진된 전임 행정부들의 접근법 보다 성공적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창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협상엔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빈번한 주장처럼 김정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동의한 적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에는 희생이 따랐다. 그는 제재 압박, 외교적 고립, 군사적 억지라는 미 최대압박정책의 세 기둥을 모두 훼손시켰다. 또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한국에 과도한 비용 분담을 요구함으로써 불필요하게 핵심 동맹과의 관계를 긴장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에는 이처럼 비판할 여지가 많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북한과의 모든 협상이 실패하게 만든 공통의 원인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들과 기존 비핵화 합의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은 또다시 외교 대화를 거부하고 특유의 도발 위협으로 돌아가고 있다. 협상에서 지렛대를 얻기 위한 이유도 일부 작용했겠지만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한다면 한반도는 2017년의 긴장 고조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현재의 교착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정은의 목표를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단지 정권의 생존에만 관심이 있다면, 그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30~60개 핵무기(미국인으로서 영변을 가장 많이 방문한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제시한 수치)는 지나치게 많으며, 따라서 그 중 일부를 기꺼이 포기하고 생산 동결 조치를 취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비핵화를 하지 않았고, 핵무기를 전혀 포기하지 않았으며, 생산도 중단하지 않았다. 그의 행동은 유엔 제재라는 대가를 치렀고, 이는 북한 경제와 김정은의 위상을 훼손시켰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이런 희생을 치르려는 것은 그가 훨씬 많은 핵무기를-적어도 100~200개-절실히 원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정은이 그렇게 많은 핵무기를 만들려고 한다면 그의 국가 목표는 정권 생존과 함께 북한 주도의 통일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미국의 한반도 안보 전문가 대다수는 미-한 군사력의 우위 때문에 김정은이 그가 원하는 방식의 한반도 통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김정은이 집중하는 전략의 일부는 미-한 동맹을 깨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김정은은 이런 전략에서 성과를 거뒀고, 최근의 미-한 관계 또한 동맹을 훼손시켜왔다. 만약 미-한 동맹이 실제로 깨지고 북한이 100~200개의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핵무기가 전혀 없는 한국을 상대로 북한은 군사적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한국에 강요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의 핵포기 협상 제안은 미국과 유엔의 추가 제재를 막기위한 지연 전술일 뿐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더 많은 핵무기를 원하며 핵무기 상당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현재 북한 비핵화를 협상하면서 미국과 유엔의 갖가지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하지 않은 채 제재 종식을 원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협상을 약속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에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김정은에게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것도 받지 못한 채 마냥 김정은에게 양보만 할 수 없다. 김정은이 뭔가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선 김정은은 비핵화 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여러 소식통에 의하면 그의 핵무기 생산은 오히려 가속화됐다. 김정은이 실제로 비핵화를 하려고 했다면 이를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했다. 김정은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2018년 4월 정상회담을 한 뒤 내놓은 판문점선언을 보라. 비핵화에 대한 내용은 미약하고, 다만 1조1항을 통해 “남북한 간 모든 기존 선언과 합의”를 완전히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1992년 남북한이 체결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환기시킨다. 선언은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 약속들을 반복해서 위반했다. 이미 핵무기를 제조, 생산, 보유, 저장했고,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사용했다. 김정은이 이런 약속들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가 또다시 비핵화 약속을 한들 믿을 수 있을까? 그에게 진정성이 있었다면 미국과의 정상회담과 협상을 통해 적어도 그런 진정성을 증명했을 것이다. 국무부는 북한 협상 대표들과 언제라도 만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런 만남을 거부하고 있는 쪽은 북한이며. 김정은은 미국의 우선적인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측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미국이 북한에 준 것이 받은 것보다 훨씬 많고, 북한은 이미 많은 약속들을 어겼다. 이런 관계는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화하기 어렵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 정책국장-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실패나 성공으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70년 동안 관계나 신뢰를 쌓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하려면 복잡한 비핵화 여정에 관한 대화와 진전을 구축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잘못된 출발을 하는 등 역경에 부딪칠 수 있다. 우리는 미-북 지도자들이 세 차례에 걸쳐 만나 다양한 결과를 도출하면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을 봐왔다. 하지만 상징성만큼은 컸고,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와 남북한 간 포괄적인 군사 합의를 통해 진전도 만들었다. 물론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고체 연료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량과 같은 무기 성능 개선의 심각성을 부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북한의 위성 발사나 장거리미사일 시험 재개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워싱턴의 정치적 대응이 핵심이다. 화염과 분노와 같은 수사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필요한 것은 북한의 억지력에 대한 우려와 경제 현대화에 대한 열망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또한 비핵화로 가는 여정에서 동결, 무기 통제, 군축을 통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서 멀어지도록 만드는 한편, 앞서 언급한 북한의 그런 우려와 열망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한다. 북한과의 통합 쪽으로 움직이려는 한국의 의향은 지지 받아야 하고, 우리는 남북한이 다시 관여하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야 말로 성공을 위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경제 협력의 첫걸음으로서 제재를 완화할 수도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 다리를 놓으면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나아가게 한 첫 여정은 한국을 통해 시작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부 외교(flattery diplomacy)”는 종말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트럼프의 아부 외교를 낙관적으로 여긴 적이 없다. 나는 4명의 전임 대통령 즉, 조시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준 실패의 맥락 속에서 그렇게 보는 것이다. 이같은 잇단 실패는 거의 틀림없이 지난 30년 동안의 미국 외교 역사에서 최악의 총체적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미 행정부는 실수를 연발했다. 북한은 매번 미국 협상가들과 대통령의 허를 찌르고 마음대로 흔들어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부 외교를 시작했을 때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회를 줘 보자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여러 구체적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제안했는지 공개한 적이 없다. 우리는 아직도 미국의 제안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 제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추가 압박을 이끌어낼 기회를 놓쳐버렸다. 