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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영웅’ 백선엽 장군 별세…해리스 미 대사 등 조문 이어져


지난 2013년 7월 한국전 정전 협정 60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백선엽 장군이 VOA와 인터뷰했다.
지난 2013년 7월 한국전 정전 협정 60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백선엽 장군이 VOA와 인터뷰했다.

한국전쟁의 영웅 백선엽 장군이 별세했습니다. 한국은 물론 미국으로부터 군인으로서 많은 존경을 받아온 백 장군의 빈소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등 각계 각층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시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백선엽 한국군 예비역 대장이 10일, 향년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한국 육군 등에 따르면, 1920년 11월 한국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1년 일본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만주군 소위로 군에 몸 담았습니다.

1945년 8월 한국이 광복된 뒤 평양으로 돌아갔지만 김일성 주석이 북쪽에서 실권을 잡자 월남했습니다.

이듬해 한국군 국방경비대에 입대해 1사단장(당시 대령)으로서 38선 서부에 해당하는 개성 지역 방어를 맡았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의 기습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한국군은 순식간에 경상북도 칠곡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났습니다.

백 장군은 당시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다부동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추후 반격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 덕분에 한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할 수 있었고, 본격적인 유엔군 참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백 장군은 회고록 ‘군과 나’에서, 낙동강 전선 다부동 전투 당시 지쳐 있던 휘하 병력들에게 “내가 선두에 서서 돌격하겠다. 내가 후퇴하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라며 배수의 진을 쳤었다고 회상했습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전세가 뒤집히면서, 유엔군-한국군 연합군은 전선을 38선까지 단숨에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북한으로 진격하면서 수도 평양을 탈환할 때 백 장군의 1사단이 미군보다 먼저 평양에 들어갔습니다.

백 장군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이끈 한국군 부대가 평양에 가장 먼저 입성하던 당시를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또 1951년 중공군 춘계 공세로부터 동부전선을 사수하는 등 한국전에서의 전공을 인정받아 1953년 33세의 나이로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대장)에 올랐습니다.

1951년 7월 미국이 북한·중국과 휴전협상을 시작했을 때 한국군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7월 한국전 정전 협정 60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던 백 장군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정전협정 체결에 많은 난관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선엽 장군] “휴전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난관에 난관을 거쳐 했는데, 휴전협정에 이르기까지 만 2년이 걸렸어요. 시초에는 한 열흘이면 될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요.”

전후에는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의장, 한국전 휴전회담 한국 대표를 역임했고, 예비역 편입 뒤 중화민국(타이완), 프랑스, 캐나다 주재 한국 대사와 교통부장관을 지냈습니다.

아울러 평생 동안 한국은 물론 미국으로부터 군인으로서 많은 존경을 받아왔습니다.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들은 한국에 취임하면 백 장군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차원에서 관례적으로 전입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백 장군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에는 11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조문했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방명록에 “미국을 대표해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 백선엽 장군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현재의 한-미 동맹 틀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고 남겼습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백 장군은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며 애도했고, 유엔군사령부는 자체 트위터를 통해 “슬프게도 백 장군에게 작별을 고한다”며 추모의 뜻을 밝혔습니다.

주한미군 전우회(KDVA)는 10일 “백 장군은 미-한 동맹이 70년을 마감하는 해에 별세했으며, 그의 인생과 동맹에 대한 공헌은 향후 양국의 친밀한 관계 수립에 위대한 귀감이 될 것”이라고 추모했습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백 장군을 기리는 국민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아울러 백 장군이 한국전 당시 활약했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과 왜관지구 전적기념관에도 따로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백 장군은 일제 강점기 당시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간도특설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주군 육군 소속 군사조직으로 독립군과 항일조직을 토벌하기 위해 창립된 부대였습니다.

이 때문에 백 장군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올랐고, 현충원 안장 여부가 논란이 됐습니다. 하지만 백 장군은 생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간도특설대에 근무한 적은 있지만, 독립군과 직접 전투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백 장군은 오는 15일 한국 국립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 안장됩니다.

한국 국방부는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에 자리가 없어 대전현충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지만, 야당과 일부 예비역 장성들은 백 장군의 공로를 인정해 국립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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