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라는 이름의 유조선이 북한 남포 유류 항구 일대에 머문 기록이 담긴 마린트래픽 자료. 제공=MarineTraffic
MH라는 이름의 유조선이 북한 남포 유류 항구 일대에 머문 기록이 담긴 마린트래픽 자료. 제공=MarineTraffic

제 3국 유조선의 북한 입항이 최근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선적 미상의 유조선이 잇따라 남포 일대에서 포착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보다 적은 양의 유류를 북한에 반입했다고 유엔에 보고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8일 ‘A S’라는 이름의 선적 미상 유조선 한 척이 북한 서해에서 발견됐습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에 따르면 이 유조선은 최초 동중국해 인근 바다에서 신호가 포착된 이후, 한반도를 오른쪽에 둔 채 계속 북상하다가 서해 바다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이 유조선은 대동강의 입구 격인 초도를 약 25km 남긴 지점에서 돌연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사라졌습니다.

진행 방향으로는 북한의 최대 항구가 위치한 남포가 목적지로 보이지만, 더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서 정확히 어느 곳으로 향했는지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M H’란 이름의 또 다른 선적 미상 유조선의 신호가 대동강과 서해가 맞닿는 지점에서 포착됐습니다.

이 선박은 북한 영해에 있는 동안 종종 AIS 신호를 켜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를 토대로 추적한 결과 약 사흘 전인 19일 남포의 유류 항구에 정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북한의 유조선들이 이 항구 일대에서 포착된 적은 있지만,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2척의 제 3국 유조선이 북한 영해에서 신호를 노출한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지난해부터 북한 선박이 아닌 제 3국 유조선들이 직접 북한으로 입항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전까진 북한 선박들이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 선박과 만나 유류를 건네 받았다면, 최근엔 다른 나라 선박이 북한으로 직접 유류를 운반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패널은 올해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다른 나라 유조선들의 북한 입항 사례를 집계해, 지난해 6월과 7월 해외 유조선이 북한 선박의 숫자를 앞질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그래프에서는 지난해 10월 해외 유조선의 비율이 북한 유조선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전문가패널은 특정 유엔 회원국의 주장을 인용해, 지난해 1월부터 10월 사이 제 3국 유조선이 총 64차례 북한에 입항했으며, 이들이 운송한 정제유가 최소 56만 배럴에서 153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이 수입할 수 있는 석유 등 정제유의 양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불법적인 방식으로 북한에 반입된 유류를 합치면 실제 북한에 반입된 정제유 규모는 연간 상한선을 초과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패널의 주장입니다.

북한 남포 유류 항구 일대를 촬영한 지난 22일자 위성사진. 유류 부두와 해상 유류 하역시설에 선박들이 보인다.

올해 들어 남포 유류 항구 일대에 예년보다 더 많은 선박이 정박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VOA가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남포에서 유류를 하역할 수 있는 부두 3곳과 해상 유류 하역 시설 등에는 올해 초부터 이달 29일까지 약 45척의 선박이 드나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약 25척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유류가 북한에 반입됐을 수 있다는 추정을 낳고 있습니다.

또 최근 몇 달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북한 선박들의 운항이 크게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으로 유조선들의 운항은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최근 VOA에 유류는 북한 경제를 돌리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와중에도 유류 반입은 멈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You need refined petroleum for transporting things…”

정제유는 물품을 운송할 때는 물론 군대를 운용하고, 비료를 만들거나 트랙터를 사용하는 농업 분야에서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연간 정제유 반입 허용량50만 배럴은 북한 입장에선 매우 부족한 양이라면서, “(안보리의) 유류 제재는 북한에 가장 아픈 조치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예년보다 적은 양의 정제유를 북한에 반입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1천273 t을, 러시아는 4월과 5월 각각 2천855t과 873t을 북한에 반입했습니다.

이로써 중국과 러시아가 올해 5월까지 반입한 정제유는 각각 1천813t과 1만1천481t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중국은 약 3분의 1, 러시아는 2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두 나라의 대북 유류 반입량이 연간 상한선을 초과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지금과 같은 수준이 유지된다면 올해도 허용치를 넘기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 정부와 전문가패널은 이 같은 ‘공식’ 유류 반입분이 실제 북한에 유입된 양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