중국 내 비판을 이끌어낼 기회 역시 말이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긴장 국면 속에서 대북 유류 공급을 완전히 봉쇄할 것을 유엔 안보리에 제안했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신 원유와 정제유 공급량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수용했다. 이같은 상한선 규정은 감시되거나 집행될 수 없다. 게다가 야간에 선박 간 유류 환적이 이뤄지고, 유류를 전달받는 배가 북한에 이를 전달했다는 보고는 더욱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들 선박들을 차단하고 선박 간 환적을 막기 위해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상당한 해군력과 공군력을 사용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데 있어서 매우 유약한 모습이고 이같은 실패의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셋째,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 제안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즉시 이를 거부했다. 과거 영변 폐쇄 합의에 실패한 전례를 고려할 때 영변 시설에 대한 미 정부의 냉소적 태도는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 외무상이 발표한 성명을 보면 북한은 당시 두가지 요소를 제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사찰과 폐쇄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찰단을 조직해 영변에 파견함으로써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랫동안 실패해온 역할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제안들이 이행됐다면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직접적인 길을 열었을 것이다. 또한 미국 사찰단은 사찰단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북한의 시도에 맞서는데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한이 오랫동안 그 역할을 훼손하려고 했던 IAEA보다 유리한 입지에 있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과거 미 행정부들은 북한이 IAEA의 사찰 권한을 방해했을 때 IAEA를 지원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에 파견된 미 사찰단을 굳건히 지지하지 않을 미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두가지 요소가 포함된 영변 핵시설 관련 합의를 했다면, 북한 내 제 2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 초점을 맞춘 다음 차례의 협상을 요구하고 미 사찰단을 그런 시설들에 접근시킬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기회를 놓쳤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지난해 10월 초 스웨덴에서 열린 실무회담이 결렬 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직접 비판하기 시작했어야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지난해 연말을 시한으로 한 최후통첩을 보냈을 때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제안을 공개적으로 밝혔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부 외교가 갖는 치명적인 결함은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을 중대한 성공으로 과시했다는 점이다. ICBM 생산을 포함한 북한의 연구와 생산 과정은 2018년과 2019년에 진행됐다. 나는 북한이 아마도 핵탄두가 장착된 10~20기의 ICBM을 생산, 배치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김정은의 추가 도발이 언제 현실화 되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래 무시해온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연구와 생산의 성공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리언 시걸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

문제는 북한에 있는 것이지 미국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가지 가능성은 북한이 스스로 운전석에 앉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협상력이 우세하다고 보고, 미국이 적대감을 종식시키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중대한 일방적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대화를 거부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보다 골칫거리일 수 있는 가능성은 미국과의 관여 국면이 진행될 경우 북한 지배층 내 자신들의 입지에 변화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정통파 노동당원들과 군부 강경파들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상당한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화해하려는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의 목표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지만 말이다. 뭔가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겠지만, 핵협상이나 트럼프의 정책에 묘비명을 쓰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많은 요소들이 현재의 교착상태를 만들었다. 대부분 미 대통령의 통제력 밖에 있는 요소들이다. 그 중에서도 두가지가 가장 핵심적이다. 첫째, 북한의 불안정성이다. 핵무기는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한다. 국제사회에서 소수의 친구와 다수의 강력한 적들을 갖고 있는 북한에게는 이런 안보가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될 유일한 상황은 핵 억지력에 상응하는 안전 보장의 길을 발견할 때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평화와 안보의 길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 화해, 관계 정상화, 경제 관계 구축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목표가 명백히 북한의 비핵화이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보여줄 경우 평화와 비핵화의 길에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고 제안했다. 둘째, 불신이다. ‘약자’인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기 전에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고 관계를 정상화해주길 원한다. 본질적으로 북한은 핵을 포기함으로써 스스로를 취약하게 만들기 전에 ‘강자’가 “적대시 정책”을 포기했음을 증명해달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과 한국은 대북 제재 완화와 화해에 앞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를 원한다(혹은 적어도 상당 수준의 우선적인 비핵화). 두 나라가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이 양보를 선불로 받아 챙기고 핵 역량 일부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과 관련해서는, 한가지는 옳았고 다른 많은 것들은 틀렸다. 북한이 독재 국가이고 김정은 위원장만이 국가의 진로를 바꿀 권한을 갖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은 옳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직접 호소함으로써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한 대담하고 결단력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불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협상력을 과대평가했고, 북한을 “극단적 압박” 아래서 지내도록 놔두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를 과소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도 크게 오해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생명줄을 제공하리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미국 주도의 유엔 제재를 크게 훼손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세부적인 부분에 주의를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단거리미사일 발사가 장거리미사일을 개량하는데 유용하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시키고 폐쇄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이해하지 못했다. 끝으로,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계속 바뀌면서 혼란을 야기했고, 북한이 어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와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결과 등으로 인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한 협상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는 어떤 사실 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폼페오 장관마저 자리를 뜬다면 진전을 더욱 가로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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