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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75주년: ‘비확산’ 노력에도 확산 시도 여전


 히로시마 원폭 75주년을 하루 앞둔 5일 '히로시마 원폭 돔' 주변을 경비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75주년을 하루 앞둔 5일 '히로시마 원폭 돔' 주변을 경비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오늘(8월 6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7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후 핵 개발과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지만, 핵 확산 시도 또한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1945년 8월 6일.

당시 13세 소녀였던 서로 세츠코 씨는 그날 아침 창문을 통해 본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푸른빛이 도는 흰색 섬광”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츠코 씨/히로시마 원폭 생존자] “I still vividly remember that morning. At 8:15, I saw a blinding bluish-white flash from the window. I remember having the sensation of floating in the air.”

히로시마 원자폭탄 생존자인 세츠코 씨는 지난 2017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반핵운동 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을 대표해 행한 연설에서 이 같은 자신의 피폭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세츠코 씨는 이 연설에서 현재 9개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핵무기는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히로시마 원폭 75주년 하루 앞둔 5일 일본에 파견된 외교관들이 원폭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을 찾았다.
히로시마 원폭 75주년 하루 앞둔 5일 일본에 파견된 외교관들이 원폭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을 찾았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원자폭탄을 투하했습니다.

엿 새 뒤, 일본은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녹취:일본 히로히토 황제/영어 번역] “We have decided to effect a settlement of the present situation by resorting to an extraordinary measure.”

미군의 원폭 투하는 2차 세계대전을 끝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동시에 약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며 핵무기로 인한 참상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강대국들의 핵무기 개발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해 사용했던 미국에 이어 1949년 옛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했고, 1952년 영국, 1960년 프랑스, 그리고 1964년 중국도 핵 보유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관련국들 사이에서 핵무기 확산이 국제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라는 인식과 함께 추가 핵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가 탄생한 겁니다.

NPT의 핵심 내용은 핵 비확산, 핵무기 군비 축소, 핵 기술의 평화적 이용 등입니다. 효력 시한을 25년으로 시작했다가 1995년 5월 ‘무기한’으로 연장했습니다.

가입국은 현재 191개국이며, NPT 출범 이후 핵실험에 성공한 ‘비공식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미가입국으로 남아 있습니다.

원폭으로 파괴된 히로시마를 찍은 컬러 사진.
원폭으로 파괴된 히로시마를 찍은 컬러 사진.

올해 발효 50주년을 맞은 NPT는 국제 핵 비확산체제의 근간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한계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미가입국의 핵 보유를 막을 권한이 없고,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나라가 조약에서 탈퇴하는 것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입니다.

북한은 1985년 가입 뒤 2003년 탈퇴를 선언, 이후 6차례 핵실험을 하며 사실상 9번째 핵 보유국이 됐습니다.

유엔에서 채택됐지만 아직 발효되지 못한 핵 비확산 관련 조약도 있습니다.

1996년 9월 채택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CTBT가 대표적입니다.

이 조약은 대기권, 외기권, 수중, 지하에서의 핵실험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미국과 영국, 프랑스, 한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 명시된 44개국이 비준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은 서명만 한 채 비준하지 않았고,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은 가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 핵무기 개발 추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 그리고 이스라엘도 비준을 미루고 있습니다.

미 군축협회에 따르면 CTBT가 채택된 199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천회 이상의 핵실험 폭발이 이뤄졌습니다.

핵무기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를 명시한 국제협약은 2017년 7월 유엔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협약(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입니다.

핵무기 개발·실험·생산·제조·비축·위협 등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물론 기존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사실상 ‘전 세계의 비핵화’를 지향하는 건데, 채택 당시 모든 핵 보유국을 포함해 유엔 회원국 3분의 1이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당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은 이 조약이 비현실적이며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핵무기금지협약’ 이행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베아트리스 핀 대표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9개 핵무장 국가들이 새로운 핵무장 경쟁을 벌이면서 협약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핀 ICAN 대표]“The bad news is that the nine nuclear armed states are engaged in a new nuclear arms race, unraveling treaty…”

핀 대표는 9개 핵 보유국이 지난해 핵무기 개발에 총 730억 달러를 사용했다는 자체 보고서를 언급하며, 이들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보다 대량살상무기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무기금지협약은 50개 국이 비준해야 발효되며, 현재 40개국이 비준에 참여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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