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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란 미사일 협력, 정확도·고체연료 초점...한국 공격에 최적화"


이란이 지난 2011년 6월 샤하브-3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공개한 사진. 샤하브-3는 북한 노동 1호 미사일에 기반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란이 지난 2011년 6월 샤하브-3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공개한 사진. 샤하브-3는 북한 노동 1호 미사일에 기반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과거 이란의 미사일 개발을 돕던 북한이 이제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정확도와 고체연료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고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두 핵심 기술은 미국이 아닌 한국을 공격하는데 최적화된 것으로, 완성돼가는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과 결합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이란이 북한과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협력을 재개했다는 보도가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다만 “재개”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판단하고 계시죠?

윌리엄스) 보도를 접하면서 “두 나라의 미사일 기술 협력이 언제 중단된 적이 있었나”라고 생각했습니다. 2000년대 초 이란이 실전 배치한 액체연료 추진형 샤하브 3는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기반으로 했고, 이는 북한의 스커드 기술을 토대로 진전된 것입니다. 샤하브 3는 이마드 미사일로 이어졌고요. 심지어 파키스탄의 가우리 미사일도 노동 미사일 기술에서 비롯됐지요. 하지만 이제 이란-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

기자) 이란이 북한의 미사일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뜻입니까?

윌리엄스) 북한은 최근 고체연료와 미사일 정확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는 이란이 매우 오랫동안 개발해온 기술입니다. 이란은 액체연료 개발에는 별 성공을 못 거뒀지만, 고체연료 부문에선 훨씬 나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고체연료 기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파테’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사정거리도 1000km 이상으로 늘리는 중이고요. 여기에 ‘기동탄두 재진입체(MaRV)’를 가동해 진로를 조정하며 낙하해 정확도가 매우 높습니다. 바로 이 기술이 북한 무기로 유입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북한의 개량형 스커드인 KN-18이 ‘MaRV’ 기능을 갖춘 듯합니다. 다시 말해, 이란은 스커드 미사일에 ‘MaRV’를 탑재해 정확도를 높인 미사일로 개량했고, 이후 북한도 이런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협력의 흐름이 이제 이란에서 북한 쪽으로 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두 나라가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을 갖춘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윌리엄스)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이란은 정확도에 더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재래식 무기만을 사용한다면 특정 목표물을 파괴할 정확도가 매우 중요하니까요. 반면 핵무기는 인근에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니까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죠. 이란은 ‘기동탄두 재진입체’와 고체연료 기술을 결합하는 데 성공해 왔습니다. 파테-110, 파테-131 미사일이 그 결과물입니다. 시험 발사만 해 온 북한과 달리 이란은 미사일을 실전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그 역량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데, 고체연료 전술 미사일은 정확도 측면에서 아주 잘 가동되는 데 반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키암’ 미사일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

기자) 그럼 이란이 제3국에서 정확도 기술을 얻어 자국 미사일에 적용한 뒤 북한으로 넘긴 것으로 봐야 할까요?

윌리엄스) 이란은 국내 기술과 외부 기술을 결합해 매우 높은 정확도 기술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나 중국 등의 도움을 받았을 수 있지만 증명하긴 어렵습니다. 북한은 미사일 정확도 면에서 다소 뒤처져 있었지만, 최근 역량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지난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고체연료 혁명’이라고 할 만한 변화를 선보였습니다. 최근 발사한 거의 모든 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 모델이었던 겁니다. 그전까지는 별다른 고체연료 기술이 없었던 북한이 갑자기 이런 진전을 이룬 건 외부의 도움을 의심케 하고, 이란에서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합니다.

기자) 반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도움을 준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윌리엄스) 북한의 화성-12, 14, 15 미사일 기술이 이란에 넘어갔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이란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영역에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입니다.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미사일 사정거리를 2,000km 정도로 제한하면서 말이죠. 대신 소위 “우주 발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어, 이란의 인공위성 로켓 시모르그를 ICBM 기술 개발 정황으로 지적하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액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시모르그의 엔진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샤하브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 샤하브 계열은 북한의 대포동, 그리고 노동미사일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란의 코람샤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 무수단 미사일에 기초했는데, 이란은 성공적인 시험 발사를 과시했지만, 무수단과 마찬가지로 안정성 여부는 회의적입니다.

