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이 지난 2007년 6월 UN 핵 사찰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이 지난 2007년 6월 UN 핵 사찰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은 사그라들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요구는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특히 급변사태를 가정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안전 확보와 폐기 방안에 관심이 쏠립니다. VOA에서는 핵 사찰과 검증 경험이 있는 북한 핵 전문가들로부터 유사시 북 핵 프로그램의 해체 절차와 범위에 대한 설명을 두 차례에 걸쳐 들어보는 특집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1, 2차 북 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던 올리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이 제시하는 방법론을 전해 드립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한 구체적인 핵 폐기 복안을 갖고 있습니까?

하이노넨 박사) 분명한 건 북한 핵 폐기 방안에 대해 연구해왔고, 북 핵 프로그램 지식에 근거한 예비 계획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정보 당국도 북 핵 프로그램 전모를 알지 못하니까요. IAEA나 미국은 이미 다른 나라의 핵 폐기나 검증을 주도한 경험이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이라크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곧바로 뒤를 이었습니다. 남아공은 생화학 무기까지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대상으로 했는데, 핵 폐기 검증은 IAEA가 맡았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조사를 진행했지만, 실제 검증 절차는 IAEA가 했지요. 리비아의 경우도 IAEA가 검증했고, 미국은 리비아가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민감한 설비를 반출하는 데 관여했습니다.

기자) 북 핵 폐기 절차도 그렇게 미국의 지원을 받아 IAEA가 주도하는 형태가 될까요?

하이노넨 박사)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물질과 생산시설 검증을 할 수 있는 국제기구는 IAEA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여부와도 관계가 있지만, IAEA만이 각국의 NPT 세이프가드(안전조치) 이행을 감독할 권한이 있다는 겁니다. 이라크와 남아공 사례를 돌이켜보면 모든 핵시설과 물질을 신고해야 하는데, 우선 민감한 핵무기 관련 작업 역시 IAEA가 관여합니다. IAEA가 이를 위해 조직하는 팀은 민감한 핵무기 설계 정보가 다른 나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핵보유국 출신으로 구성됩니다. 또 다른 팀은 핵물질에 대한 기술적 검증을 맡습니다. 이건 덜 민감한 과정으로 우라늄, 플루토늄을 그동안 얼마나 비축했는지 조사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IAEA는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팀과 더 전통적 세이프가드 절차를 맡는 다른 팀을 조직해 이 두 측면을 전반적으로 조율합니다.

기자) 북한 핵 프로그램은 말씀하신 이라크나 남아공의 경우와 차이가 있을 텐데요.

하이노넨 박사) 북한 핵 프로그램은 남아공의 경우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앞서있다는 게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북한은 플루토늄 40~50kg과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고 아직 실험을 거치지 않은 핵무기를 개발 중입니다. 핵물질 비축량만 놓고 보면 60~70년대 남아공 수준이지만,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 생산 시설입니다. 몇몇은 독성이 강한 플루토늄 시설이어서 누가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 문제가 남습니다. 따라서 이런 시설에 대한 정보를 가장 초기 단계에서 얻어야 하고, 직후에는 종합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가령 곧바로 (재처리공장인) 방사화학연구소 폐기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먼저 북한 측으로부터 플루토늄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이를 어디로 옮겼는지에 대한 신고를 받아야 합니다. 핵탄두는 다른 곳에서 만드니까요. 고농축우라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절차가 선행돼야 합니다.

기자) 북한 핵 폐기 과정에 미사일도 포함해야 합니까?

