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17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태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17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태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통치 시스템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노동당 중심의 ‘권한위임형 지도체제’가 바로 그 것인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에게 조금씩 권한을 위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하태경 미래통합당 정보위 간사입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김여정이 국정 전반을 위임통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후계자를 정한 것은 아니다. 후계통치는 아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통치 스타일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북한 권력 상황을 오래 관찰해 온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권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위임하려는 것이라며, 2016년 노동당 7차 당 대회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At least since 2016 party congress we seen delegate certain responsibility…” 

김정은 위원장은 2011년 집권 이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지도체제’와는 다른 통치 스타일을 시도해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새로운 스타일에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첫째는 노동당 중심의 국가기능 정상화입니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을 ‘국방위원장’으로 부르며 군부를 중시하는 ‘선군정치’를 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6월 국방위원회를 폐지하는 한편 헌법 개정을 통해 ‘선군사상’이나 ‘선군정치’같은 용어를 없앴습니다. 

그리고 노동당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이나 의사 결정을 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노동당 회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6년에 노동당 7차 당 대회를 연데 이어  2017년에 2회, 2018년에 3회, 그리고 2019년 6회에 걸쳐 고위 노동당 회의를 열었습니다.

특히 올해 김 위원장은 정치국 회의, 정치국 확대회의,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정무국 회의 등 14차례 이상 노동당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게다가 내년 1월에는 8차 당 대회를 연다고 발표했습니다. 원래 당 대회는 5년마다 열어야 하는데 북한은 1980년부터 36년 간 당 대회를 열지 않았습니다.  

이는 노동당을 통한 국가기능 정상화를 의미한다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판 계엄통치, 선군통치로 김정일 위원장이 비상정치를 했다고 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다시 당 중심 국가로, 사회주의 보통국가로 정상화 한 거죠.” 

두 번째 특징은 핵심 간부나 부처에 권한을 분산하는 겁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대미, 대남 정책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그리고 경제 분야는 박봉주 당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에게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또 군사 분야에선 최부일 당 군정지도부 부장에게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임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정치국 회의를 열고 국정운영의 핵심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3인 체제에서 5인 체제로 개편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김덕훈 동지 리병철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선거하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들 5명에게 분야별 권한과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기능적으로 만들었다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So he got variety of people presiding level…”

세 번째 특징은 김 위원장이 권한을 위임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책임도 강하게 묻고 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김여정은 ‘2인자’로 불릴 정도의 권력 실세지만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하자 4월 열린 정치국 전원회의에서는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해임됐습니다. 

또 대미, 대남 관계를 주도해왔던 김영철도 통일전선부장에서 해임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경제난이 계속되자 지난 13일 경제를 총괄해 온 김재룡 내각총리를 임명한 지 1년 4개월만에 경질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종전의 유일지도체제에서 벗어나 기능적이고 성과중심적인 통치구조를 시도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1974년 후계자로 지명된 뒤 20년 간의 권력승계 과정을 거쳐 1994년 최고 통치자가 됐습니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은 당-정-군의 거의 모든 분야의 정책과 인사를 파악한 상태에서 최고 지도자가 됐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2009년 후계자가 됐다가 불과 3년 만에 최고 지도자가 됐습니다. 따라서 권력승계 과정이 짦았던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통상적인 업무는 해당 부처나 담당 간부에게 위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 경우에는 2009년에 후계자가 됐다가 2011년에 아버지가 죽었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3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북한 국정 전반을 장악,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권한을 분산하는 배경에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최근 문제가 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이 좋은 예입니다. 이 전략은 지난 2016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결정하고 추진해온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이 실패하자 책임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그러자 고인호 내각 부총리 겸 농업상, 장길룡 화학공업상, 김봉석 평양시당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21일 `노동신문’에 경제 실패가 자신들의 책임이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정책 실패 책임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가지 않게 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간부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일이 잘못됐을 경우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스나이더 국장] “But if responsibility and authority are combined with each other that poses a risk to the leader because it means that the leader has to take responsibility in the event that things don’t work out.”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 조직, 인사 개편으로는 난국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북한은 4년째 계속되는 고강도 제재에 코로나 사태, 그리고 홍수에 태풍까지 겹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권한과 가용자원이 없는 내각에 경제를 살리라고 주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근본적인 개혁은 전혀 아니죠, 북한의 내각은 힘이 없어요. 모든 권력과 자금은 당이 갖고 있죠. 실권과 자원에 대한 통제권이 없는 내각이 할 수가 없죠.”
북한 수뇌부가 위기를 어떻게 헤쳐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