기자) 미국이 이란-북한의 미사일 협력을 거듭 거론하는 건 미국에 대한 위협이 더 커졌다는 뜻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윌리엄스) 두 나라 협력이 미국에 가하는 큰 위험은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고 봅니다. 어떤 역량을 얼마 만에 개발할지 전망하기 힘들어진 겁니다. 가령 북한의 미사일 개발 추세를 보며 “5~10년 뒤 이 정도의 역량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겠지만, 이 과정에 영향을 줄 외부 변수를 계산하기 어렵게 된 거죠. “전략적 놀라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미사일을 갑자기 선보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RD-250’ 엔진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두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과 KN-08으로 불리는 화성-13 미사일에 초점을 맞추면서, 위성사진에 포착된 동향을 KN-08 엔진 실험으로 분석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느닷없이 완전히 다른 시스템인 화성-12, 14, 15 미사일을 등장시켰습니다. 다들 놀라면서 도대체 어디서 들여온 기술인지 의아해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도입된 것이지, 북한 실험실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외부 지원의 위험성입니다.

기자) 이란-북한의 미사일 협력에 매우 민감해 하는 또 다른 나라는 이스라엘입니다. 북한에서 흘러 들어간 기술이 중동 지역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윌리엄스)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려해야 하는 이란의 미사일 역량에 북한이 기여할 부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사일의 정확도와 안정성 영역, 그리고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에 한해선 이제 이란이 북한보다 한 수 위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오히려 이란이 북한에 제공할 게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이란으로 전수되는 미사일 기술을 이스라엘이 걱정해야 한다기보다는, 이란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기술을 한국과 일본이 걱정해야 한다고 말하겠습니다. 물론 핵무기 기술은 북한이 이란보다 훨씬 앞서 있고, 이스라엘은 이 점을 우려해야 합니다. 두 나라 간 핵 협력이 이뤄진다면 이란의 핵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고, 이란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미사일에 탑재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부문에서 북한은 분명히 이란보다 앞서 있습니다.

기자) 이란-북한의 미사일 협력은 주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문제로 간주되곤 하는데, 이란의 정확도 기술이 북한에 제공되는 것인 만큼, 실제로는 한국에 큰 위협이 된다는 말씀이군요.

윌리엄스) 맞습니다. 역내에서 북한과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상대가 한국일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 미사일 능력은 오직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새로 개발한 KN-23, KN-25는 일본까지도 날아가지만요. 북한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돼 있을 경우 한국이 입을 피해는 엄청나게 클 겁니다. 재래식 폭탄을 탑재했다면 공군 기지와 지휘통제 시설 등을 공격할 것이고 역시 큰 비용과 문제가 따를 겁니다. 이 경우에도 북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로 공격을 한다면 한국이 전쟁에서 버틸 수 있겠지만, 만약 다른 종류의 무기를 발사하기 시작한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겁니다.

기자) 이란-북한의 미사일 기술 협력이 이제 과거와 달리 이란에서 북한 쪽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라면, 북한 고유의 강점이 많이 희석된 건가요?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는 미사일 기술이 있습니까?

윌리엄스) 화성-12, 14, 15호로 이어지는 액체연료 계열의 장거리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체계에서 강점을 갖는다고 하겠습니다. 또 대기권 재진입체와 핵탄두 소형화 부문에서도 많은 진전을 이뤘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통해 크게 주목받은 뒤 상당 시간 동안 이를 무기화하는 작업에 주력해온 것을 고려할 때, 이제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지난 1~2년을 그런 시기로 봅니다. 물론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지 않다고 섣불리 확신해서 입게 될 피해를 우리는 감당할 여유가 없습니다. 만약 북한이 그런 기술을 이란에 전수한다면, 매우 큰 일이 될 것입니다. 이란의 “핵무기 대기 시간”을 크게 단축할 것이니까요.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으로부터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기술 협력 현황과 역내 파급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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