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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잠적 계기로 관심 끈 북한 후계구도, 백두혈통 김여정 1순위”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이 교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이 교환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20일 간 김 위원장 다음으로 관심을 모은 북한 인사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었습니다.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김여정을 김 위원장의 유고 시 가장 유력한 권력 승계자로 지목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공개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했지만, 긴 잠적과 고질적인 건강 문제를 계기로 차기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백두혈통’이란 명분 때문에 북한 권력 승계 1순위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꼽았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28일 행사에서 백두혈통과 이에 대한 북한의 오랜 선전선동 역사와 교육 등을 볼 때 김 씨 일가에서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박 선임연구원] “I think what given all of the resources that the government, the regime has… to elevating that family line the bloodline the mountain paektu family line, and in their propaganda, in all of their histories, and all of their education.

정 박 선임연구원은 1일 ‘왜 북한의 차기 지도자로 여성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가?’란 제목의 ‘워싱턴 포스트’ 칼럼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김여정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일부 회의론자들이 북한의 가부장적 유교문화를 지적하지만, 유교는 조상에 대한 효를 강조하고 있고, 김여정에게는 그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혁명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그가 수 십 년에 걸친 정권의 체제선전과 이념을 승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지난 몇 년 동안 김여정이 정권의 여러 고위 직책에 올랐다는 것은 그의 성별이 권력 승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며, 권력의 가장 앞줄에서 지도자가 압제와 공포로 어떻게 엘리트들을 줄세우는지를 습득한 경험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에 당장 이상이 생기면, 자녀들은 모두 어리고, 형인 김정철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 권력에서 밀려났기 때문에 선택지는 최근 정치적 영향력 확대 움직임을 보여 온 김여정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언론들은 김여정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헌법상 국가수반이자 북측 대표단장이던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부터 상석을 양보받는 등 분위기를 압도한 것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유력한 후계자일 가능성이 큰 이유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도 최근 보고서에서 김여정의 권력 승계 가능성이 높다며, 백두혈통인 김 씨 일가 배경뿐 아니라 지난 정상외교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한 경험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조정관은 앞서 VOA에 “김여정이 젊고, 여성이지만, 차기 지도자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김정은의 아들이 성장할 때까지 적어도 섭정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여정의 승계 가능성에 회의적이거나 신중한 견해도 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미한정책 국장은 시사주간지 ‘타임’에 김여정이 섭정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김 씨 왕조가 현재 과거 어느 때 보다 더 취약하다”는 배경을 볼 때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미 케이토연구소의 덕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포린 폴리시’ 기고문과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오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게 신변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김여정의 권력 승계는 희박하다며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녹취: 밴도우 선임연구원] “she's still in the position where her power comes from him. So he's dead it's not clear what she has. And the other thing is North Korea is such a male oriented place I mean,”

김여정의 권력은 오빠로부터 온 것으로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며, 북한은 남성 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60~80대 남성 고위층이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에게 통치를 허용하는 것은 녹록하지 않다는 겁니다.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김 위원장 이후에는 “일종의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권력 승계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김여정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북한의 오랜 세습통치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과 ‘포린 폴리시’ 등 일부 언론은 김여정은 지난 2017년 미 정부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 가해자로 제재를 부과한 인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중앙정보국 CIA 국장 시절인 2018년 2월 국제사회에서 평창올림픽에 참석한 김여정을 미화하는 기류가 나타나자 ‘트위터’에, “우리는 김정은의 여동생이 선전선동부장이란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다시 대외활동을 시작한 만큼 차기 후계자설은 수그러들 전망입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심근경색 관련 가족력과 고도비만 등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의 건강 여부에 따라 후계자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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