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의원선거가 열린 1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모습.
한국 국회의원선거가 열린 1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모습.

한국 총선 결과가 집권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나타나면서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합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총선이 끝난 직후인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조성을 위해 국방예산비의 대폭 삭감을 반영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국방 예산 중 전력 운영비에서 1927억원, 방위력 개선비에서 7120억원이 감액됐는데, 한국 국방부는 해외 무기 도입 사업이 주요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F-35A 도입 사업 예산도 삭감 대상에 포함된 가운데, 국방부는 “장비 도입 시기나 전력화가 지연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한국 국방예산 삭감, 강경하고 영리한 움직임”

“미국 일자리 손실 간접 암시…트럼프 겨냥 최대 압박”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6일 VOA에 “한국정부는 국방예산 삭감을 통해 미국 협상단을 상대로 강경하고 영리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at would be a very clever way of illustrating to the US that ‘if you want more money. If you do, it's going to come out by US defense contractors losing money', meaning American jobs will be lost…So this is the Moon Administration playing the hard ball.”

미국 정부가 계속 방위비 분담금의 과도한 증액을 고수한다면, 한국은 미국산 무기의 도입 사업 예산 삭감 확대를 통해 미국 방산업체의 손실과 최종적으로는 미국 내 일자리 삭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베넷 선임연구원은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미국민 실업대란이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최대 압박’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hat Trump is asking for is to kill US jobs. We don't think that that's what the US people are going to want that..And so that's the maximum pressure that politically the ROK government can put on the US government.”

한편 베넷 선임연구원은 방위비분담금의 최종 비준 동의권을 가진 국회에서 여당이 과반석 이상을 점유하게 된 결과를 두고, 미국 정부는 한동안 주요 여당 의원의 움직임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셈법 재계산’ 시기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트럼프, 한국 공개 압박 강력 비난할 수도”

“한국, 무급휴직 문제 최소화 등 장기전 대비”

미 중앙정보국 CIA 북한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선임연구원도 한국 정부의 국방비 삭감이 간접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집권여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국방예산 삭감이 반영된 추경안은 국회에서 쉽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하다며 한국 측이 지나치게 공개적으로 압박할 경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격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t depends on how publicly Seoul pushes that message. If they push very strongly in public, then Trump would likely react strongly with making strong critical comments about South Korea. If South Korea is just doing it steadily then I think Trump would be less likely to get directly involved…”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번 집권여당 승리 결과로 인해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내 한국인 무급휴직 문제를 둘러싼 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 issue of the furloughed workers would be putting pressure on the Moon administration to resolve it. But given the strong election results, the Moon Administration would feel less pressure on that…”

또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 휴직 문제의 파급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여기에는 미국의 협상 지렛대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한국군은 올해 전시작전권 ‘조건부’ 전환을 위한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전작권 전환 문제로 확대될 수도”

“주한미군 철수론 재부상 가능성도”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한국의 미국산 무기 도입 관련 예산 삭감 움직임이 당장 전시작전권 전환 평가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분담금 협상 교착이 장기화 된다면, 미국이 역으로 전시작전권 전환 평가를 지렛대 삼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Once trust is broken across the alliance or even damaged, anything is possible… If the talks on the SMA turn sour and the talks on FMS turn sour, then, you know, feelings hardens. So yeah, it could lead to harder discussions for Op-Con transfers. So I'm not clear where we're going.”

일단 동맹 관계 신뢰가 무너지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해외무기 구매 협상에까지 영향을 끼쳐 양측 감정이 격화될 경우, 전시작전권 전환 논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또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한국 정부 역시 총선 승리로 국정이 안정된 만큼 교착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교착 상황에 따라서는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역시 ‘주한미군 철수론’을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미한 동맹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그렉슨 전 차관보는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