하이노넨 박사) 북한은 핵무기 탑재만을 목적으로 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재진입체, 핵탄두 설계 등이 포함되는데 이 역시 폐기 대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전담할 미사일 관련 국제기구는 없습니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있지만, 검증 작업을 하는 곳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라크의 경우 유엔 안보리가 특별팀을 조직했고, 북한의 경우에도 그렇게 해야 할 겁니다. 이 문제를 다루다 보면 생화학무기 문제도 등장하는데, 화학무기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검증할 수 있지만 생물무기의 경우 그렇게 할 수 있는 기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생물무기도 유엔 안보리의 특별팀이 처리했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핵 프로그램 영역을 벗어나지만, 미사일 프로그램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오른쪽)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기자) 구체적으로 북한의 어떤 핵 시설들을 폐기해야 하는지, 평화적 목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시설은 없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하이노넨 박사) 우선 단일 목적의 시설들입니다. 핵탄두 제조 시설,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무기화하는 시설들은 건물과 내부 시설 전체를 완전히 폐기해야 합니다. 평화적 용도로 전환할 수 없는 곳들이니까요. 핵실험 관련 시설들도 오로지 핵 프로그램 용도이므로 완전히 폐기해야 합니다. 재처리 시설과 농축 시설도 있는데, 재처리 시설은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없지만, 농축 시설은 농축 관련 설비만 제거하면 건물은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5MW 원자로도 달리 쓸 데가 없기 때문에 폐기해야 합니다. 실험용경수로는 안정성 여부를 판단해 완공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겁니다. 매장량이 풍부한 북한의 우라늄 광산은 국제적 통제 속에 그대로 유지하고 현대화해도 되는 곳입니다.

기자) 일률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미래를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하이노넨 박사) 그렇습니다. 온갖 종류가 다 들어있다(a mixed bag)고 보시면 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우라늄 광산의 경우 오염을 줄이고 폐기물을 잘 처리하기 위해 시설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북한 경제에 자산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희토류나 다른 광물을 얻을 수 있는 데도 사용할 수 있고요. 반면 5 MW 원자로나 재처리시설은 그런 식으로 활용할 수 없으니 없애버리자는 겁니다. 관련 연구센터도 많은데 평화적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고, 이미 그런 식의 연구가 진행되는 곳도 있습니다. 가령 영변 핵 연구소에서는 핵무기와 전혀 관계없는 활동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의료용 동위원소나 병원용 설비 등에 대한 연구를 말하는 겁니다. 따라서 이런 연구소와 활동들을 하나하나 정밀히 점검해 어떤 활동들을 평화적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 안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어야 하니까요. 모두 북한이 경제와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핵 연구소는 핵무기가 아닌 정보통신이나 전자, 의료기기 등 다른 분야를 다루는 과학 연구소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기자) 문제의 시설들에 대한 폐기 절차도 짚어주시죠.

하이노넨 박사) 우선 모든 시설의 가동을 동결하고 북한으로부터 핵 신고를 받은 뒤 조사에 들어갑니다. 1994년 제네바합의 때 북한이 모든 것을 신고하지 않았던 전례를 교훈 삼아 처음부터 정확한 신고서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중간에 미신고 프로그램이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아야 장기적으로 신뢰성있는 합의 이행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핵신고에 실패한 2015년 이란 핵합의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합니다. 정치적 이유로 지나친 압박을 자제하고 불완전한 신고를 받아들이는 바람에 국제 정치적 환경이 바뀌자 큰 문제가 생겼으니까요. 동결과 신고 뒤에는 우선순위가 높은 시설부터 폐기 과정에 들어갑니다. 핵연료 생산 시설과 핵무기 제조 시설 등이 여기에 포함되고 핵 운반 수단, 연구소, 핵실험장 등으로 이어집니다. 중간에 새로운 프로그램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대체적인 절차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기자) 그런 절차를 모두 마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나 걸리나요?

하이노넨 박사) 단계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첫 번째 단계인 프로그램 동결은 모든 핵무기 관련 시설과 핵연료 생산 시설, 방사화학실험실, 우라늄 농축 공장들의 가동을 중단하고 감시하는 절차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이 시설들을 더 이상 운영하지 못 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해 불능화하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농축시설에서 원심분리기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나서 세 번째 단계인 실질적인 폐기 절차에 들어갑니다. 북한이 협조한다는 전제하에 첫 번째 단계를 마치는 데는 제가 아는 한 2년 이상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건물을 완전히 제거해 미개발지로 되돌리고,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핵연료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는 완전한 폐기를 달성하려면 10년까지도 걸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핵무기 전용 미사일 프로그램 문제가 있다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하고요.

