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선거집회에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선거집회에 참석했다.

미국과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연 지 이번 주로 1년을 맞습니다. 이 회담은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로 끝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미-북 양측은 지난 1년 간 협상은 커녕 만남 조차 거의 없었고, 북한은 사실상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 VOA는 하노이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미-북 협상의 현 주소와 향후 진전 방안을 살펴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오는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미-북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김영교 기자입니다. 

2019년 2월 27일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던 시간, 워싱턴의 미 의회에서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 씨의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코언 변호사는 2016년 대선 기간과 그 전후 트럼프 대통령의 처신에 대해 증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코언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전 징병을 피하기 위해 의료 기록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코언 변호사] “He finished the conversation with the following comment. ‘You think I’m stupid, I wasn’t going to Vietnam.’ I find it ironic, President Trump, that you are in Vietnam right now.”

청문회가 진행되는 그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진행 중인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 JW 메리엇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리고 12시간 후인 하노이 정상회담 둘째날,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합의 결렬을 선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코언 변호사의 청문회에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tried to watch as much as I could. I wasn’t able to watch too much because I’ve been a little bit busy. But I think having a fake hearing like that, and having it in the middle of this very important summit is really a terrible thing.”

트럼프 대통령은 TV를 통해 청문회를 최대한 많이 보려고 했지만, 정상회담으로 바빴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가짜’ 청문회를 이렇게 중요한 정상회담 시기에 여는 것은 ‘지독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하노이 회담이 결렬로 끝나는데 코언 변호사의 의회 증언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과 미국 내 정치 상황을 연결지은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은 북한과의 아주 중요한 핵 정상회담에 때맞춰 공개 청문회를 열어, 유죄를 선고받은 거짓말쟁이이자 사기꾼인 코언을 심문함으로써 미국 정치에서 새로운 저점을 찍었다”며, 이것이 회담 결렬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해외에 있을 때 이런 적이 없었다”며 창피한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던 시간,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정상회담 보다는 온통 코언 변호사의 청문회 증언에 쏠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 머물면서 트위터에 청문회에 관한 글을 올린 것은 그가 이 문제에 얼마나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하노이 회담 직후 미국 내에서는 미-북 간 합의 결렬은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뉴욕타임스’ 신문 기고문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가 꼭 놀라운 일은 아니라면서, 정상회담은 실무급 외교관들이 힘을 다해 성사시켜야 하는 일이지만, 하노이 회담은 그런 정상회담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미국의 ‘국내적인 혼란’으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일찍 열고자 했던 열의 때문에 대통령의 최고 자문들의 조언이 무시됐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열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북한과의 ‘나쁜 합의’ 보다는 ‘노 딜’, 그러니까 합의를 안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언론의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해득실을 놓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북한과의 합의에 무리하게 서명할 경우 언론의 비판이 더 거세질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했다는 겁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선임연구원은 VOA에, 김정은 위원장은 국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정책의 성공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어떤 합의라도 서명할 것으로 오판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선임연구원] “I think Kim misjudged Trump that looking at all the domestic turmoil that Trump is going through…”.

이런 맥락에서 하노이 정상회담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이 대선 상황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핵심은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 하는 겁니다.

최근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김정은 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집중하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관여하려는 의욕이 시들해졌다는 겁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CNN’의 보도 내용을 믿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선거 전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별로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believe that. I think from Trump standpoint, there's a very little value in meeting with Kim Jong-un before the election, unless there's an agreement to announce. And since Kim Jong-un refuses to let his team negotiate an agreement from Trump standpoint, he's very busy with lots of things to do, and meeting with Kim Jong-un just to have another picture of them shaking hands is of a very little value.” 

미국이 원하는 합의를 얻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의 사진만 찍는 또다른 정상회담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대북정책이 이미 크게 성공적이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From Trump's standpoint, his policy toward North Korea is already a big success in terms of the moratorium on long-range missile and nuclear testing. So unless there's something more to announce some additional agreement to announce, from Trump standpoint, he has much better things to do.”

따라서 추가적인 합의를 발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일에 매진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하고 싶은 두 가지는 북한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녹취: 아인혼 전 차관보] “He wants to avoid two things. He wants to avoid the impression that his North Korea policy has failed. And he also wants to avoid a war on the Korean peninsula, both of those things would not be good for his election chances. So, I don't think he wants to admit failure. I think his political interest is just to continue saying nice things about Kim Jong-un and pretending that negotiations can soon be resume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백악관 각료회의 도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은 대북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좋은 말을 계속하면서 협상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아인혼 전 차관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현 상황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차관보] “I think he's content with the status quo, in other words. Also, he doesn't want to rock the boat in terms of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He doesn't want North Korea to test nuclear weapons or to test ICBM range missiles. So, you know, I think, the election will affect things in the sense that, you know, Trump will not push very hard. He's contend for that with the status quo. He just wants to be able to say that negotiations are still alive and he's avoided war.”

아인혼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 상황에 만족해 북한 문제에 강하게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올해 대선이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여전히 살아있고, 북한과의 전쟁을 피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대선이 북한의 도발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없는 조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외교가 성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넘기는 큰 도발을 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And I think in his view, as long as North Korea doesn't do a nuclear or ICBM test, he'll claim it as a foreign policy success. So North Korea may be wary about how Trump would respond if they do a nuclear missile test.”

북한은 자신들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우려하고 조심스러워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북한과 관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미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He's already kind of telegraphed that in publicly and speaking, that there probably wouldn't be engagement until after the election. And I think he's sending a signal to the North Koreans ‘Hey, just, you know, don't do anything stupid.’”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북한 정권에 ‘어리석은 짓’, 즉 도발을 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에는 북한과 본격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을 남겨두고 있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 1년을 맞아 VOA가 준비한 기획보도, 내일(28일)은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 타개 방안과 향후 협상 전망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