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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1년] 5. 전문가 견해: 비핵화 협상 전망과 타개 방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과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연 지 이번 주로 1년을 맞습니다. 이 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로 끝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미-북 양측은 지난 1년 간 협상은 커녕 만남 조차 거의 없었고, 북한은 사실상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 VOA는 하노이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미-북 협상의 현 주소와 향후 진전 방안을 살펴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의에 대한 전망, 또 타개 방안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봤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에 대해 합의를 이룰 것으로 관측했었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런 합의 없이 회담장을 나왔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북 협상은 장기간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꽉 막힌 현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북한의 `영변 플러스 알파' 조치와 미국의 보다 구체적인 상응 조치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Step by step is the only approach to this practical, I think the issue is whether how much sanctions relief you give in exchange for how much denuclearization North Korea give. Since Hanoi, the two sides have been very far apart. North Korea is offering very little and demanding a lot. And the US is demanding a lot and offering very little.”

‘단계적 접근법’이 유일한 실용적 접근법이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 수준과 미국의 제재 완화 정도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하노이 회담 이후 미-북 양측이 서로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적은 것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영변 핵 시설 폐기를 사실상의 제재 해제와 맞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분열 물질 생산 시설 폐기와 검증 수용에 대한 추가 조치를 포함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And that’s really been at the heart of the question of whether North Korea is willing to accept a limit a meaningful limit on its program, if they are willing to, then US is willing to offer limited sanctions relief.”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핵심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감축 의지라면서, 북한이 그럴 의향이 있다면 미국도 제재를 완화할 의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오른쪽)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오른쪽)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이제는 북한이 유연한 입장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y have been trying to show some flexibility to break through, Although the position has been sanctions relief in exchange for denuclearization, the US was willing to do something at a smaller scale, such as humanitarian aids. And it is now up to North Korea to determine whether they want to try this And I am not quite sure if the US will continue to show flexibility given that Steve Biegun and his teams have gone off to other positions.”

미국은 그동안 돌파구 마련을 위해 유연성을 발휘하려 했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미국의 입장은 ‘비핵화 조치’에 따른 ‘제재 완화’지만, 인도주의 지원 같은 소규모 행동을 취할 용의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다른 실무자들이 자리를 옮긴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계속 그같은 유연한 자세를 보일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상응 조치를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나서면 제재 측면 등 보상이 따를 것이라는 점을 미국이 북한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y have been less good at showing a path forward for North Korea. They have suggested that there could be some leniency and sanctions they suggested some flexibility but they didn’t really spell it out very well. And I think North Korea needs to see this flexibility.”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끈 것은 국제사회의 단합된 목소리였다면서, 한국 중국 등과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힐 전 차관보] “I would try more closely with the South Koreans and the Chinese. And now, I think additional pressure must be found to push North Korea.”

특히 북한을 추동하기 위한 추가적인 압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전문가들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장기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의 진전 보다 현상 유지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don’t think there will be a breakthrough right now. I don’t think President Trump wants to risk anything ahead of the elections.”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어떤 위험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유예를 북한 문제 해결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례적인 정상 간 만남 속에서도 협상에 진척이 없는 근본적 요인은 싱가포르 합의 과정에 있다며, 당시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e problem is North Korea has never agreed to an denuclearization. And that is a fundamental problem with the entire Singapore process.”

지난 1월 서울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의 비핵화 실무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지난 1월 서울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의 비핵화 실무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지난해 말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노동당 전원회의 성명이 미-북 협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외교의 종말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제 북한의 우선순위는 미국의 적대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전 연구원] “He pretty much declared denuclearization diplomacy is dead, and their priorities is based on the anticipation of continued hostility from the US”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 담당 특보는 실무 협상을 꺼린는 북한의 행동이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당시 북한에 상당히 타당하고 유연한 제안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북한이 이를 거절했다는 겁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The North has been very reluctant to engage at the working level. The US came to Stockholm, with a very reasonable position. But it was rejected out of hand by the North Koreans.”

아인혼 전 특보는 미-북 협상 초기에 단기간 내 완전한 비핵화라는 ‘비현실적 요구’를 한 트럼프 행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은 점차 현실을 직시하고 융통성 있는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며, 하노이 회담 이후에 빚어진 교착 상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 think the Trump administration began with a very unrealistic approach, which is to call for complete denuclearization in a very short period of time, and to withhold any compensation for the North until the end of the process. So at the beginning, I think the Trump administration was responsible for an impasse. But I believe that over time, and especially in the wake of Hanoi, the Trump administration became much more realistic. And as I said Stockholm proposed a quite reasonable and flexible position. But I think over the last year, really the North Koreans have been responsible for the deadlock”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미국에 새로운 대북정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은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교착 상태가 한동안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현 시점에서 북한의 대화 의지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를 거듭 무시하고 있는 북한의 계산법은 근시안적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조만간 미-북 간 교착 상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t was very vague. He left all of his options open. And we will see in the coming months what he decides to do, but my sense is that there’s no clear pathway to forward. The current situation won’t last forever. Sooner or later, if we don’t start making progress,”

김 위원장이 모든 선택 방안을 열어놓은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현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만간 진전이 없으면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다만 그 수위가 지금의 수준일지 아니면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것이 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30년 가까이 쌓인 북 핵 문제는 미-북 간 신뢰와 관계 정상화를 기반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We can move slowly that North to realization that the US would not attempt to change the regime, if the regime approached one that pose no threat to the South”

미국은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점진적으로 심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 과정을 통해야 북한에 핵을 포기하는 것이 보유하는 것보다 이익이며, 핵 포기가 위험한 도전이 아니라고 설득할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안소영입니다.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 1년을 맞아 VOA가 준비한 기획보도, 오늘 순서로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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