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 씨와 신디 웜비어 씨가 19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증거청문 심리를 마친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 씨와 신디 웜비어 씨가 지난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증거청문 심리를 마친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지도자와 정권을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가 국제사회 피해자들과 연대해 소송을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23일 VOA에,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오는 25일에 맞춰 전시 납북 피해자 유가족들을 대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변의 김태훈 회장은 10여 명의 유가족이 원고로 참여한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태훈 변호사] “70년이 지났지만 6·25전쟁이 잊히고 있습니다. 6·25전쟁 때 민간인이 10만 명이나 북한에 납치됐습니다.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큰 비극이 70년이 지나도록 국민에게, 세계에게 잊혀져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이 비극과 피해자들의 희생을 알려주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습니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 헌법에 근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집단을 상대로, 납북 유가족들이 당한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 환산해 상징적 차원에서 1인당 수천만원씩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겁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한국의 전시 납북자를 8만~10만 명으로 추산하며 “조선인민군에 의해 납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전시 민간인 납치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일성의 지휘 아래 자행됐다는 결론을 더욱 확증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납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태훈 회장은 앞서 북한 정권을 상대로 탈북 국군포로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판이 지난 1월 열렸었다며, 납치 피해자 유가족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최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정권에 소송을 제기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태훈 변호사] “미국의 오토 웜비어, 일본의 가와사키 에이코 여사 등 피해자들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사실 대한민국에 피해자가 가장 많은데, 이제 우리 대한민국의 납북 피해자들도 정면으로 북한 정권을 상대로 우리의 고통을 얘기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맞다고 공감해서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실제로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는 지난 2018년 4월 아들 웜비어가 북한의 고문으로 사망했다며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12월 5억114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북한 자산의 압류 절차를 밟고 있는 웜비어 씨 부모는 일본의 납북 피해자 가족과 한국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재일 북송 한인 피해자들을 만나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연대와 소송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회장은 웜비어 씨의 부친인 프레드 웜비어 씨가 21일 서신을 통해 “이번 소송이 잘 되길 바라며, 최근 미 상원이 아들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듯이 한국 정부와 국회에도 북한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습니다.

웜비어 씨의 어머니인 신디 웜비어 씨는 지난주 아들의 사망 3주기를 맞아 개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북한 정권에 맞서 계속 단호하게 싸울 것이라며, 법원들에서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묻고 불법 자금을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것이 소송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유럽 나라들에서도 북한 정권에 대한 자신들의 소송을 적용할 수 있는지 모색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디 웜비어 씨] “we've been trying to see if our lawsuit can be applied in other countries in the EU specifically. And it's going to take a lot of legal effort and work…All I know is that state sponsor of terror designation was necessary for us to,”

일본 내 한인 북송 사업으로 북한에 갔다가 탈북한 가와사키 에이코 씨.

이런 가운데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 5명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5억엔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판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원고 측이 밝혔습니다.

원고 가운데 한 명인 가와사키 에이코 씨는 22일 VO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개선되면서 변호인단이 도쿄지방법원과 다시 접촉하며 적극적으로 재판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씨] “우리 변호사단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마 개시될 겁니다. 북한 정권이 하는 짓들이 큰 국가적 범죄가 아닙니까? 특히 우리 북송사업에서 북한으로 간 사람들은 상당히 피해가 큽니다. 호소하거나 알리고 실증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 앞에 소송을 걸어서 북한 정권의 죄를 묻자는 게 가장 정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송을 하는 겁니다.”

미국의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소송이 당장은 실질적인 배상보다 상징적 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합니다.

과거 북한인권 단체에서 활동했던 미 뉴욕주의 박진걸 경제·기업 소송 전문 변호사는 23일 VOA에, 주권 국가에 대한 소송은 재판에 승소했어도 집행에 한계가 많다며, 대신 압박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진걸 변호사] “실질적으로 북한 정권을 대상으로 자산압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상징적 효과가 더 커 보입니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북한이 향후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와 정상국가 차원에서 거래하려면, 이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보상 등을 통해 먼저 해결해야만 법적으로 풀릴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