​북한 핵 시설 흐름도 (DPRK Nuclear Facilities Flowchart). 올리 하이노넨 박사 (스팀슨센터) 제공. ​

기자) 핵 프로그램만 문제가 아니라 과학자와 기술자들 임무를 전환해야 하는 과제도 남지 않습니까?

하이노넨 박사) 북한 핵 프로그램에 최대 1만 명 정도의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들을 핵에너지 관련 업무로 돌리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정보기술이나 전자 장비 설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다른 일을 열심히 하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평생을 핵무기 프로그램에 바쳐온 사람들이어서 좌절감을 느낄 경우 전문 기술을 다른 곳에 팔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재능있는 많은 인력이 경제적 지원과 새로운 아이디어, 대체 기술에 대한 접근을 필요로 합니다. 거대한 변화 과정이 될 겁니다.

기자) 북 핵 프로그램 폐기에는 물론 미국이 개입하게 되겠죠?

하이노넨 박사) 미국뿐 아니라 이웃 나라 등 국제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비용 문제도 고려해서 말입니다. 핵 폐기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북한은 거의 파산 상태이니까요. 1990년대 초 이라크의 경우엔 자금과 석유 자원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자금을 조달했죠. 하지만 북한 핵 폐기엔 제네바합의 때처럼 누군가 많은 자금을 대야 합니다.

기자) 북한은 폐기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습니까?

하이노넨 박사) 물리적 폐기 작업을 맡게 될 겁니다. 미국, 일본, 한국 등의 감독 아래 기계 등을 동원해 건물을 부수고 모든 장비를 제거하는 실질적인 작업 말입니다. IAEA와 함께 검증 작업에도 참여해야 하고요.

기자) 북한 정권이 붕괴된다는지 위급한 상황이 될 경우 검증이나 폐기 절차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 같은데요.

하이노넨 박사) 그럴 경우 북한 핵시설을 설계하고 만든 북한 기술자들과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들은 북한이 무엇을 가지고 있고 각종 증거와 기록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 기록이 불충분할 경우 이에 관해 설명할 수 있는 재능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입니다. 안전 기준에 대해선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매우 중요한 인적 자산입니다. 북한 정권에 무슨 일이 생기든 핵 프로그램 관련 주요 인사들의 협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들은 많은 인력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기반시설이 부실한 상황에서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폐기 작업과 관련해 이들을 최대한 안심시키고 작업이 완료됐을 때 직장과 미래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계획을 잘 세워야 합니다.

기자) 북 핵 폐기 과정에서 얼마나 오염을 최소화하고 방사성 물질을 줄이느냐 역시 매우 중요한 숙제 아니겠습니까?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하이노넨 박사) 매우 거대한 작업입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시설이 있고 폐기 관련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어서 북한의 5MW 원자로를 폐기하고 방사성물질을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재처리 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분야에 많은 경험이 있는 일본이 북한의 폐기 작업을 도울 수 있습니다. 핵실험장 폐기는 카자흐스탄 사례를 참조할 수 있습니다. 동부 세미팔라틴스크에 있는 핵실험장을 폐쇄한 뒤 어떻게 지하터널의 오염물질이 유출되지 않도록 했는지 말입니다. 복원작업은 외부에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는데, 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플루토늄이 흘러나가지 않게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또 카자흐스탄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도 북 핵 폐기와 오염방지 작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좀 제한적이긴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 심지어 호주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 영국이 호주에서 핵실험을 했고 플루토늄 오염 제거 경험이 있으니까요.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으로부터 북한 핵 프로그램 폐기 절차와 변수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