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 파주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와 마을.
지난 17일 한국 파주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와 마을.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통한 대남 심리전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1960년대 처음 시작된 뒤 남북관계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온 남북한의 확성기 방송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김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22일 북한 지역 비무장지대 (DMZ) 10여 곳에서 대남 심리전 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모습이 한국군에 의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바탕으로 남북이 군사분계선 일대의 확성기 시설 각각 40곳을 철거한 지 2년여 만의 확성기 재설치 움직임입니다.

남북한의 확성기 방송은 과거에도 남북 관계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습니다.

첫 확성기 방송은 196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2년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 확성기를 설치해 방송을 시작했고, 이듬해 한국이 대응 차원에서 서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1972년 남북 간에 상호 비방과 중상 금지 등을 약속한 7·4 남북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상대방을 향한 확성기 방송은 한동안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1983년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 이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습니다.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은 한동안 계속됐고,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이뤄진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중단 문제가 다시 논의됐습니다.

당시 ‘서해 우발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활동 중지’에 남북이 합의함에 따라 남북한 확성기가 철거됐습니다.

하지만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나면서 한국군은 군사분계선 일대에 확성기를 다시 설치하게 됩니다.

5년 뒤 2015년 파주 DMZ에서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에 한국군 장병 2명이 크게 다쳤고, 한국은 보복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습니다.

당시 북한이 전 부대에 완전무장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한국측 확성기 시설을 겨냥해 두 차례 포격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한때 극에 달했습니다. 전하규 당시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국장입니다.

[녹취:전하규 공보국장] “우리 군은 북한군이 8월 20일 오후 3시 53분과 4시 12분 등 2차례에 걸쳐 MDL 이남 지역으로 화력 도발을 한 징후를 포착했으며 이에 따라 도발 상응 지역에 155mm 자주포탄 수 십여 발을 대응 경고사격 하였습니다.”

이후 북한이 목함지뢰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확성기 방송은 다시 중지됐지만, 이듬해 1월 북한 4차 핵실험과 함께 1년도 안 돼 재개됐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한 확성기가 55년 만에 완전히 철거된 뒤 현재까지 중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전력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확성기 방송이 뜸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국의 확성기는 약 10km 떨어진 곳에서도 청취가 가능하지만, 북한의 확성기는 성능이 약해 한국군 진영에서는 웅웅거리며 소리만 희미하게 들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은 이번 북한의 확성기 재설치 움직임에 이어 실제 북한이 대남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경우, 대북 확성기 등 방송 시설을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