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찍은 위성사진. 출처=구글어스 이미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찍은 위성사진. 출처=구글어스 이미지.

북한 핵 물질 80%가 영변 핵시설에서 생산된다는  영국과 러시아의 민간연구소의 공동 분석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이 견해를 밝혔습니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해도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15일 VOA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영변 핵시설이 폐기됐다면 북한의 무기 생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을 상당히 감축시켰을 것이라는 분석은 옳다고 말했습니다. 

[헤커 박사] “My answer is that's correct - and hence it was a mistake for Trump to walk away from the summit.”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합의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날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 러시아 에너지·안보연구센터(CENESS)는 공동 보고서에서 영변 핵시설이 폐기됐다면 북한의 무기생산 역량이 80%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헤커 박사는 다만 현 시점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가 어느 정도로 북한의 역량을 줄였을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헤커 박사] “I won't comment at this point about by how much closing Yongbyon would have impacted - but it certainly would have significantly impacted such.”

하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 확실하다고 헤커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영변이 북한 내 핵무기 생산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는 핵물질 생산에 국한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Yongbyon plays a key role on that. So I agree with that. This is only for the production of fissile material, but once you have fissile material, whether it's uranium or plutonium, you still don't have a weapon. The actual weapon manufacturing happens elsewhere. Not in Yongbyon.”

영변 핵시설에서 생산된 핵물질이 우라늄이든 플루토늄이든 아직 무기는 아니며, 실제 무기 제조는 영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고 해도 북한은 핵 역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과거 생산해 이미 핵무기 안에 들어가 있는 핵물질이 얼마인지, 또 핵무기 제조에 적절한 핵물질의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합의한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서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듯이 결국 ‘플러스 알파’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더 복잡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At one point of time, then you'll come to talk about ‘alpha,’ and that's much more complicated, because it's also to do with the production history of uranium, production history of plutonium, how much they have historically produced. And this will be important step, because only then we can trust in his declarations.”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플러스 알파’를 논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생산된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이 있어야만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 약속을 믿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영변이 북한  전체 핵물질 생산의 4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My own estimate would be Yongbyon would represent more like 40-50% of the total fissile material production of North Korea.”

올브라이트 소장은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영변 외에도 핵물질 생산 시설이 더 있을 것으로 강하게 믿고 있다며, 북한이 외부에서 이를 파악하기에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And the US feels pretty strongly that there's more there than just Yongbyon… Part of the problem with North Korea is that they make it hard for one to know and the part of what North Korea wouldn't provide ever was what do you got, where do you make your highly-enriched uranium, plutonium, and how much do you make.”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보유량과 생산량, 생산 장소 등에 대한 정보를 결코 제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과거 북한과의 핵 협상에 관여했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해도 북한이 영변 밖에서 핵물질을 계속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다른 시설이 없었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란 겁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별보좌관] “Even with Yongbyon completely shut down, we could be confident that North Korea could continue to produce fissile material outside of Yongbyon. Kim Jong-un would not have proposed shutting down Yongbyon, if there were no other facilities for producing fissile material. In other words, he only agreed to shut down Yongbyon, because he knew that he had other options outside Yongbyon to continue expanding North Korea's nuclear capability.”

아인혼 전 특별보좌관은 북한이 영변 밖 핵 시설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제안을 한다면 영변 핵시설 외에 적어도 영변 밖 시설 한 두 곳의 폐기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별보좌관] "Now, North Korea doesn't even admit the existence of nuclear facilities outside Yongbyon. I think if the Biden administration were to make a proposal along these lines, it should ask, not just for Yongbyon, but for one or two facilities outside of Yongbyon to cease production… That way, if the North Koreans accept that proposal, at least they would be admitting that such facilities existed.”

그렇게 해야만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경우 최소한 북한이 영변 밖에 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역시 북한이 영변 밖 핵시설 존재를 인정하기를 거부했다면서,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것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진정한 범위를 숨기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됐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North Koreans refused to acknowledge the existence of nuclear facilities outside Yongbyon, a position the U.S. side knew was an effort to cover up the true scope of the DPRK's nuclear weapons program. How the study can assert that there is only one other nuclear facility outside of Yongbyon, and how it can also assert that this facility produces some 20% of the DPRK's fissile material, is beyond me.”

그러면서 보고서가 영변 밖에 시설이 하나 밖에 더 없고 그 시설이 북한의 전체 핵물질의 20% 정도를 생산할 것이라는 주장에 어떻게 이르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 doesn't help that the Russians, who may have a different agenda in mind, were part of the study.”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또 북한을 둘러싸고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는 러시아가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영변 핵물질 시설 폐기의 효과와 그 중요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 전반적인 핵시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We don't really know how many additional enrichment plants North Korea has outside of Yongbyon, and we don't know how big they are.” 

영변 밖에 추가적인 농축 시설이 얼마나 더 있는지, 또 그 시설이 얼마나 큰지도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f North Korea made a declaration of all of its enrichment plants, and then that declaration was verified through inspection, then you could be able to say with some confidence how significant dismantlement of Yongbyon would be, otherwise it's just a guess in the dark.”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모든 농축 시설에 대해 밝히고 또 그 내용이 실사를 통해 검증된 이후에야 영변 핵시설 폐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 전에는 어둠 속에서 추측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