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확대정상회담을 했다.

미국과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연 지 이번 주로 1년을 맞습니다. 이 회담은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로 끝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미-북 양측은 지난 1년 간 협상은 커녕 만남 조차 거의 없었고, 북한은 사실상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 VOA는 하노이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미-북 협상의 현 주소와 향후 진전 방안을 살펴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미-북 대화의 근간이 된 ‘톱 다운’식 정상회담의 한계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톱 다운’ 방식을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의 기대감을 다시금 높인 미-북 간 두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약 8개월 전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기대만큼의 진전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두 정상의 전격적인 만남이 또 다시 돌파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다시 한 번 나온 겁니다.

그렇게 두 정상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지만, 결과적으론 예정된 일정마저 다 소화하지 못한 채 회담을 중도에 끝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결정을 시기상조로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늘 무언가에 서명할 가능성은 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And, you know, there was a potential we could’ve signed something today. I could’ve 100 percent signed something today. We actually had papers ready to be signed, but it just wasn’t appropriate. I want to do it right. I’d much rather do it right than do it fast.”

무엇인가에 100퍼센트 서명할 수도 있었고, 실제로 서명을 할 (합의) 문서도 준비했지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옳은 일을 하고 싶었으며, 빠른 것보다는 올바르게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두 정상의 논의에서 일종의 담판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도출에 실패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톱 다운’ 방식은 수 십 년 간 해결되지 못한 북 핵 문제에 대한 해결 가능성을 내포했지만, 결과적으론 세부적인 문제에서의 입장차로 인해 ‘장기 교착’의 시발점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상 간 회담을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하는 건 과거 미국과 다른 나라의 정상회담에선 흔치 않은 일입니다.

실무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들을 최종적으로 정상들이 만나 서명하며 마무리를 짓는 게 전통적으로 통용되는 외교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위에서 아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톱 다운’은 최고 지도자들이 결정한 사항들을 실무진 차원에서 이행한다는 개념입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톱 다운’이라는 생소한 방식이 미-북 회담의 해법으로 제기된 건 북한체제라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For North Korea, you have to have a top level agreement...”

북한이 인식하는 협상은 최고 지도자급에서 합의가 나온 뒤 실무 차원의 논의가 이어지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미-북 협상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시작점이 된 상태에서, 양측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뒤 실무진들이 구체적인 사안들을 이행해 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국제 문제나 다른 나라와의 외교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고집한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 또한 ‘톱 다운’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백악관을 오랜 기간 취재한 `뉴욕타임스’ 신문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워싱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외교는 과거 행정부와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생어 기자] “Well, in the Trump administration, they have pretty much concentrated the North Korean diplomacy on the president himself...”

대북 외교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 집중되는 양상을 보여 온 것은 물론 행정부 내 소수의 인원에 의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겁니다. 

결국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특수성이 북한의 지도자와 직접 담판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았고, 이 것이 싱가포르와 하노이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톱 다운’ 방식이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만큼, 이 같은 방식 자체에 ‘실패’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비핵화 논의는 ‘직접 담판’이나 ‘개인적 관계’라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You don’t solve these enormously complex issues...”

매닝 선임연구원은 지난 몇 년 간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비핵화와 같은 매우 복잡한 사안은 정상 간의 만남으론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 핵 문제는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진들의 기술적 사안에 대한 토론과 논의 없이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과 같은 카드는 모든 논의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된 뒤에 활용돼야 했다고, 매닝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 모든 걸 반대로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최근에는 북한이 처음부터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는 트럼프 행정부 전직 핵심 참모들의 주장까지 나오면서, ‘톱 다운’ 방식에 대한 회의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톱 다운’과 사실상 반대 개념으로 볼 수 있는 ‘실무 협상’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같은 미국의 의지는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미-북 회동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Over the next two or three weeks, my teams are going to start working to see whether or not they can do something...”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뒤 기자들에게 미국과 북한이 실무 협상을 재개한다며, “앞으로 2주 내지 3주 안에 협상팀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여부를 알아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10월 스톡홀름에서 만났지만, 회담은 결렬로 끝났습니다. 

당시 협상에 나선 북측 김명길 순회대사입니다.

[녹취: 김명길 대사]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습니다.”

이후 북한은 대화의 자리로 나오라는 미국의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5일 스톨홀름의 북한대사관 앞에서 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됐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장대하고 초당적인 실패’로 규정하면서, 이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설득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정책 접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에 대해서도 미 행정부가 지난 40년 간 실패를 거듭한 여러 접근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톱 다운’ 방식 만이 북 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이견을 드러냈지만, 이를 잘 조율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상회담은 이후 실무급 협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You have a counter proposal from the United States because it wasn’t comprehensive enough...” 

미국과 북한이 각각의 제안을 내놓은 뒤, 그것이 반대에 부딪히면 또 다른 제안을 내놓는 방식으로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은 결과적으로 비핵화에 대해 많은 논의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는 ‘실무급 협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국장도 “70년 동안 관계나 신뢰를 쌓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하려면 복잡한 비핵화 여정에 관한 대화와 진전을 구축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잘못된 출발을 하는 등 역경에 부딪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퍼 국장은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이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상징성 만큼은 컸다며,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 1년을 맞아 VOA가 준비한 기획보도, 내일(26일)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북한의 태도와 대미 접근법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