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6월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20년은 미국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한 해였습니다. 북한은 바이러스 차단을 이유로 연초부터 국경을 전면 봉쇄한 채 외부와의 인적, 물적 교류를 사실상 중단했고, 이로써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미국과 한국의 움직임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VOA는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 별로 돌아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풀리지 않는 남북관계에 대해 살펴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입니다. 

올 한 해 남북관계는 1년 내내 변변한 대화 한번 없는 교착 국면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악화된 한반도 정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치면서 문재인 한국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말 신종 코로나 발생을 이유로 최대 우방국인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해서 이 바이러스가 침습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선제적으로 차단, 봉쇄해서 감염통로를 완전히 막는 것입니다.”

올해 초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하려 했던 북한 개별관광도 신종 코로나와 함께 동력을 잃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동연락사무소까지 잠정폐쇄돼 남북 교류의 통로도 위축됐습니다.

북한은 3월과 4월 스스로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힌 단거리 발사체와 순항미사일 등을 쏘며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의 집권여당은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7일 남북정상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신종 코로나 위기를 남북 협력의 새 기회로 삼아 방역 협력의 길에 나서겠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4·27 판문점선언’ 첫 사업이자 남북한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북한의 일방적인 폭파로 사라지면서 남북관계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을 깨깨이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하여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차단한 데 이어 우리 측 해당 부문에선 개성공업지구에 있던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습니다.”

이에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6월 4일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비판하며 대남 군사 도발 경고를 담은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이어 이튿날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연락사무소 폐쇄를 밝혔고, 9일엔 남북 연락채널도 폐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북한의 행위를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당시 서호 통일부 차관의 한국 정부 입장 발표 내용입니다.  

[녹취: 서호 차관]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은 남북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될 행위로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

김 제1부부장이 추가 담화를 통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예고해 한층 고조된 한반도 위기 상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사행동 보류 지시로 일단락됐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 제1부부장의 6월 대남 담화 공세는 대북 전단 살포를 구실로 삼았지만 미-북 정상회담 실패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지난해 말 천명한 `정면돌파전’의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결국 한반도 정상외교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근본적으론 남북관계에서 합의한 내용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그 다음에 자기들이 원했던 북-미 관계에서 한국 정부가 역할을 못했다는 점, 이런 부분에 대한 불만들이 모두 응축돼서 나왔다고 봐야지 전단이나 이런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순 없어요.”

이후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 했지만 또 다른 악재가 불거졌습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한 접경지역 비상 조치를 취한 가운데 지난 9월 한국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북한 측 해상에서 북한 군 총격에 피살된 겁니다.

지난 9월 북한 해역에서 사살된 후 불태워진 한국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북한 군이 사살된 공무원의 시신을 불에 태웠다는 한국 군 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는 한국 내 여론을 들끓게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북한 측의 사과를 요구했고, 북한은 이례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사과의 뜻을 담은 대남 통지문을 곧바로 한국 측에 보냈습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월 25일 북한의 대남 통지문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 측의 공동조사 제안에 대해선 끝내 거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무원 피살 사건 와중에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남북 방역 협력을 거듭 제안합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무엇보다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입니다.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함께 노출돼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역과 보건 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남북이 다시 두 손을 잡기를 바란다는 유화 메시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한국 측의 방역 협력 제안에 대한 호응은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침묵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여름 장마와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 이를 복구하기 위한 내치에 집중하는 양상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연설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특히 올해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들이 발휘한 애국적이고 영웅적인 헌신은 누구든 감사의 눈물 없이는 대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지난 10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초대형 방사포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김덕훈 내각총리가 최근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 시찰하면서 독자 개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오랜 기간 사업이 중단돼 방치돼 있던 한국 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한 이후 1년 2개월 만입니다.

북한은 내년 1월 8차 당 대회를 열어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자연재해로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북한이 8차 당 대회를 앞둔 시점에 이뤄진 김 내각총리의 행보는 대남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한국 정부에게 북한이 원하는 게 남북 합작사업, 특히 현금이 들어오는 금강산이나 개성 같은 사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판단이 되고요. 더불어서 바이든 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대북정책 검토를 할 때 남북 합작사업은 예외로 할 수 있는 그런 설득 작업을 한국 정부가 더욱 더 적극적으로 하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남북한은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등 위기 국면을 거치면서도 대화의 불씨는 남겨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남북 협력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국과 미-북 관계를 우선시하는 북한은 서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새해를 맞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내일은 다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미-중 갈등과 한반도에 대해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