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목사 부부.
북한에 납치된 후 지난 2001년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 부부.

2001년 북한 감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을 대리해 또다시 소송을 제기한 미 변호사가 북한 측에 재판 출석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외국인 납치를 원시적인 해적 행위에 비유하며, 피고인 북한이 법원에서 명백한 증거를 직접 마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치밀한 법적 절차와 자금 추적을 통해 북한 정권으로부터 반드시 배상금을 받아낼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톨친 변호사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 정권을 상대로 또다시 소송을 제기하셨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로버트 톨친 변호사) 이번 소송의 중요성은 김동식 목사의 가족에게 정의를 찾아주고 북한 정권을 계속 압박한다는 데 있습니다. 또 북한의 끔찍한 행동을 널리 알린다는 의미도 있고요. 그래서 김 목사의 다른 가족들이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로버트 톨친 변호사.

기자) 김 목사의 아들과 남동생이 같은 사안으로 이미 11년 전에 소송을 제기해 5년 전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다른 가족들이 참여한 배경을 설명해 주시죠.

로버트 톨친 변호사) 미국 법에 의하면 국가가 지원한 테러에 의해 영향을 받은 가족의 각 구성원은 개별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납치와 고문, 살해는 피해자의 아내, 형제, 자녀, 부모 등 모든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래서 (11년 전) 먼저 정의를 찾아 나섰던 김동식 목사의 가족 2명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했었고, 이후 수년이 지난 뒤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이 중요한 대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안을 계속 존속시키는 동시에, 누군가를 살해하면 하나의 세계를 살해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나의 세계”라고 말한 것은 피해자 주위의 모든 이들이 상처를 입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앞으로 피해자의 또 다른 가족들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개별 소송을 이어가는 길이 열렸다고 이해해야 하나요?

로버트 톨친 변호사) 대체로 부모와 형제자매, 자녀와 같이 직계에 가까운 가족들로 한정되고, 조부모가 해당된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가족이라면 그런 조치를 취할 자격을 갖췄다고 하겠습니다.

기자) 소송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은 사건에 대해 이번처럼 다른 가족 구성원의 줄소송이 이어진다면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도 더 커질 것으로 보십니까?

로버트 톨친 변호사) 그렇습니다. 북한 정권이 한 행동을 누구도 잊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 측에 소장을 전달하셨는지요?

로버트 톨친 변호사) 아직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이 남았고, 번역이 끝나면 바로 보낼 겁니다.

기자) 과거 북한 외무성에 소장이나 최종 판결문을 송달하면 북한은 곧바로 수신을 거부하거나 반송했는데요.

로버트 톨친 변호사) 우편으로 보내면 반송해 버리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국무부를 통해 보낼 것이고,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겁니다. 외교 채널을 통해 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또다시 반송할 수 있지만 그래도 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한 때 (국제우편서비스) DHL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 국무부를 통해 소장을 북한 외무성에 곧바로 보내나요? 아니면 다른 경로를 거쳐야 합니까?

로버트 톨친 변호사) 외교 관계를 맺은 나라라면 국무부가 해당 국가에 있는 미 대사관으로 소장을 보내 그 나라에 직접 접수하면 되지만, 북한처럼 외교 관계가 없는 나라의 경우 북한에서 미국의 이익보호국 역할을 하는 나라(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송달하게 됩니다.

기자) 이번에도 피고인 북한 당국이 공석인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로버트 톨친 변호사) 그럴 것으로 봅니다만, 혹시 법정에 나타날지 누가 알겠습니까? 저는 북한 측이 재판에 출석하기 바랍니다. 북한이 현장에서 증거와 직접 마주하기를 저는 원합니다. 북한 측이 재판에 나오지 않는다면 법원은 북한에 대해 궐석판결을 내릴 것입니다.

기자) 북한을 상대로 앞서 제기한 소송에서 이미 승소 판결을 끌어내셨는데요. 3억3천만 달러 배상 판결을 실제로 집행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고 얼마나 성과를 거둬왔는지도 궁금합니다.

로버트 톨친 변호사) 우리가 진행 중인 (북한 은닉 자금) 조사와 관련 노력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자세한 활동이 언론에 보도되면 북한이 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길 테니까요. 따라서 북한 관련 자산을 몰수할 모든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고만 말하겠습니다. 가령 특정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북한 관련 자금은 몰수하기 매우 어렵지만, 이 자금이 북한에 혜택을 주기 위한 자금이라면 우리는 물론 이 돈을 받아내려 시도할 것입니다.

기자) 소장에 북한의 외국인 납치와 억류, 고문 사례를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하셨습니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계속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변호사로서 이런 행태를 근절시키기 위해 어떤 접근법을 제안하시겠습니까?

로버트 톨친 변호사) 모든 사람이 북한의 이런 행태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야 합니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이를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행동은 해적 행위입니다. 국가가 나서 매우 원시적인 방법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해적들이 바다에서 (배를) 급습해 어린이를 납치한 뒤 노예로 삼는 중세 시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것은 인권과 국경을 무시한, 모든 면에서 사악한 행위입니다.

5년 전 북한 정권을 상대로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아냈고, 이번에 또다시 북한에 미국인 납치 관련 소송을 제기한 로버트 톨친 변호사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